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소년, 건강하니?

대한민국 청소년, 건강하니?

“대한민국 청소년, 건강하니?”

그 대답에 청소년들이 흔쾌히 OK라고 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OK라고 답할 수 없다는 것을 청소년들도 알고 어른들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OK라는 답을 못해서 라기보다는 OK할 수 없는 이유가 서로 다르다는 데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다름이 큰 간극을 만들고, 그 간극들이 청소년의 행복한 삶을 지금이 아닌 내일로, 미래로 유보시키는 차별들을 양산해 내고 있지만 이 간극들을 좁혀나가지 않으면서 여전히 “청소년은 문제야”라고 혀끝을 차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입 닥치고 공부해.”

그러나 입 닥치고 공부한다고 해서 이후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 좋은 대학=좋은 일자리=행복한 삶이라는 등식이 이젠 거짓말이라는 것 쯤은 청소년들도 이미 알고 있다. 더 이상 “입 닥치고 공부해”라는 말로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청소년들의 현재적 삶을 찌질한 찌질이로 살도록 내버려두지 못할 것 같다.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들이 한해 7만 명 정도에 이르고 있고, “투명 가방끈”을 외치며 대학입시 거부선언까지 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말 필요한 것은 청소년들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순간을 선택하면서 책임 있게 살아 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또 어쩔 수 없는 순간에도 도전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를 품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대한민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위기의 숫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위기의 체감온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위기의 숫자 가운데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빠르게 바닥으로 내려가게 하고 있는 빈곤의 숫자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은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는 우월감이나 기성세대의 몰이해로 인한 낙인 효과, 행정 편의적인 반교육적 방침 등으로 인해 계층간을 더욱 차별적으로 나누어 놓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은 요즘 이렇게 말한다.
“나 학원 다녀!”
무료로 다니는 지역아동센터는 자존심에 상처가 되면서 아이들은 주변의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에 다니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경제적인 열등감과 패배감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몇푼의 동냥 같은 지원금이 아니다. 다른 아이들과 동일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섞여 동일한 존중과 격려를 받을 수 있는 교육환경이다.

서로 다른 환경과 여건을 가진 아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긍정적 결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교육, 서로 다름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배울 수 있는 교육, 그 교육 과정들을 통해 아이들이 서로의 갈등에 끝까지 마주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도록 하는 계층간 통합교육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그렇다면, 다양한 위기에 놓여 있는 위기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들의 잃어버린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먼저  위기에 처한 원인이 자신들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청소년들이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위기상황 때문에 기본적인 잠재능력이 손상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밥을 굶는 것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청소년들의 미래가 불안하고, 삶이 팍팍한 것이 청소년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어른들이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10만 명이 한 명을 살찌우게 만드는 정말 허술하기 짝이 없는 승자독식의 경쟁적 구조. 그 속에서도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과 소질을 최대한 살려서 함께 살아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새로운 방식들을 찾아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모든 기술과 기능이 같은 수업 연한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각기 다른 기능에 필요한 수업 연한을 만들어 낸다면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른들 보다 더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 거울만 보는 거울공주와 왕자, 잠만 자는 숲속의 공주와 왕자들… 이런 아이들에게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뜨거운 심장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 스스로 찾고 요구하는 일이 수월해 질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루소는 자식을 불행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언제나 무엇이든지 손에 넣을 수 있게 해 주는 일 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더 이상 루저가 되지 않도록 자신이 바라는 것을 찾고 이루도록 돕자. 스스로 행동하고,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면서 몸으로 체득된 경험이 많아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한 때다. 그래야 적어도 앞으로 살아갈 삶을 포기하지 않고, 야무지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김지수(아름다운재단 미래세대영역 배분위원/당동 청소년문화의집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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