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청소년 단체지원사업 – 포텐] 거리청소년 이동상담현장 포토에세이

ⓒ 현일수,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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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겨울밤, 희망의 포텐이 터진다

12월 달력 속엔 두 개의 축제가 눈에 띈다. 종교와 상관없이 기다려지는 성탄절, 그리고 또 하나는 팥죽 먹는 날, 동지(冬至)다. 중국 주나라에선 광명이 부활하는 날이라 하여 동지를 설로 삼았다고 한다.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에 ‘태양의 부활’이란 의미가 부여된 것은, 동지를 정점으로 그 다음 날부터 낮이 점점 길어지는 까닭이다. 동지를 며칠 앞둔 금요일 밤, 의정부시 행복로를 찾았다. 세속도시의 즐거움을 환히 밝힌 로데오거리엔 그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을 위한 불빛은 없다. 이즈음 등장하는 하늘색 포텐 버스를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반기는 이유는 그것. 십대를 위한 희망 충전소가 떴다. 어둠의 정점을 찍고서야 태양이 부활하는 자연의 이치처럼, 가장 춥고 어두운 밤에 희망의 포텐이 터진다.

 

ⓒ 현일수,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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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1. PM 07:18 의정부시 행복로 47

의정부시 행복로 47. 일명 ‘의정부 로데오거리’라 불리는 이곳은, 로데오거리들이 다 그러하듯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세속도시의 즐거움이 흥건한 동네다. 편의점과 게임방, 와플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빛과 소리와 냄새에 익숙해질 쯤, 야외무대 뒤편 공터로 진입하는 하늘색 버스가 눈에 띈다. 이내 한 사람이 차에서 내려, 45인승 버스가 공터 한가운데 온전히 자리 잡도록 주차를 이끈다. 포텐, 전종수 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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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2. PM 07:25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의 이름, 사람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버스 옆에 천막 두 동을 뚝딱 지어내는 포텐 활동가들. 오늘은 상근직원 5명에 자원봉사자 2명이 함께 한다. 금요일은 자정 이후 심야 상담이 이어지는 터라, 밤 11시 경에 출근하는 새벽 근무조도 있다. 저녁의 사생활을 반납하고도 십대지기들은 달처럼 환하다. 이들 대부분이 청춘이며, 심지어 자원봉사자 중엔 휴가 나온 군인도 있다. 포텐은 ‘십대를 위하여(For Ten)’로 풀어지는 이름이지만, 가능성과 잠재력을 뜻하는 영어단어 ‘포텐셜(Potential)’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문득, 인간성에 대해, 사람이 가진 잠재력에 대해 의문이 깊어지는 밤이다. 이기심과 탐욕의 끝을 보여주는 것도 사람이지만, 신념과 사랑과 소명의식으로 기꺼이 고난을 감내하는 것도 사람임을, 새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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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3. PM 07:49 아이들을 만나기 10분 전

이벤트를 위한 준비물을 챙기고, 간식으로 제공할 핫바를 데우고, 구급약품 리스트를 체크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아이들이 몰려들기 전, 포텐 활동가들이 오늘의 일정을 공유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아이들이 먼저임을, 혹여 아이들이 거부감이나 좌절감이 들지 않도록 대처할 것을 다짐하는 시간.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로 시작되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떠올린다. 아이들은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올 것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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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4. PM 07:55 하늘색 버스와 붉은 천막의 이중주

상담은 천막 부스와 버스, 두 공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아이들을 처음 맞이하는 곳은 부스다. 활동가들이 간식을 제공하며 아이들과 가볍게 말문을 트고 관계를 쌓아가는 공간이다. 부스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욕구를 파악한 뒤, 버스 안의 전문 의료상담으로 연결하기도 한다. 오늘 포텐 버스엔 금연교육 및 성교육을 담당하는 간호사, 심리상담가와 가정의학전문의가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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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5. PM 08:03 희망 충전소엔 스마트한 도사가 산다

가방에 인형을 주렁주렁 매단 첫 방문객. 아이는 일단 버스에 휴대폰 충전부터 맡겨놓고 부스에 들어갈 요량이다. 스마트폰과 물아일체 되는 십대를 위해, 폰 종류별 다양한 충전 잭은 필수요소다. 폰을 건네기도 전에 “아이폰?” 하고 딱 맞춰버린 포텐의 스마트한 도사님. 아이들이 포텐 ‘쌤’들을 따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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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6. PM 08:28 새해 달력 만들기

부스에선 새해 달력 만들기가 한창이다. 간식 먹으랴, 달력 꾸미랴, 수다 떨랴, 아이들의 손과 입이 사뭇 바쁘다. 달력 만들기 킷트와 간식을 나눠주며 농담도 받아 치고, 동시에 아이들의 현 상황을 살펴야 하는 ‘쌤’들도 바쁘긴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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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7. PM 09:04 천막 한 장의 힘

