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범죄 피해자 및 가족 지원사업] 세상을 다시 신뢰하기 까지 –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 최빛나라 주임

환하게 웃고 있는 범죄피해자 및 가족 지원사업 실무담당자 최빛나라 주임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 최빛나라 주임

당신을 만나 세상으로 한 발짝 걷습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범죄피해자 및 가족 지원사업 실무담당자 최빛나라 주임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 최빛나라 주임

범죄 피해자를 위한 오롯한 지원

범죄사건을 해결 중심으로 보면 가해자에 초점을 둔 수사가 진행되고 피해자는 밖으로 밀려나 자신을 둘러싼 폭력과 불안, 고통을 호소하기 어렵다. 범죄 피해가 개인의 탓으로 넘겨진 뒤 운이 없었다는 편견이 더해지면 보상은 커녕 상처만 헤집어지게 된다. 피해자가 숨어 지내는 아이러니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름다운재단과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가 2007년부터 진행 해온 범죄피해자 및 가족지원사업은 이러한 현실을 바꾸고자 시작됐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불의의 사고로 어린 딸을 잃은 부부가 강력범죄 및 아동대상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을 도우려 출연한 ‘미연이의 수호천사 기금’이 마중물이 되었다.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이 형사 사법의 ‘잊힌 존재’가 되지 않도록 돕는 데 초점을 뒀다. 개인이 저지른 범죄가 국가 형법에 따라 처벌되듯, 범죄 피해자 보상이 국가의 당연한 책임이라는 원칙을 지향했다.

“실무를 담당하면서 재단 기금의 변별성을 느끼곤 했어요. ‘미연이의 수호천사 기금’은 시작부터 그 자체로 온전히 범죄 피해 당사자와 그 가족을 위한 의미를 지니니 아무래도 받는 사람의 무게도 다른 듯 보였어요.”

제도 밖 어둔 길을 밝힌 수호천사 미연이

의미뿐 아니라 과정 또한 특별하다. ‘미연이의 수호천사 기금’은 법무부에 등록된 범죄 피해자 지원 법인의 어쩔 수 없는 제약에서 자유롭다. 제도적 기준에 맞지 않아 지원이 불가능한 안타까운 상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다.

“이를테면 3년 이내 발생 사건으로 본인이 신청한 피해자만 지원 받을 수 있는게 규정이에요. 그런데 10년이 지났어도 그 사건 때문에 힘든 분들이 있죠. 그만큼 아프고 그래서 생활이 어려울 가능성도 높은데 규정에 가로막혀 지원이 어렵죠. 지자체, 국고에서 예산을 받았을 땐 특정 지역 거주 피해자만 대상으로 한정되고요. “

2014년도 12월에 입사해 지금까지 범죄 피해자를 상담한 최 주임에겐 법 제도 밖의 취약계층이 매번 아픈 손가락이었다. 부양가족 때문에 기초수급에서 제외되듯 범죄 피해자 생계비 지원도 따라 붙는 조건이 만만치 않다.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피해를 당했을 때는 지원하지만 가족 공동체가 파괴돼 여러 구성원이 제몫을 하지 못할 때 그로 인해 생계가 막막한 상황엔 적용할 수 없다. 민간과 민간이 만나 법 제도의 사각지대를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경험은 건강하고 또 아름다웠다.

심각한 표정으로 인터뷰하고 있는 범죄 피해자 및 가족 지원사업 실무 담당자 최빛나라 주임

아름다운재단 ‘미연이의 수호천사 기금’으로 지원되는 범죄피해자 및 가족 지원사업

“범죄 피해자가 발생하면 일차적으로 수사기관에 의뢰하고 피해자로 확정되면 경찰이나 검찰, 수사지휘자가 센터에 접수합니다. 그러면 저희가 피해자를 만나 어떤 피해를 당하셨는지를 파악해 심리, 경제적인 부분을 지원, 전문기관으로 연계해 주죠. 주로 상해, 살인, 강간, 강도, 방화 등 강력범죄를 다루는데 1년에 800~900건 정도 접수돼요. 그 중에 300~400명 정도는 만나는 것 같아요. 듣도 보도 못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사건을 마주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 때도 많았죠. 그럴 때 아름다운재단이 힘이 됐습니다.”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나아가는 ‘신뢰’라는 열쇠

최주임이 범죄피해자 지원 실무자로 고군분투한 4년은 깊고 질었다. 끔찍한 기억에 사로잡혀 한 발짝도 움직이기 어려운 범죄 피해자, 의존적인 상태에서 무엇도 실행하기 힘든 사람과 어떻게 함께 걸어야 하는가를 매순간 고민했다. 끔찍한 데이트 폭력에 노출돼 가족을 잃거나 친족 성폭력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거부당한 어린 여성에게 과연 어떤 위로와 공감이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경험하지 못한 고통을 섣부르게 이야기할 순 없어요. 트라우마에 갇혀 그 자리에 붙박여도 이상한 일이 아니고요. 그럴 때 할 수 있는 건,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인내를 가지고 들어주는 행위는 생각보다 적극적인 행동이에요. 이제는 그만 할 때도 됐잖아, 라는 말에 피해자들은 움츠려요. 그래, 힘들었구나, 괴로웠구나, 진심으로 귀를 열어 마주하는 일이 참 중요합니다.”

최 주임이 그간 바랐던 건 일시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에너지 차원의 변화였다. 피해를 넘어서서 자신에게만 머물렀던 시선이 타인에게로 확장되기를 희망했다. 물론 고통을 딛고 자립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다. 다만 어떤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었다. 자기 자신과 더불어 타인과 사회를 신뢰하는 과정, 그 해답처럼 거머쥔 게 재단의 지원사업이었다.

“범죄를 겪으면 마음이 더 닫히고 세상과 멀어지는데 미연이의 수호천사 기금은 그것을 거슬러요. 자녀를 잃은 분들이 또 다른 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출연한 기금이니까요. 10년 동안 약속하신 걸 지키셨고 낯모를 분들은 그 뜻에 따라 기꺼이 지지자가 되었고 행동하셨어요. 정말 드물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피해 사실이 어떻게 생존 경험으로 전환해 의미를 찾는지 확인한 거예요. 실무자로서 편견이 깨지는 경험이었죠.”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만삭의 최빛나라 주임이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 정문에서 환하게 웃고 있음

출산을 앞두고 있는 최빛나라 주임

2007년에 맺어진 10년 간의 약속, 그리고 그 뜻에 동참한 또 다른 기부자들의 마음이 더해져 ‘범죄 피해자 및 가족 지원사업’은 올해까지 12해 동안 이어져왔다. 최 주임을 비롯한 센터의 담당자들은 재단 기부자들이 고맙고 또 뜻 깊다. 고통뿐인 세상과 분리하고 싶은 마음을 기부로 보듬은 그들을 존경한다. 가해자도 책임지지 않는 고통을 진심으로 위로했던 시간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글 우승연  ㅣ 사진 임다윤

변화사업국 변화사업팀ㅣ오수미 간사

작은 씨앗이 심겨 싹을 틔우더니 새들이 깃들어 사는 큰 나무로 자랐다지요. 그러한 변화의 시나리오를 꿈꿉니다. 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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