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낳기만 하면, 그걸로 끝인가요?

많이 낳기만 하면, 그걸로 끝인가요?

여성이 많은 곳에서 일을 하다보니 주변에 ‘엄마’들이 많이 계십니다. 제가 있는 홍보팀만해도 딸 둘인 팀장님에 아들 둘인 간사님이 계시지요. 4인 가족. 어렸을 때 교과서 삽화에 많이 나오는 ‘다복한 가정’의 상징인지라 아직 미혼인 저로서는 많이 부럽습니다.

그런데 지켜보면 볼수록 ‘엄마’로 살아가는 일이 참 간단치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가 아프면 학교나 어린이집에서는 무조건 엄마에게 전화를 합니다. 학부모수업도 보통 엄마들이 준비합니다. 늘어지게 쉬고 싶은 주말에 밀린 살림을 하며 아이들 세끼 식사를 차려주는 사람도 엄마입니다. 하물며 쑥쑥 자라는 아이들의 성장을 고려해 옷과 신발을 때에 맞춰 사는 일까지 모두 엄마의 몫입니다.

엄마들의 책상에는 항상 이렇게 아이들의 자리가 있습니다.

엄마들의 마음은 다 비슷한가 봅니다.

 

같은 시간동안 재단에서 저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신데 이 분들은 ‘엄마’라는 역할도 소화하셔야 합니다. 제대로 소화하고 계신걸까? 그냥 꾸역꾸역 밀어넣고 계신거 아닐까? 저러다 병 나진 않을까? 미혼인 저로서는 내가 ‘엄마’가 되면 어떨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감히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생명을 잉태하고 낳는 일은 상당히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언론에서 쉴새없이 이야기 할 정도로  출산율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지 않습니까.

국가에서는 출산장려금을 준다, 배우자 출산휴가를 준다는 등 출산 장려정책을 펴고 있고 지자체에서도 셋째에게 지원금을 주는 등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분주합니다. 출산, 보육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예산을 3조원 이상 늘렸다고 하고 저출산이 미래에 미칠 무시무시한 영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데도 매일 직장에 나와 일하며 생활비에 내 몸 하나 누일 집 한칸을 고민하다보면 아이를 낳아야한다는 당위만 남을 뿐, 정말 낳고 싶다 낳아서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힘듭니다. 얼마든지 낳을수야 있죠. 그런데 정말 솔직히, 잘 키울 자신이 없습니다.

출산장려 공익광고. 내용은 좋지만 이걸 보고 임신을 결심하는 여성은 몇이나 될까요

 

그런데도 큰 용기를 내 결심을 한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는 정부에서는 이런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을까요? 아름다운재단에 손을 내미는 엄마들을 보면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태어난지 24시간이 지나 갑자기 위독해진 이른둥이들은 아무리 생사를 넘나들고 막대한 치료비가 들었다해도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라는 이유로 한국 정부로부터 이른둥이 치료비 지원을 거부당한 엄마는 결국 사랑하는 아기를 하늘로 떠나보냈습니다.

중증 장애 아동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보조기구 중 정부는 ‘의자에 가만히 앉는 것’ 만 지원합니다. 다음 단계, 그 다음 단계의 보조기구만 있으면 열심히 연습해 혼자 서고 걸으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할 수 있지만 상당수 엄마들은 아이들 성장에 따라 자주 바꿔줘야 하는 보조기구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오늘, 소중한 생명을 낳아 제대로 길러보겠다 결심한 어느 엄마는 이른둥이를 낳았을 것이고 어느 엄마는 몸이 불편한 아기를 낳았을 겁니다. 모성은 이 아기들이 자라면서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줄 겁니다. 하지만 ‘모성’이 모든 어려움을 다 떠안을 수는 없습니다. 엄마들은 나라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고 있을텐데 정부에서는 이들을 자식을 잘 키우고 싶은 한명의 엄마로 바라보며 가장 타당한 정책을 고민하고 있는지. 솔직히 의문입니다.

정책은 많은 현실 조건들에 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다, 형평성에 어긋난다 등등. 그것을 모르는바 아닙니다. 하지만 그 바탕에 인간에 대한 이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 자신의 자식들이 이 나라에서 행복한 삶을 누렸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출산을 장려하면서 정작 큰 맘 먹고 낳아서 잘 키워보려고 하는데 “여기까지면 됐지?” 하며 슬그머니 외면을 해버리려 한다면 엄마들은 너무 서운할 겁니다.

이른둥이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에게 어느 출산 담당 공무원은 “출산 장려 정책에만 막대한 예산을 들일 것이 아니라 이런 곳에 지원이 돼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합니다. 낳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편히 낳을 수 있게 하는 사회. 엄마들이 어떤 아기를 낳든 그 아이와의 행복한 미래를 마음껏 그릴 수 있는 사회. 그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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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은 엄마들이 행복한 세상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엄마와 아이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여전히 존재하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지원하고 정책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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