부스 안이 만원이면 아이들은 밖에서 서성이며 기다리다 들어오기도 한다. 밖은 춥고, 안은 따뜻하다. 밤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이 이동쉼터를 찾는 이유는 그것 하나로도 충분하다. 비와 바람과 편견의 시선을 피할 수 있고, 배고픔과 심심함과 외로움을 의탁할 수 있다. 행복로 한복판, 천막 한 장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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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8. PM 09:37 안과 밖

집 ‘안’으로 들어가기 싫어 집 ‘밖’을 배회하면서도, 아이들은 환한 불빛이 흘러넘치는 ‘안’을 끊임없이 기웃거린다. 어둠과 바람이 좋아 ‘밖’을 떠도는 건 아니다. 어떠한 이유로든 포근한 ‘안’을 갖지 못한 까닭이다. 어느 한 자리 기댈 곳 없는 어린 마음들이 붕붕 떠도는 밤. 투명한 창을 낸 ‘안’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천막부스의 널찍한 비닐 창문은 밤의 아이들에게 따뜻한 속내를, ‘안’을 보여준다. 이곳에 너의 자리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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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9. PM 09:50 아픔의 내력을 묻는 이유

버스 맨 안쪽에 차린 진료실에선 종합감기약과 소염진통제, 파스와 손목보호대 처방이 여러 번 나갔다. 감기에 걸리거나 손목, 발목을 삔 아이들이 많아서다. 어디가 아픈지, 어쩌다 다쳤는지 묻다보면 아이들의 현 상황이 직구로 훅 들어온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손목을 삐었건만, 소년은 아픈 손목으로 계속 자전거를 끌고 다니다 온 참이다. 아이는 손목보호대를 차고, 자전거와 함께 다시 밤거리로 사라졌다. 의사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약을 주기 전, 저녁을 먹었는지 묻는다. 식사를 거르지 않았다면 진료실에서 바로 약을 먹인다. 술과 약을 함께 복용할 경우 간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그나마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은 다행이다. 아픔을 참는 데 익숙한 아이들, 아픈 몸과 마음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포텐 버스는 오늘 밤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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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10. PM 10:00 마음과 마음이 깨 벗고 만나는 자리

여자아이들이 상담선생님과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버스 뒤에서 담배를 피우던 남자아이들은 금연상담을 신청했다. 흡연이 일으키는 문제는 건강도 건강이지만, 담배를 구매할 여력이 없는 청소년의 경우 절도와 같은 사건 사고로 확장될 위험을 포함한다. 담배 의존도가 높은 아이들을 면밀히 관찰하는 이유는 그 때문. 아이들은 ‘쌤’들 앞에서 흡연의 역사와 음주량을, 가출 경험을 머뭇거림 없이 밝힌다. 이곳에선 마음을 깨 벗고 놀아도 좋다는 공감이 이루어진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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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11. PM 10:30 자전거가 향하는 곳은

천막 부스와 버스가 만원이 되도록 몰려들던 아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멀어지는 자전거 무리가 향하는 곳은 집일까, 또 다른 거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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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12. PM 11:00 심야 상담을 준비하며

부스를 접는 손길도 펼치는 손길만큼이나 재빠르다. 어느덧 새벽 근무자들이 도착해 부스 정리를 돕고 있다. 심야 상담은 버스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근무 교대 전, 전달사항과 공유해야 할 오늘의 상담사례를 나누는 동안, 창문 밖으로 소년의 실루엣이 아른거린다. 흐리마리한 뒷모습만으로도 활동가들은 대번에 아이를 알아본다. 심야 상담을 진행할 활동가를 유독 따르는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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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13. pm 11:27 잠들지 못하는 밤

자전거의 주인은 아직 이 거리에 있다. 포텐 버스가 행복로에 머무는 이유도 그것. 기나긴 겨울밤, 잠들지 못하고 서성이는 자전거 주인을 기다리는 까닭이다.

 

글 고우정ㅣ사진 현일수

 

*본 촬영은 아름다운재단 <사각지대 청소년 단체지원사업>을 통해 거리청소년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의정부시이동형쉼터 포텐의 2016년 12월 16일 이동상담 현장 동행취재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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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재단 [꿈꾸는 다음세대] 영역의 단체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거리청소년 아웃리치 및 지원이 가능하고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단체를 지원함으로써 거리청소년들이 지역 안에서 생활하고 보호받을수 있는 안전망을 제공합니다. 한편 기존의 사후적이고 단편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청소년의 특성과 욕구를 고려한 예방적,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여 다양한 거리청소년 지원모델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본 사업은 미래세대1%기금을 기반으로 ‘거리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단체를 지원합니다.

변화사업국 변화사업팀ㅣ전서영 간사

아이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꿈꾸는 다음세대' 영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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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변경애말하길

    글을 읽는 내내 참 따스합니다^^
    십대지기 포텐은 청소년이 있어 따스하게 보낼수 있고
    청소년들은 십대지기 포텐이 있어 따스합니다.
    그러나
    또…이렇게 사각지대를 따스하게
    사진으로 글로 풀어내는 아름다운 재단이 있기에
    따스하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고맙습니다^^

    • 아름다운재단 공식블로그말하길

      변경애님 따스한 마음,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렇게라도 청소년을 위해 힘쓰는 포텐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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