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연습이 필요해

함께 걷는 연습이 필요해

요즘 뭐 할 때 제일 즐거우신가요?

산책하고 신난 루나, 저희 집 강아지 루나를 소개합니다~!

 

요즘 뭐 할 때 제일 즐겁냐고 누군가 저에게 묻는다면 저희 집 강아지 루나와 산책할 때라고 대답합니다. 퇴근 후 음악을 들으며 루나와 천천히 동네를 거닐 때가 하루 중 가장 평화롭게 느껴집니다. 낮에 쓸데없이 했던 걱정들, 괜히 복잡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머릿 속에서 비우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는데 이것이야말로 좋은 명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루나와 함께 걷는 것이 처음부터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저로 설명드릴 것 같으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끼 고양이도 만지지 못하고, 강아지들이 좋다고 달려오면 도망가고, 각종 동물을 멀리하던(무서워했던 것 같아요) 사람이었고, 루나는 수줍음이 많아 처음에 다가가기가 어려운 유기견 강아지였습니다.

처음 루나를 만난 날. 빤히 저를 쳐다보는 눈빛이 한참 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입양 후 나중에 알게 된 루나의 구출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애니멀 호더*에게 키워지던 루나가 다른 개들과 함께 구출되어 보호소에서 지내다가 강아지를 낳습니다. 새끼 강아지들은 한 마리 두 마리 입양을 갔으나 나이도 있고, 몸도 좀 아팠던 루나는 (게다가 수줍기까지 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아 보호소에 1-2년 지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한 독일인 친구에게서 임시 보호를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친구 역시 다른 강아지를 임시보호 하려고 했었는데 혼선이 생겨 루나를 데려왔던 거라고 해요. 저는 금붕어를 살 곳을 알아보고자(!)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루나의 입양 비디오를 보게 되었고, 2013년 1월 눈이 많이 내리던 날 강아지 카페에서 루나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 이후 남산에서 같이 산책을 하고 두 번 만남 끝에 루나를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 애니멀 호더란?  가장 심한 동물 학대의 하나로, 사육능력을 넘어선 지나치게 많은 수의 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뜻함

 

7개월 전 루나를 처음 입양을 할 때만 해도, 늘 웅크리고 앉아 있고, 다가가면 약간은 경계를 하고, 잘 웃지도 않아서 ‘과연 잘 키울 수 있을까’, ‘나를 좋아할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처음 집에 와서 며칠 동안 저렇게 웅크리고 앉아 있었답니다. :(“

 

루나는 마티즈 잡종견이라 눈곱이 잘 끼는데요. 처음엔 눈곱을 닦아주려고 하면 얼굴을 자꾸 피하고, 싫어해서 한 동안 가만 내버려두기도 했습니다. 제가 브러쉬를 사용할 줄을 몰라서(배우는 것도 무서워서) 동물 병원에 갈 때마다 눈곱 청소를 부탁하는 수준이었어요. 잠깐 루나를 돌봐주던 임시보호자에게서 씻는 걸 싫어한다는 소리를 듣고 데려와서 한달 동안은 씻기지도 못하고 루나 눈치만 보기도 했습니다.

처음 산책하던 날, 잘 웃지 않던 루나

 

같이 걸을 때 신나서 빨리 걸으면 그 속도에 맞추느라 제가 거의 뛰어다니다보니 주변 사람들한테 왜이렇게 걷는 속도가 빨라졌냐는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이렇게 컨트롤을 잘 못하다보니 루나가 갑자기 이상한 방향으로 뛰어가서 사고를 당하면 어떡하지라는 망상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같이 산책을 하러 나갈 때면 마음이 편하지가 않고 늘 신경이 곤두서 있었습니다. 

특히나 루나는 다른 강아지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저 멀리서 다른 강아지가 걸어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제가 먼저 불안해하며 괜히 다른 강아지 주인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했답니다. (괜히 안 돼, 안 돼 소리치며 불안에 떠는…..흠…네, 좀 유난이었습니다.)

강한 힘으로 저를 이끌고 있는 루나.


이 모든 불안은 몰라서 시작된 거였습니다

알고보니 루나는 제가 천천히 걸으면 천천히(목줄을 탄탄하게 당겨주면 돼요) 빨리 걸으면 빨리 걸어오는 녀석이었습니다. 걷다가 다른 곳으로 가고 싶거나 집에 가고 싶으면 가만히 멈춰서서 의사 표현도 하고요. 

