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서On소식] 동네언니와 마이크 골고루 나누기

아름다운재단은 지역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중 지역의 다양한 공익활동/활동가가 서로 연결됨으로써 지역 내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구축·확장하는 ‘지역시민사회 네트워크 지원사업’은 2019년 경북안동에서 아름다운재단과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지원사업을 통해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는 청년을 중심으로 안동 지역 사회 문제를 발굴하고, 함께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갈 시민, 활동가 및 활동단체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안동에서On소식]은 2020년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가 펼친 주요 활동을 소개하는 총 3편의 블로그 시리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안동 언니들의 활동과 삶에 대해 들어보는 ‘동네언니’를 소개합니다. 

✅동네언니_지역의 여성 리더, 활동가를 강사로 초빙하여 지역 여성으로의 삶, 지역 활동에 대한 주제로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집담회

페미니즘의 ㅍ도 꺼내기 어려운 현실 

몇 년 전, 한국 사회 미래를 전망하는 포럼이 있었다. 사회 각처 명망 있는 연사들이 대거 무대에 올랐는데, 이들 전부가 남자였다. 한국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에 여성의 자리는 없었다. 눈앞에 드러난 불평등한 구조를 인식한 사람들은 대화를 이어가며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이후 컨퍼런스, 포럼, 강연 심지어 멘토링에서도 성비를 균등하게 맞추기 위한 노력이 일어났다. 기획과 섭외에서만큼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자리로 돌려놓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모든 자리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가 여전히 견고한 분야나 지역으로 가면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 꿈쩍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인 안동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경상북도 정책영역별 성평등 수준과 순위 표, 경북이 낮은 순위를 보이고 있다.

출처. 2019 지역별 성평등 수준 분석 연구 (여성가족부. 2019) (※16개 시도 성평등 수준 분석 자료)

페미니즘의 ㅍ도 꺼내기 힘들만큼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이 전면에서 목소리 낸다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다. 그렇다고 현장에 ‘여성들’ 이 없지 않다. 안동 사회 어느 곳에서든 주체적으로 활동하며 활약하는 여성들이 존재한다. 다만 그들이 주목받을 기회가 없어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성평등은 지역사회에 필요한 여러 가지 공익적인 주제 중 하나다. 성평등은 특정 지역을 넘어선 전국적인 이슈지만 지방 소멸이 화두인, 청년 세대가 빠져나가는 지방 중소도시·농촌 지역만의 특색이 있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 하는, 유교 문화가 발달한 경북 안동 지역은 전통문화와 맞물린 성평등 문제가 있다. 명절, 제사, 성씨 문화 모두를 관통한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현실은 이렇다’가 아닌, ‘그래서 어떻게 변화를 만들 것인가’다. ㅡ 허승규,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 (출처. 한겨레, 2020.5. 10)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는 남성 중심적인 지역에 ‘성평등 가치를 확산하고, 또 여성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욱 풍성하게 담아내는 안동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지역은 현실은 이렇지만,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어떻게 그중 하나로 나이 지긋한 남성 어르신들만 마이크 잡는 지역 분위기를 바꿔 ‘마이크 골고루 나누기’를 실천해 보기로 했다.

 

그동안 마이크가 없어서 못 떠들었니더! 동네언니 만나고픈 청년들, 어서오이소!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는 ‘동네언니’ 강연회를 열어 여성 활동가를 연사로 세우고, 안동 청년들을 초대했다. 50대 이상 남성이 대다수인 정치판에서 활동하는 ‘정치하는 언니’, 지역의 역사와 시간을 기록해온 ‘기록하는 언니’, 일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말해온 ‘노동하는 언니’, 안동지역 다문화가족을 지원하는 ‘글로벌한 언니’들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그들의 생생한 활동과 그간의 삶의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

동네언니 4개의 포스터 : 정치하는언니, 기록하는언니, 노동하는 언니, 글로벌한 언니

출처.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기는 힘들었지만,  소수로 모인 동네 언니와 동네 동생들은 일, 지역, 활동, 그리고 앞으로에 대해 깊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동네언니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모여 앉아 동네언니 강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음.

출처.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사실 기존에 보아왔던 화려한 PT도, 뛰어난 언변으로 사람을 홀리는 정도의 강사도 아니었지만 웃음과 진솔한 이야기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 두 시간이었다. 그리고 정치하는 언니 정복순의 여러 갈등의 벽을 넘는 ‘처음’의 순간에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그 ‘처음’이 있었기에 조금은 수월한 두 번, 세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동네 동생으로 감사함을 전해본다. ㅡ 동네언니 1강 ‘정치하는 언니’ 참가자 후기 中

백소애 기록가 언니 덕에 안동을 그저 그런 내 고향으로 생각하는 걸 조금 버렸다. 안동도 어찌 보면 개성있는 어떤 사람일수도 있다. 기록가 언니가 ‘김 안동’씨를 앞에 앉혀두고 계속 질문하면서 이 사람의 숨은 매력을 파헤친다면, 나는 그 매력을 소비하고 활용할 책임이 생긴다. 솔직히 자신 없다. 아직 막연한 책임감이다. 그치만 뭐, 집에 드러누워 안동어른들 욕만 하는 것보단 훨씬 당당하니까. 어떻게 매력들을 쓸지 같이 고민할 사람부터 찾아봐야 한다. 일단 이 네트워크에서 찾아볼까..싶기도? ㅡ 동네언니 2강 ‘기록하는 언니’ 참가자 후기 中

 

몇 명의 여성 활동가가 마이크를 갖는 것으로 안동 지역의 가부장적 사회구조를 전부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단박에 이루지 못할지라도 서서히 변화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은 동네언니가 마이크를 잡은 순간부터 시작됐다. 이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듣고 또 나누었던 참가자들은 이제 더 이상 여성 활동가가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무대에 낯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많은 자리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될지도. 그런 변화의 마음들이 모여 지역 사회에 파장을 만든다. 언젠가 그 파장이 철옹성 같은 가부장의 세계를 뚫고 여성의 목소리와 참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안동 사회로 변화시킬 수 있기를, 멀리 사는 ‘아는 동생’의 마음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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