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공익활동가 쉼 지원사업] 쉼 그 길에 서다

사진 신동근

시민사회는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한 주요한 동력으로, 사회의 다양한 문제해결, 정부의 공공재 공급의 보충적 역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의 옹호, 공론장과 사회적 자본 창출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대부분 비영리기반의 시민사회단체 공익활동가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어 지속가능한 공익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이들의 소진을 예방하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공익활동가 쉼 지원사업은 활동과 삶의 조화를 위한 쉼 활동 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공익활동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지원사업입니다. 이 글은 2020 공익활동가쉼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활동한 생태보전시민모임 신동근님의 후기입니다.

2020년 봄

이런저런 이유로 1년 미뤄졌던 안식년을 뒤늦게 갖게 되었다. 1년이라는 세월은 무엇인가를 꿈꾸기에는 무척이나 달콤한 시간이었지만 정작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은 여러 이유로 선뜻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았다. 어쩌면 코로나19로 인하여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이 대단히 조심스러운 시기이기도 했던 탓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달력에 빼곡히 적어 놓았던 안식년 동안 해보고 싶었던 다소 희망적이었던 여러 일정들이 쓸모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할 수 없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지워 나가다 보니 남는 것이 별로 없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공익활동가 쉼 지원 사업을 알게 되어 새로운 계획을 짜게 되었다. 7월부터 12월까지 무엇을 하면서 쉴 수 있을까? 과연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과연 쉼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일일까? 이런저런 고민도 좀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쉼 지원 사업을 통해 대략 70퍼센트는 좋아서 나머지 30퍼센트는 약간의 의무감으로 참 많은 곳을 다니고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사진 신동근

수 십 년 동안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리저리 분주하게 살아왔던 삶이 몸에 밴 탓일까? 쉼 지원 사업 선정 이후에도 그동안의 일상과 다르지 않게 일찍 일어났고 달라진 것이 있다면 카메라와 쌍안경을 챙겨 길을 떠났다는 점이다. 처음 쉼 지원 사업에 응모했던 내용에 충실하고자 처음에는 계획했던 코스대로 다니며 그곳의 야생조류를 촬영하고 저녁에 사진을 정리하고 중간중간 SNS에 공유하는 작업을 진행하였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날 그날 발길 닿는 대로 가고 싶었다. 계획에 맞추다 보니 그것이 또 하나의 일로 다가오고 있었고 그것을 최대한 덜어내고 싶었다.

사진 신동근

사진 신동근

처음 오리엔테이션 날 일 많이 하지 말고 쉼 지원 사업 취지에 맞게 쉬라고 했던 담당자의 말을 되뇌며 이건 일이 아니라 쉼이라고 수없이 되새기며 다녔지만 몸에 밴 오랜 습관은 떨쳐 내기 쉽지 않았다.

다니다 보면 몇 번이고 다시 오고 싶은 곳도 있고 한곳에서 머물며 아주 오랜 시간을 보낸 곳도 많았다. 비가 오는 날 커다란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아무도 없는 하천을 거니는 것은 아주 오래전 잊고 있었던 내 안의 감성이 새록새록 다시 멀리서 찾아오는 거 같아 너무 좋았다. 특히 노을 지는 한강 그리고 그 노을빛을 받으며 그곳에 한가로이 오가는 새들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어서 와서 보라고 손짓하고 싶었다. 반면에 아주 예쁘게 정비되어 있어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정작 내가 보고자 했던 새들은 거의 볼 수가 없는 곳들도 적지 않았다. 정비가 잘되어 많은 시민들이 오가며 편히 앉아 쉴 곳도 많은 하천이 좋은 것일까? 아니면 조금은 불편하고 정비가 안된 듯 보여도 여러 야생조류들을 만날 수 있는 하천이 좋은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 속에 지난 6개월을 보냈다.

사진 신동근

이곳저곳 다니다 보면 쌍안경을 들고 카메라를 메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보고 촬영하는 내가 신기했는지 중간중간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혼자 여행을 다니는 중간에 그들과의 짧은 만남은 때로는 단조로울 수 있었던 내 활동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또한 논병아리 뿔논병아리 비오리 동고비 후투티를 비롯하여 많은 야생조류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하였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촬영했던 사진들을 엽서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며 다녔다. 한 장 두 장 점점 나누어 주는 양이 늘어나다 보니 가방에는 언제나 한 뭉치의 사진엽서가 담겨 있었고 이를 통해 좀 더 사람들과의 작은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다니다 보면 의외로 야생조류 꽃 나무 등 자연 생태에 관심이 많고 또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에게서 배우는 것도 많았다. 어쨌든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자연과 생태에 작은 호기심이라도 갖게 해서 나름 성공했다고 자부하며 다닌 건 나만의 작은 성과였다.

사진 신동근

때 이른 겨울비가 내린다.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우산 하나 들고 집에서 멀지 않은 하천에 나가 홀로 걷는다.
그곳에는 내리는 비로 인해 새들의 모습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지만 길이 있고 쉼이 있다.

사진 신동근

변화사업국 변화지속팀ㅣ임동준 간사

"재단은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과 그 사업을 지원하는 기금마련이 한국사회발전의 열쇠라는 것을 공감하며 우리가 시민과 공익운동을 잇는 아름다운 가교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결의한다 199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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