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덴 형제와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하여

다르덴 형제와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하여

다르덴 형제 영화를 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배우다

다르덴 형제 영화를 알게 된 건 몇 년 전 미디액트에서 영상 제작 수업을 들으면서부터였습니다. 같이 수업을 듣는 수강생 중 하나가 촬영 선생님을 감동시킨 영상을 찍어왔는데 핸드헬드 기법으로 주인공을 멀리서 쫓아가며 사실감 있게 담아낸 스타일이었습니다. 촬영 담당 선생님이 그 수강생에게 다르덴 형제를 좋아하냐,라고 묻자 그 친구가 그렇다,라고 대답했고, 동기 수강생의 촬영 스타일이 맘에 들었던 저는 도대체 그 형제가 누구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다르덴 형제란를 찾아보니 아래처럼 정보가 뜨더군요.

장 피에르 다르덴 Jean-Pierre Dardenne vs. 뤽 다르덴 Luc Dardenne

 

장 피에르 다르덴 Jean-Pierre Dardenne 과 뤽 다르덴 Luc Dardenne

벨기에 출신의 형제 감독으로 십 여년 간 다큐멘터리스트로 활동하며 벨기에의 작은 마을, Wallonie의 노동자들의 힘든 삶을 담아내는 60여편의 작품을 만들었다. 1986년부터 픽션 영화를 만들기 시작. 벨기에의 이민자 문제,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픽션 아닌 픽션으로 풀어내왔으며, 잘 알려진 영화로는 <자전거 탄 소년>, <로제타>, <더 차일드>, <약속> 등이 있다.   – 출처 IMDB – 

 

60여 편 가량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이후 픽션을 만들기 시작한 형제 감독. 

픽션이라고 해도 ‘다큐멘터리스트 출신의’,리얼리티가 살아있는’, ‘벨기에 산업지대를 배경으로’,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등의 단어를 들으면 왠지 편한 마음으로, 혹은 시간 때우기용으로 영화를 보기엔 망설여집니다. 그래서 오래 걸렸습니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보기까지.  

영화 <자전거 탄 소년>, 자신을 버린 아빠에게 계속 전화를 거는 시릴

 

4년 전에 들었던 수업에서 다르덴 형제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3년이 지난 작년에서야 <자전거 탄 소년>을 처음으로 이 아름다운 형제 감독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헛헛했던 작년 여름, 영감을 주는 작품이 보고 싶었고 왜인지 다르덴 형제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자전거 탄 소년>에서 영화 속 아이의 차가웠던 눈빛, 그 눈빛이 신뢰를 가진 따뜻함으로 변화하는 순간을 영화 속에서 주인공과 함께 경험하다 보니 다르덴 형제의 다른 영화들을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이후 <아들>, <로나의 침묵>, <로제타>를 보게 되었고, 몇 달 전 <더 차일드>를 만났습니다.

영화 <더 차일드>,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할 때까지의 기다림 

영화 <더 차일드>, 아이들이 훔쳐온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브루노

 

영화 <더 차일드>에는 브루노와 소냐라는 어린 커플이 등장합니다. 스무살 브루노와 열여덟살 소냐는 갑자기 아기를 낳게 됩니다. 훔친 물건을 팔며 하루살이를 하던 브루노에게 새로 태어난 아기(지미)는 새로운 수입원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훔친 물건을 팔듯, 암시장에 지미를 팔아버린 브루노. 아무런 감정도, 죄책감도 없이 저지른 이 사건은 브루노의 일상을 점점 복잡하게 만듭니다.

이제 막 태어난 브루노의 아기 ‘지미’는 브루노가 그 전에 팔았던 그냥 ‘물건’중의 하나가 아니었던 겁니다. 복잡하고 답답한 상황은 계속 이어지고 일들은 꼬입니다. 이 과정에서 여전히 스무 살 어린아이였던 브루노는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경험합니다. 죄책감, 책임감, 연민 같은 감정을 말이죠.  

영화 <더 차일드>, 버렸던 아이를 다시 찾아오는 브루노

 

“스무살 청년이 자신의 아기를 아무 감정도,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얼굴도 보지 못한 사람에게 팔아버린다?”

윤리적으로, 사회 통념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입니다. 어떻게 저런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너무 놀라 심장이 두근거리도 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아마 비슷한 반응이었을 것 같은데요. 그 과정에서 저도 모르는 사이 브루노라는 아이에 대해 판단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윤리 의식이 부족하고, 아버지가 될 자격도 없는 철 없는 녀석이라고 말이죠. 