얼굴에 빗을 대는 건 싫어하지만 계속 눈곱을 닦아주다보니 그 1분은 견딜 수 있는 아이였고, 씻어줄 때면 싫은 티를 내면서도 몸을 말려줄 때까지 인내심있게 기다릴 줄 아는 착한 강아지였습니다. 

괜히 소리를 내면서 달려드는 강아지는 싫어하지만 조용히 예의바르게 다가오는 강아지들과는 반갑게 인사를 할 줄도 알고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이 녀석은 이럴 거야, 라고 생각했던 제 불안감이 오히려 루나와의 관계에서 선입견을 가져왔던 것 같습니다.

첫 미용 받은 날. 잠깐 얼굴을 못 봤다고 신나서 달려옵니다.

 

제 침대인지, 루나 침대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저도 조금씩 제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산책하기 전 목줄을 채워 줄 때면 바닥을 툭툭 치면서 앉는 연습을 시키고 (반복을 하니 정말 앉더라구요), 신호등 앞에서 서 있지 않고 앉아서 기다릴 수 있게 훈련을 시켰습니다. 

자동차가 오거나 복잡한 거리에서는 목줄을 살짝 당겨서 길 가장자리로 걷게 하고, 괜히 고집을 부리며 걷는 것을 거부할 때 상냥한 목소리로 루나를 부르며 꼬시는 방법도 터득했습니다.

제가 가게에 들어간 사이 참하게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루나

 

 비록 함께 산지 7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느새 루나와 저는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루나!” 이름을 부르면 저에게 다가오고, 배를 보이고 누워선 만져달라고 저를 툭툭 치기도 합니다. 제가 집에 늦게 오면 화가 날 텐데도 저를 본 게 신나서 반갑게 꼬리를 흔듭니다.

같이 걷다가 냄새 맡고 싶은 곳이 있으면 멈춰서서 저에게 신호를 보내고, 잠자기 전이나 아침에 일어나선 늘 배를 만져달라고 철푸덕 누워버리기도 합니다. 누운 채로 앞발을 들어 만져달라고 보챌 때는 어찌나 귀여운지, 예전엔 이 아이 없이 어떻게 살았었나 싶습니다.

산책중. 어디로 갈까 귀를 쫑긋 세우고 고민하는 루나

 

 처음엔 어떻게 만져줘야 하는지,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모든 것이 어렵고 두려웠는데 서로의 시간이 쌓이고 연습이 쌓이다보니 이제 어디를 만져주면 좋아하는지, 어디는 싫어하는지, 산책할 때는 어떤 속도로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게 되었습니다. 

연습이 필요합니다

항상 저 왼 손을 흔들며 마사지를 해 달라고 합니다. 이제 제법 편안하게 누워 느끼고 있네요.

 

처음 루나를 데려왔을 때 어떡해야 할 지 우왕좌왕했던 제 모습을 떠올려보면 지금 너무 익숙하게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이젠 눈곱도 잘 닦아주고, 목욕도 잘 시켜요~ ^^) 루나도 저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 같고 저 역시 루나의 언어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가끔은 서로를 몰라서, 알아가는 시간이 부족해서, 
괜한 선입견으로 시작도 하지 못하는, 괜히 두렵기만 한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이 다소 어렵고 고생스럽더라도,
익숙해지는데, 서로 편해지는 데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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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ㅎㅗㅇ말하길

    짠 합니다. 마지막 사진 평화롭네요..

  2. 연습이필요한사람말하길

    루나를 이해하고 루나와 친해지는 시간..
    감동이에요~
    아..생명은 모두 소중한…..거죠……

  3. angela말하길

    사랑이 흘러넘쳐 뚝뚝 떨어지는듯한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4. 지니말하길

    따뜻한 느낌 ~

  5. ‘좋아한다, 안한다’로 나뉘는 사람들을 만나봤을뿐 낯설었던 하나의 생명체와 친해져가는 이야기를 들은건 거의 드문 경우 같아요~ 그래서 그 느낌이 신선하고. 예전에 울 냥이들을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나네요~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루나와 서로 더 이해하는 동반자가 될거라고 생각해요(낯 가리고, 예민하고, 겁쟁이인 고양이와 함께 살아본 결과는 그러해요.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친해져요~~ ^^ㅋㅋㅋ) p.s 밝아진 루나 표정이 넘 좋아요 ^^* 행복해보여~ 애들의 편안하고 행복한 표정이 넘 좋아요~~~~~

    • 루나엄마말하길

      네, 두비두비님 말씀대로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아질 거라고 믿어요. 언제부턴가 저희는 가족이 되었답니다~ 두비두비님 고양이 이야기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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