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주기 캠페인] 낙동강에 중금속이 흐른다 – 안동환경운동연합 1편

낙동강 수질오염 일으키는 석포제련소, 2년째 모니터링 활동

연록이 초록으로 자라나는 5월, 바람도 햇볕도 따뜻한 날. 경북 봉화군 청량산 깊은 계곡에 위치한 석포리의 풍경은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였다. 낙동강의 주요 발원지인 황지연이 지척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물이 다르다. 산 속 계곡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폭이 넓은데도, 어찌나 물이 많은지 콸콸 소리가 힘차다. 이 물들이 안동댐을 거쳐 낙동강으로 이어진다.

낙동강에 설치된 물 깨끗이 합시다 표지판

낙동강 하류, 석포제련소가 있는 상류에서 그대로 물이 내려온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낚시를 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이곳에 왜가리 9마리가 한 곳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물길을 옆에 끼고 산길을 차로 달리다 보니 ‘열목어 마을’, ‘고랭지 채소 생산의 고장’ 등의 간판이 자주 보인다. 물가마다 천연기념물과 관련된 안내판이 많이 서있었다. “포획 금지기간을 준수하라”고 강조한 내용이었다. 이곳에서는 투망을 사용해서 물고기를 잡는 것도 불법이다.

1970년대부터 아연을 제련해온 석포제련소가 바로 이곳에 있었다.

무재해 사업장 앞,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석포제련소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석포제련소

석포제련소는 이곳에 3개의 공장을 두고 있다. 공장들이 서로 붙어있어서 생산 과정이 하나로 이어지는데, 이렇게 해서 공장들이 차지하는 부지는 총 69만㎡(약 21만평) 규모이다. 공장이라기보다는 ‘공단’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공장 앞의 모습 역시 평화로워 보였다. 길 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 산골 마을에서는 자재나 제품을 싣고 나르는 차량이나 무언가 공사를 하는 듯한 크레인만이 바빠 보였다. 공장 앞에는 무재해 기록판이 붙어있었다. 이 기록판에 따르면 제련소는 547일 동안 무재해를 달성했다.

석포제련소 부지. 제 3공장까지 포함하여 69만㎡(약 21만평)에 이른다. (사진출처 : 안동환경운동연합)

석포제련소 부지. 제 3공장까지 포함하여 69만㎡(약 21만평)에 이른다. (사진출처 : 안동환경운동연합)

그러나 이 평화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단숨에 깨졌다. 공기에서 매캐한 냄새가 났다. 본드 같은 화학물질에서나 맡을 법한 냄새였다. 눈도 시큰거렸다. 조금 지나자 목구멍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공장 뒤편의 산은 나무가 새하얗게 말라 죽어 있었다. 비탈에는 풀 한 포기 찾아보는 것도 어려웠다. 바위도 풍화되어 깎였고 군데군데 흙이 쏟아져 내린 산사태 흔적이 있었다. 말 그대로 삭막한 폐허였다. 공장 앞에는 하천이 흘렀는데, 물가에 세운 가드레일이나 제방을 덮은 철사 그물은 빨갛게 녹이 슬고 군데군데 삭았다.

낙동강 하류의 산들(좌), 석포제련소 옆 산(우). 제련소 옆 둔덕뿐만 아니라, 공장 연기가 가는 방향의 산은 모두 황폐화 되어 있다

낙동강 하류의 산들(좌), 석포제련소 옆 산(우). 제련소 옆 둔덕뿐만 아니라, 공장 연기가 가는 방향의 산은 모두 황폐화 되어 있다

“아황산가스입니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공장을 가리키며 덤덤하게 말했다.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무를 죽이고 공기를 매캐하게 만든 주범이었다. 공장 초입에서 본 초대형 탱크들에는 “황산(특별관리물질)”이라는 표지판이 붙어있었다. 3개의 탱크를 합치면 17톤 규모라고 했다.

문제는 공기만이 아니다. 김수동 국장은 “저기 배출구 보이지요?”라면서 공장시설 외벽에서 빠져 나온 파이프를 가리켰다. 파이프는 하천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공장에서 나온 물이 섞여 들어가는 것이다.

이곳이 낙동강의 발원지인만큼 수질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다가 금속들을 다루고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공장의 폐수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낙동강의 물은 하류 지역에서 식수와 각종 생활용수로 쓰인다. 자칫 낙동강에 유해물질이 들어갈 경우 그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낙동강의 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무려 1300만명이다.

그렇다면 과연 공장의 정수 처리는 잘 되고 있을까? 그에 대한 답변은 환경부에서 나왔다. 최근 환경부는 “석포제련소 폐수가 유출되어 하류 물에서 카드뮴이 기준치(먹는물 0.005ppm)을 초과해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런 중금속 성분이 낙동강 최상류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게다가 제련소는 지난해 이미 비슷한 이유로 조업정지 20일의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1년만에 다시 수질 오염을 일으킨 것이다. 이번에는 조업정지 4개월의 처분이 나왔다.

지난해 행정처분은 제련소가 환경오염과 관련해서 받은 최초의 조업정지 처분이다. 그리고 이를 이끌어낸 것은 안동환경운동연합이다. 행정처분은 지난해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지원을 받아 시작한 환경 모니터링의 소중한 성과인 것이다. 당시 김수동 국장은 폐수 유출을 직접 확인하고 제련소를 고발했다.

석포제련소 인근 하천. 폐수로 인하여 부유하는 오염물질이 낙동강 최상류 돌에 하얖게 끼어 있다

석포제련소 인근 하천. 폐수로 인하여 부유하는 오염물질이 낙동강 최상류 돌에 하얖게 끼어 있다.

