[Z세대의 공익활동⑤] 평범한 청소년들의 작지만 의미있는 공익활동

아름다운재단이 기획연재 <청소년이 만드는 작은변화, Z세대의 공익활동>를 시작합니다. 청소년들은 기후위기, 청소년인권, 페미니즘, 소수자 그룹과의 연대 등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공동체로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4주 동안 8편의 글을 통해 청소년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청소년 공익활동의 현재와 과거를 리뷰하고, 코로나 시대에 청소년 공익활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 연재가 청소년과 청소년 활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해소하고, 청소년들을 우리의 동료 시민으로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청소년들은 마을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진 청소년들은 학교, 학원 등 입시와 관련된 공간에서 존재할 뿐, 지역사회에서 시민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권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청소년들은 10대를 마치면 자연스럽게 마을을 떠나는 세대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통념은 우리 사회의 청소년, 청년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도 연결된다. 

인간다운 삶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자신의 삶에 참여하고 자치하는 일이 삶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확신한다. 참여와 자치는 한 사람의 삶의 전 과정에 녹아 있고, 우리가 속한 가장 작은 공동체인 마을에서의 참여와 자치는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서 존중받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다. 

마을에서의 참여 활동은 자기 삶에 참여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 내는 과정이다. 청소년들은 활동을 통해 이웃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고,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든다. 시민으로서의 경험이며 개인의 진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평범한 청소년들의 작은 활동이 중요한 이유이다. 

평범한 청소년들의 일상적 참여 

군산에 위치한 청소년 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이하 달그락)은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참여 활동과 진로 탐색을 지원한다. <달그락>은 “청소년 자신들의 삶에 참여하고 생명과 공생”하는 것을 지향한다. 청소년들이 각자 관심에 따라 구성한 자치기구들이 따로 또 같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자, 작가, 경제활동, 인권 등 주제로 13개 자치기구가 꾸려졌고, 223명의 청소년이 활동했다. 

10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달그락>의 청소년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특정한 자격 요건이 없다보니 청소년들은 각양각색의 이유로 이곳을 찾아온다. 친구와 놀러 왔다가 함께 한 청소년, 교회도 아닌데 전도 당했다며 자치기구에 가입한 청소년, 엄마가 보내서 온 청소년도 있다. 학교 자율동아리에서 활동하다가 또는 학교 선생님의 소개로 온 청소년,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자연스럽게 자치기구에 가입한 청소년 등 다양한 경로로 참여한다. 대학 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온 청소년도 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찾아온 청소년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 4년 동안 <달그락>을 들락거린다. 

“나는 올해도 역시나 서툴렀고, 새로운 모험으로 인해 많이 휘청거리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내 옆에는 친구들이 있었고, 우리는 서로 힘을 내며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활동을 위해 항상 힘 써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우리의 모험은 우리의 의지와 많은 사람의 도움과 응원이 있다면 쉬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 윤나연 청소년 

매년 연말 청소년들이 1년간의 활동을 돌아보고 자신의 배움과 성장을 기록하여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자리가 있다. 각자 다른 경로로 참여하고, 다른 활동을 했지만, 활동 소감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나연의 말처럼 ‘새로운 모험’이 너무 힘들었다는 것. 그러나 그 과정에서 활동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덕분에 무사히 활동을 마칠 수 있었다는 것. 그들은 왜 힘이 들었을까? 역설적이게도 청소년의 자율성과 참여가 기반이 되는 자치성을 최대한 부여한 결과이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배움과 성장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자리 (사진출처: 청소년자치연구소)

민주주의는 원래 힘들다    

<달그락>의 활동은 1년 단위로 진행되는데, 매년 청소년 자치기구 대표자회의 선거로 시작된다. 자치기구 내 청소년들은 팀을 이루어 선거에 출마하고, 다른 청소년 구성원들은 공약을 검토하고 투표를 통해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한다. 대표자회의를 중심으로 자치기구별 연간 활동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기자단은 지역사회의 청소년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일간지에 기사를 쓰고, 매년 출판을 한다. 그들은 기자이면서 작가다. 기자단은 자신의 원고에 대한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한다. 경제자치기구 구성원들은 빵, 커피, 물품 등을 기획하면서 제작 마케팅까지 하고 수입을 올린다. 이곳에서의 활동은 이벤트나 프로그램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어른들이 자기 일을 이벤트나 프로그램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같다. 청소년들은 여러 제약 속에서도 그만큼 책임을 가지고 활동을 이어간다.    

각 자치기구는 회칙에 따라 운영되며, 회칙에 명시된 목적에 따라 활동한다. 새롭게 만들어진 자치기구는 회칙부터 운영체계 전반을 모두 구성해야 한다. 청소년들은 활동 내용뿐만 아니라 조직 운영까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 교사, 부모 등이 시키고 지시한 것을 따르는 데 익숙했지만, 이곳에서는 활동의 이유와 목적, 그 가치까지 다양하게 질문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아주 지난하게 거친다. 

