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주거영역 통합공모 사업] 주거권에도 유통기한이 있나요?

2019 주거영역 통합공모 사업 ‘집에 가고 싶다’ 선정단체인 <경기북부청소년자립지원관>은 지난 8월 27일 청소년쉼터를 퇴소한 청소년들의 주거권 옹호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였습니다. 쉼터를 퇴소한 후 살 곳이 없어진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과 대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경기도 청소년쉼터 퇴소청소년 주거권 세미나

KBS 열린채널 선정작 “탈출, 그 후” (출처 : 단비뉴스)

지난 8월, 경기북부청소년자립지원관은 ‘쉼터 퇴소 청소년 주거권 세미나’를 열었다. 쉼터를 퇴소한 후 살 곳이 없어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그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청소년쉼터에서 활동하는 이병모 소장(의정부시남자단기청소년쉼터)은 청중을 향해 물었다.

“여러분이 만약 살던 집에서 내일 당장 나가야 한다면, 어떨까요?”

그는 짧은 질문으로 퇴소와 함께 쉼터 청소년들이 어떤 벼랑에 서는지 느끼게 했다. 이어 쉼터에서 만난 한 청소년의 이야기도 전했다.

“그 친구는 쉼터에서 자기가 통조림 같대요. 왜냐고 물었더니 그러더라고요. ‘유통기한이 있잖아요. 퇴소 날짜가 되면 우리는 폐기 처분돼요.”

유시현 씨는 당사자로서 경험을 나눴다. 그가 집을 나온 건 중3 때였다. 지하철 화장실에서 노숙하며 사람은 편하게 자야 몸이 아프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제 몸 하나 눕힐 방을 절실히 꿈꿨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자신의 수입으로 갈 수 있던 곳은 반지하 방, 그것도 밥 한 끼 해먹을 수 없을 정도로 벌레가 많이 나오던 방이었다. 그녀는 자신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저는 지원 안 해주셔도 돼요. 제 친구들은 열심히 사는데도 아직도 밖에서 살고 있어요. 그 친구들의 주거권이 보장되면 좋겠어요.”

경기도 청소년쉼터 퇴소청소년 주거권 세미나 발표자들 모습

경기도 청소년쉼터 퇴소청소년 주거권 세미나에서 최순종 교수(경기대 청소년학과)가 발언하는 모습

가출 아닌 탈출

탈가정 청소년에게는 늘 ‘불량 청소년’이란 꼬리표가 붙는다. 하지만 그들이 왜 ‘불량’해졌는지, 왜 집을 나와야 했는지 관심 두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들을 교화 시켜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목소리만 크다. 하지만 이들에겐 돌아갈 집이 없다. 원가족과 살던 집은 가정폭력, 학대, 방임 등으로 바깥보다 더 위험하다. 가정으로 돌아가라 말하는 건, 이들을 삶 밖으로 떠미는 거나 다름없다.

쉼터 퇴소 청소년들을 취재했던 허윤희 기자(한겨레21)는 집을 나오는 청소년들의 행위를 “가출이 아닌 탈출”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법적으로 쉼터의 목적이 ‘가정으로의 복귀’로 되어 있어요. 하지만 가정폭력이 심각하거나 가족이 해체되어 돌아가도 실질적 보호자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집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더 위험한 거죠.”

가정으로 돌아가라며 청소년들을 떠밀다 보면 갈 곳은 다시 ‘거리’뿐이다. 이들에게 근본적인 주거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변미혜 팀장(함께걷는아이들,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은 쉼터 같은 임시 보호 시설도 늘어야 하겠지만, 점진적으로 독립된 공간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쉼터가 과연 집일까요?”

변미혜 팀장은 쉼터는 집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꽉 짜인 규칙을 지켜야 하는 쉼터는 청소년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일선의 활동가들이 전심을 다 해 운영하지만, 많은 청소년이 함께 살아야 하기에 구조상의 한계가 분명하다. 지금도 쉼터에서 둘 중 한 명은 견디지 못해 제 발로 나가는 게 현실이다.

“쉼터 청소년 중 56%가 제 발로 쉼터를 나갑니다. 이 퇴소를 자발적이라 할 수 있을까요? 청소년이니까 시설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보다는 개개인의 자립을 지원한다는 관점이 중요합니다. 우선 그들의 ‘홈리스’ 상태에 주목해야 해요. 집 문제는 집으로 해결해야죠.”

포스터

세미나 포스터

차별 없는 주거권을 위해

2009년 영국 요크 대학교의 연구팀은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가족 해체가 심각했던 북유럽 국가 청소년들이 다른 나라보다 오히려 행복 수준이 높다는 보고였다. 그만큼 가족이 아니더라도 청소년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정책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가정으로의 복귀’만 외치는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순된 정책이 많다. 25년간 탈가정 청소년을 지원해온 조순실 사무국장(들꽃청소년세상)은 현 정책의 모순을 짚었다. 같은 탈가정 청소년이더라도 보건복지부 산하의 아동양육시설과 여성가족부 산하의 청소년쉼터의 퇴소생에 대한 정책이 다르다. 담당 부처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기이한 현상이다.

경기도 청소년쉼터 퇴소청소년 주거권 세미나에서는 현장에 있는 다양한 발표자가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경기도 청소년쉼터 퇴소청소년 주거권 세미나에서는 현장에 있는 다양한 발표자가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쉼터 청소년은 퇴소 후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한 나라 안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 할 정도로 부처별 지원이 달라요. 그렇다고 쉼터 퇴소 청소년만 더 지원하는 것도 의문이 들어요. 쉼터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변방을 헤매는 청소년도 많으니까요. 이들 모두 포함해 홈리스 청소년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발표자들은 모두 땜질식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주거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경기북부청소년자립지원관은 세미나와 더불어 SNS를 통해 “집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쉼터 퇴소 후 갈 곳이 없는 청소년들의 주거권을 지지하는 캠페인이다.

“집으로”. 탈가정 청소년들이 앞으로 살아갈 ‘집’은 과연 어디일까? 이번 세미나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숙제다.

글  우민정 ㅣ 사진 경기북부청소년자립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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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사업국 협력사업2팀ㅣ오수미 팀장

작은 씨앗이 심겨 싹을 틔우더니 새들이 깃들어 사는 큰 나무로 자랐다지요. 그러한 변화의 시나리오를 꿈꿉니다. 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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