물고기∙철새 대량 폐사는 예삿일… ”여기 물로는 농사 못 지어요”

석포제련소가 가동된 지 워낙 오래된 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과 싸움도 역사가 길다. 제1공장이 들어선 70년대에는 아직 피해가 눈에 띄지 않았고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없었지만, 낙동강 수질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주민들은 변화를 실제로 느끼고 있었다. 맑은 물에 살던 물고기와 다슬기가 사라졌고, 잊을 만 하면 한번씩 물고기나 철새가 떼로 죽어나갔다. 제련소 탐방에 동행한 임덕자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어릴 때에도 물에서 팔뚝 만한 물고기가 죽어가면서 꿈틀꿈틀 떠오르곤 했다”고 말했다. 2017년에는 수만 마리의 물고기와 300여 마리의 왜가리가 대량 폐사했다.

이날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중년의 주인은 “공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여기가 물 반 고기 반이었다고 한다. 워낙 고기들이 커서 낚시꾼들은 ‘쏘가리를 잡을 때 손맛이 다르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금은 꿈도 못 꿀 이야기다. 그는 “여기서 표고 농사를 짓는데, 낙동강 물은 차마 뿌려주지 못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석포리에서는 농사지은 대파에 카드뮴이 검출되어 판매를 하지 못한 적도 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이미 2010년에는 안동댐에 무려 2만여 톤의 광물 찌꺼기가 쌓여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 찌꺼기에는 납, 아연, 구리, 카드뮴, 비소 등의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다. 이 역시 제련소가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제련소 인근 주민들과 노동자들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조사에서 제련소 인근 주민은 요중 카드뮴 농도가 국민들의 3.5배 높았고, 혈중 납 농도가 2.1배 높게 나타났다. 제련소에서 오래 일한 몇몇 노동자들은 안동환경운동연합 측에 이빨이 내려앉거나 뼈가 약해지는 증상을 호소했다. 카드뮴 중독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행정처분을 받기 전까지는 석포제련소는 단 한번도 제대로 처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재해를 일으키지 않은 ‘무재해 사업장’인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김수동 국장은 석포제련소가 주는 경제적 이득에 얽힌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주된 문제점으로 꼽았다. 당장 제련소 때문에 이득을 보는 지자체나 주민들이 제련소를 비호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장이 워낙 오랫동안 가동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도 문제이다.

또한 김 국장은 제련소가 환경부나 노동자, 지역 주민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로비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환경부 고위 관료가 퇴직 후에 제련소 간부가 된 경우도 있고, 문제를 제기하려는 노동자들을 회유한 정황도 있다는 것이다. 임덕자 위원장은 제련소를 일컬어 “무소불위의 권력”이라고 말했다.

제련소 사라지는 것만이 답! 환경 복원도 책임져야

석포제련소는 여전히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제련소는 지난번 행정처분이 나오자 행정소송을 제기해 버티고 있다. 2차 행정처분에도 같은 방식을 쓸 것으로 보인다. 소송이 끝나려면 2~3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석포제련소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김수동 국장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최초로 행정처분을 이끈 성과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기쁘고 벅차지만, 아직은 긴장을 놓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가 만든 협의회에도 참여하지만, 환경부 역시 100%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낙동강 문제를 정부에만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동환경연합은 올해도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에 제출한 사업 계획 상으로는 기본적으로 한 달에 2번 모니터링을 하도록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의 활동을 한다. 한 달에 5~6번 가까이 제련소와 낙동강 인근을 살핀다. 물이나 물고기의 성분을 분석한다. 공장 측의 수상한 행위가 감지되면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출동하기도 한다.

이날도 김수동 국장은 공장 건너편 둔덕에서 드론을 띄웠다. 공장에 크레인이 오가는 모습을 발견하자 혹시나 오염물질 배출에 관련된 시설 변경이 있을 까봐 확인하기 위해서 사진과 영상을 찍기로 한 것이다. 드론 역시 아름다운재단 지원을 받아 장만했다.

임덕자 위원장은 요즘 주민들을 꾸준히 만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한국은 산업재해 인정이 참 어려운 나라다. 특히 화학물질과 관련된 피해는 입증이 매우 어려운데다가 질병의 인과관계를 피해자가 직접 밝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과 노동자들은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임 위원장은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아파 펑펑 운다고 했다.

이 힘든 싸움의 최종 목표는 제련소를 폐쇄하고 주변 환경을 복구하는 것이다. 제련소처럼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큰 공장에 대해서는 일부 시설 보강 등의 조치로는 끝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아예 낙동강에서 사라지는 것만이 답이다.

김수동 국장은 “낙동강처럼 국민들과 자연환경에 영향을 많이 주는 곳에는 공해물질을 다루는 공장이 들어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꾸준히 제련소의 오염물질 배출 상황을 감시하고, 낙동강의 수질을 검사하고, 이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를 이끌어야 한다.

아름다운재단의 모니터링 사업 지원은 이제 2년째다. 싸움도 이제 막 시작이다.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는 싸움이지만, 안동환경운동연합은 멈추지 않고 한발 한발 나아갈 것이다. 그래서 끝내 이길 것이다. 이 곳을 지키는 싸움은 낙동강을 지키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안동환경운동연합 김수동 사무국장이 제련소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안동환경운동연합 김수동 사무국장이 제련소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글 박효원 | 사진 송혜진

변화사업국 협력사업팀 ㅣ송혜진

O형은 O형인데 A형 같은 O형입니다. 다시 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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