대부분의 청소년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소통하는 과정 자체를 힘겨워한다. 그러나 <달그락>은 작은 일을 결정할 때에도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하도록 안내한다. 민주적 의사 수렴 과정을 연습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대화하고 질문하고 자료를 찾고 지역의 전문가들과 이웃들을 만나는 등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청소년 자치기구 대표자회의 (사진출처: 청소년자치연구소)

마을의 주인, 내 삶의 주인  

<달그락 청소년 참여포럼>은 청소년들이 마을에 필요한 정책을 논의하고 제안하는 자리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정책이 실제 지역사회의 정책으로 채택되고 조례 등 법률이 되기도 했다. 청소년들은 지역사회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자신이 사회의 구성원, 즉 시민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누군가가 나를 대변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사회를 조망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한다. 핵심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 참여하는 과정이다. 그 공간은 마을이고 참여의 과정은 삶으로 연결된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고민하고 변화를 경험하고 삶을 누리는 과정은 청소년참여위원회, 특별회의, 청소년의회 등 공적으로 정책 제안을 하기 위한 기구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권리이자 지역의 주체로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변화했고, 어떠한 가치나 진로를 고민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 안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다. <달그락>의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위원회, 자원활동가 등 다양한 마을 어른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활동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이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곳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어른들의 응원과 격려, 지지를 통해 공동체 속에서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누린다. 

청소년 참여포럼에서 군산시장, 군산시교육청장과 토론하는 청소년들 (사진출처: 청소년자치연구소)

망한 활동은 없다 

한편 조직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활동을 진행하면서 여러 문제를 만난다. 자치기구 내 인간관계에서 감정싸움이 나오는 것은 부지기수다. 서로 썸을 타다가 깨져서 조직이 무너질 뻔한 일이 있었다. 이에 청소년들은 자치기구 내 연애를 금지해야 하는지, 교재를 시작하면 3년 이상 만나야 하는지, 지금처럼 알아서 하게 하자는 등 대표자회의에 논의까지 붙였다. 입시 등 개인 사정으로 아예 잠수 타는 청소년도 있다. 자신이 이 일을 왜 이렇게 힘들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선생님에게 분노를 표하는 청소년까지 있었다. 

이러한 일이 생기면 누군가는 활동이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달그락>의 청소년 활동이 망하는 일은 없다. 어떤 활동이든 청소년들이 고민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실패의 경험도 경험이냐고 묻는데, 경험에 실패는 없다고 단언한다. 자치기구가 10년, 20년 유지되는 게 성공인가? 1, 2년도 안 되어 조직이 없어져도 그 안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의하며 지역사회 문제와 타인과의 관계를 성찰한다면 성공이다. 

마을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하면서 내외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지, 조직이 오래가는 건 중요하지 않다. 1년 활동하면 그만큼 성장하는 것이고, 3개월 활동해도 이전과 다른 경험을 하고, 성찰과 관계력이 높아졌다면 그만큼 성공한 것이다. 모든 활동이 청소년들의 경험이고 삶의 한 부분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달그락>이 존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청소년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 곧 마을이라는 공간에 참여하도록 돕는 것이다. <달그락>이라는 배의 가장 하단에 위치한 스크루는 ‘인간다운 삶’에 추진력을 제공한다. 방향키는 청소년들이 잡는다. 우리는 한배에 타고 모험을 하고 있다. 위험과 험난함을 견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도전해야 한다. 청소년들은 마을에서의 참여 활동을 통해 평소 경험하지 못한 자신의 내면과 사회적 자아를 만나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다운 삶으로 나아간다. 

글 |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일러스트 | 이창석

📌기획연재 <청소년이 만드는 작은변화, Z세대의 공익활동> 관련글 보기 
[Z세대의 공익활동①] Z세대, 새로운 세대의 출현이 아니다 
[Z세대의 공익활동②] 지금 주목할 만한 청소년 활동가 10팀 
[Z세대의 공익활동③] 청소년 사회참여의 역사
[Z세대의 공익활동④] 2010년대 청소년 공익활동 타임라인
[Z세대의 공익활동⑤] 평범한 청소년들의 작지만 의미있는 공익활동 
[Z세대의 공익활동⑥] 청소년의 존재를 지우지 말라 – 18세 선거권의 의미와 남은 과제 
[Z세대의 공익활동⑦] 우리는 진 게 아니라 아직 못 이긴거야 – 청소년 단체의 해산 과정에서 얻은 교훈  
[Z세대의 공익활동⑧] 코로나 시대, 청소년 공익활동은 무사하십니까? 

📌지금 주목할 만한 청소년 활동가 10팀 인터뷰 보기  
일하는 청소년들의 곁에 선다 – 청소년유니온 송하민 
차별없는 세상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 조민준  
교복 마이 위에 외투를 입어야 한다고? – 충남청소년인권연합회 인연 이유진 
‘요즘 애들’은 무슨 생각하고 사냐고? – Z에게 에디터 나무 미운 짱소  
사회 곳곳에 ‘트랜스젠더 시민’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 청소년트랜스젠더인권모임 튤립연대 활동가 A  
학교에 계속 다니려면 학교를 바꾸어야 했다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이은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 청소년기후행동 김도현 
인권을 알고 지금까지의 세계가 무너졌다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치이즈 
성적 잘 받고 돈 많이 벌면 행복할까? – 정세청세 변종윤 
소수자들의 말하기가 변화를 만든다 –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양지혜 

좋아할만한 다른 이야기

댓글 정책보기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