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이 두렵다

건강검진이 두렵다

나는 평생 6번의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간 받은 건강검진표를 일렬로 늘어 놓고 연도별 각 항목을 비교해 보면 꽤 흥미로운 점들이 보인다. 몸의 변화와 병증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나이 들어감을 데이타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30대까지만 해도 모든 기능이 양호- 양호- 양호- 였는데, 40대를 넘어서니 한해가 다르게 결절, 낭종, 재검 항목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마흔을 생애전환기라 하는구나 싶다.

건강검진기본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만 40세와 만 66세가 되는 해에 받는 건강검진으로 일반검진에 암검진을 보태고, 추가로 생활습관과 정신건강검사 등을 받는다. 

<건강검진 검사항목>

① 일반 건강검진 △ 문진과 진찰 △ 신체계측, 혈압측정, 시력·청력 측정 △ 흉부방사선 촬영, 요검사, 혈액검사 △ 구강검진 △ 건강위험평가 △ 인지기능장애 검사 △ 1차 검진 결과 상담

② 암 검진 △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의 발견을 위해 필요한 검사

③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 B형 간염검사, 구강 치면세균막 검사 △ 골밀도 검사, 노인신체기능검사 △ 생활습관평가 △ 정신건강검사

 

일반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려면 우선 건강검진 전문 의료기관에 예약을 하고, 검진 관련 준비물을 우편으로 받은 뒤, 검진 당일 비용을 내고 약 3시간 정도 소요되는 건강 진단을 받는다. 그로 부터 열흘에서 보름 후에 우편이나 이메일로 결과 보고서를 받고, 의사로 부터 결과상담을 받을 수 있다.(참고로 국가가 지원해주는 무료 건강검진은 유아기 때와 생애전환기 때 뿐이다)

건강검진의 기본, 신체계측과 혈압측정

건강검진의 기본, 신체계측과 혈압측정

 

누구나 살면서 큰 병 걸리지 않고, 죽는 날 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식 챙겨 먹고, 운동이며 명상을 해도 모든 질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유전에 의해 혹은 환경에 의해 질병의 발병이 가능하다. 때문에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정기적인 건강 검진이 최선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건강검진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다 안다. 하지만 검진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 채변이나 12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대장내시경이라도 할라 치면 심신이 고단하다. 검진 1주일 전부터 약 복용을 중지하고, 3일 전부터는 음식도 가려 먹어야 한다. 심지어 검사 전일과 새벽에 거쳐 4리터의 물과 장세정제를 복용해야 하기 때문. 비용도 만만치 않다. 기본 검진비만 40여 만원이 든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두려움이다. 큰병에 걸렸으면 어떡하지.. 애들은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
 

건강검진 후 재검이나 큰병이 나올까 두렵다

 

아이들이 콜록이면 바로 소아과로 달려가지만, 자신이 왠만큼 아파서는 동네 내과도 안가고 버티는 게 우리네 엄마들의 흔한 모습니다. 하지만 유독 한부모 여성가장들은 끙- 참기 힘들게 아파도 뭐 대단한 거라고 병원을 가냐며 소염진통제 한두알 먹고, 몸살 감기약 며칠 먹으며 병증을 털어 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뒷감당이 안되서다. 자신이 아파 누우면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고, 아이들을 돌봐 줄 사람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병원에 가지 않는다.

법에 따라 직장인 건강검진과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등이 보편화 되고는 있지만,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저소득 여성가장이 그들이다. 아름다운재단 한부모 여성가장 건강권 지원 대상자(2012년 기준)의 평균 연령은 44세, 월평균 소득은 95만원 가량이며 부양가족은 평균 2명으로 3인 가구를 구성하고 있다. 평균 근로기간은 8년 11개월, 실제로 지원을 신청한 여성가장 가운데 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은 10% 안팎에 불과했다고 하니 대부분의 여성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시간제 또는 계약직 근로자인 셈이다. 

누구나 건강하는 살아 갈 수 있도록 사회적 돌봄이 필요하다

 

아름다운재단의 <한부모 여성가장 건강권 지원사업>은 이런 엄마들의 마음을 읽는다. 병 키워서 더 큰일 치루지 말고, 미리 미리 몸 챙기라고, 그게 아이들을 위한 길이라고 설득한다. 건강하는 살아 갈 수 있도록 손잡아 준다.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을 대상으로 1인당 종합건강검진비 최대 70만원, 재정밀 검진비 50만원, 수술치료비 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들에게 건강검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엄마, 가장, 근로자로서 1인 3역의 삶을 살고 있는 그녀들이 자신을 몸과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녹녹치 않은 삶 중에 건강은 가정의 기반을 흔들 수도 안정감을 줄 수도 있음을 무엇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름다운재단과 같은 민간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본적 권리로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이 보장되길 희망한다. 

<관련 글>

 살아야겠다, 바람이 분다 – 한부모 여성가장 건강권 지원사업 인터뷰

 한부모 여성가장의 건강권을 지키는 자, 대전여민회 최윤정 간사로부터 듣다 

 

아름다운재단은 당신의햇살기금을 기반으로 2003년부터 ‘한부모 여성가장 건강권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변화사업국 변화사업팀ㅣ홍리재희 간사

깨어 있는 삶을 살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종종 힘들때면 탕약커피를 들이킵니다.

좋아할만한 다른 이야기

댓글 정책보기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