스무 살이나 된, 어찌 보면 다 큰 성인이 엄청난 ‘잘못’을 했으니 그 죄값을 ‘혹독하게’ 치러야 한다고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무의식 중에 영화가 좀더 드라마틱하게 흐르길 기대하면서 말이죠. 

영화 <더 차일드>, 아이가 없는 유모차를 끌고 생각에 잠긴 브루노


브루노를 바라보는 다르덴 형제의 태도, 예상을 벗어나다 

다르덴 형제는 이 청년을 멀리서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지나친 클로즈업도 없고, 괜한 음악으로 감정 이입하는 장면도 없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일이었는데, 아이도 다시 찾아왔는데 자꾸 꼬여버리는 이 현실을 브루노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이를 통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급하지 않게 브루노의 속도로 따라가면서 카메라는 기다립니다. 

누가 봐도 이해가지 않는 행동을 했지만, 그 행동 자체로 브루노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잘못되었다는 판단 조차 못한, 아니 할 수 없게 만든 브루노가 살아온 삶. 다르덴 형제는 그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브루노가 스스로 그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합니다. 그 시간 동안 보는 저 역시 브루노에게 대한 급한 판단을 유보하고 한번 더 고민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 <더 차일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일은 자꾸 꼬이고 점점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브루노


피사체에 대한 감독의 진정성 어린 시선, 기부와 대상과의 관계를 고민하다 

영화를 볼 때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어쩌면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란 부분에서 주제와 피사체에 대한 연출가의 철학과 태도가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더 극적으로, 자극적으로 브루노와 소냐의 비참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과한 음악 사용이나 편집을 활용한 기교로 눈물을 쏙 빼 놓는 감정 조작을 시도해 볼 수도 있겠죠. 그런 방식이 어쩌면 MSG처럼, 인스턴트 음식처럼 맛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르덴 형제는 기다립니다. 영화 속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순간을 찾을 때까지, 관객이 그 인물의 입장에서 같은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게 될 때까지 말입니다. 

영화 <더 차일드>, 아이는 또 낳으면 된다고 하는 브루노를 이해할 수 없는 소냐

 

요즘 온라인에, 지면에, TV에  ‘기부’를 위해 생산된 다양한 이미지가 넘쳐납니다. 다양한 광고와 캠페인 이미지 속에는 지원 대상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그 이미지들을 보면서 가끔 의문이 듭니다. 도움이 필요한 그 누군가가 주체적으로 발언하고 있는지, 아니면 여전히 대상화되어 객체로 머물러 있는지 말입니다. 

기부 문화가 많이 성장했다고 합니다. 다양한 대상에게 기부해달라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에서 많이 들립니다.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우리들이 비영리 ‘마케팅’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노력이 부족한 건 아닌지 항상 점검하고 경계해야 할 겁니다. 그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손잡고 고민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니까요. 아름다운재단 홍보팀에 있는 저 역시 이 부분을 늘 명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르덴 형제의 피사체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존중

인간에 대한 믿음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겸손함

속단하지 않고 담담하게 주인공의 삶을 보여주는 인내심

 

이런 것들이야말로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저희가 치열하게 갖춰 가도록 노력해야 할 태도가 아닐까요? 

 

# 영화의 마지막

브루노는 감옥에 있습니다. 소냐가 방문을 합니다. 말 없이 소냐의 얼굴을 보던 브루노는 눈물을 터뜨립니다. 그리고 영화는 불현듯 끝이 납니다.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주지도 않고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알았습니다. 브루노가 저 눈물 뒤에서 성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죠. 

이미지 출처ㅣDaum 영화

 


다르덴 형제가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겸손한 태도, 본받고 싶습니다. 😀

아름다운재단은 1%기금을 통해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의 이웃과 손잡고 싶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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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살면서 혹은 일하면서 굉장히 자주 잊어버리는게 태도, 자세 이런거 같은데요. 결국 가슴에 닿는 진정성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건 태도, 자세인거 같아요. 중요한 부분!
    브루노의 이야기를 보면서 어제 소년원 봉사가는 친구가 했던 얘기가 생각나요. 그 애들과 얘기하다보면 소년원 나가면 또 죄짓기 싫어도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곳은 원래 있던 그 곳밖에 없다고 한다며… 친구는 그 애들이 돌아갈 수 있는 다른 곳을 만들어주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렇네요. 저도 이 감독의 영화를 찾아봐야겠어요!^^

    • 루나엄마말하길

      그 곳이 아닌 다른 곳에 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인물의 힘이 있어서인지 굉장히 흥미있게 진행돼요. 시간 되실 때 보시길 강추드립니다~~! >.<

  2. ㅇㅇㅇ말하길

    감옥에 들어간 얘기는 왜 하는 거지. 스포일러면 스포일러라고 미리 경고를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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