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On소식] 쭈이입니다.

‘지리산에 내려와 살면 좋겠다.’ 말은 쉽지만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막상 내려와 산다고 하면 고민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쭈이는 지리산에 내려와 살고 있다. 2018년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이하 지리산 센터)의 공동체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원래 살던 인천에서 이곳 먼 곳까지 내려온 것이다. 그런 쭈이를 보며 늘 대단하고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직장을 옮기는 것을 넘어 생활 공간을 통째로 옮겨야 했던 그 대이동을 쭈이는 어떻게 해낸 것일까? 지리산 생활 2년 차이자 지리산 센터 활동 2년 차를 맞이하고 있는 쭈이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쭈이입니다.

지리산권 시민사회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시민, 활동가, 지역, 이슈와 의제,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좀 더 건강하게, 그리고 구성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2018년 12월에 지리산 센터에 합류해 작은변화의 시나리오, 작은강좌, 작은조사 지원사업을 담당했고, 올해는 작은변화 활동가 지원을 맡고 있습니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사업 알아보기 http://jirisaneum.net/business
저는 아무런 연고도 없이 이곳 지리산에서 일하게 된 케이스예요. 그게 가능했던 건 아무래도 평소 관심 있던 도시 바깥의 삶, 그리고 중간지원조직에서 일했던 경험들 때문인 것 같아요. 물론 이곳에서도 집값과 임대료를 걱정하는 삶이지만 지리산 능선에, 새소리, 더없이 쾌청한 하늘과 쏟아지는 별빛들이 크고 작은 위안이 되어주고 있어요. 아직 농사를 꿈꿀 수는 없지만 작은 텃밭도 가꾸고 있고, 계절에 어우러져 피고 지는 꽃들과 채소들로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어 행복한 요즘을 보내고 있어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사무국 활동가들 회의하는 모습 (출처 : 쭈이)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사무국 활동가들 (출처 : 쭈이)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떠오르는 일상이네요. 지리산 센터에서 일한 지 1년 반, 횟수로는 2년 차가 되어가네요. 쭈이에게 그 시간들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지리산 센터에서 일한 지난 1년을 생각하면 ‘아! 내가 이런 멋진 곳에서 일하는구나!’란 생각이 먼저 들어요. 지리산이 주는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내가 일하는 지리산 센터라는 곳이 주는 만족감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이곳에 오기 직전까지도 중간지원조직에서 일을 했어요. 그때는 관, 행정 그리고 시민 사이에서 일하며 일에 대한 회의감과 스트레스가 많았죠. 관과 행정 사이의 갑을관계에서도, 같이 무언가를 도모해야 할 시민들과의 사이에서도 부담과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그런데 지리산 센터는 그전에 했던 일과 비슷하지만 내용과 느낌, 태도와 분위기가 너무 달라요. 지리산 센터 사업과 관련한 사람들을 만나도 부담이 없고, 이분들도 우리를 환영해 주세요. 우리도 그분들이 원하는 뭔가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서로를 의심하거나 긴장하지 않고 만난다는 게 참 소중하고, 그게 업무적으로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는 게 기뻐요.

지리산 센터에서 일할 때도 그래요. 어떤 의견을 제시하거나 행동을 해도 “그래도 괜찮아.”, “아, 그럴 수 있겠다”, “아,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자유롭게 제 의견을 말할 수 있었죠. 물론 아름다운재단과 지리산 센터를 공동 운영하고 있는 지리산이음이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조직형태를 가지고 있고, 도시가 아닌 시골이라는 점, 유연한 사무실 분위기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일했던 여러 곳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일과 사람, 조직에 대한 남다른 태도’를 느낄 수 있었어요. 이곳에서 일하며 겪은 여러 사람들이 주는 느낌과 환대, 일에 대한 열려있는 태도, 다양한 의견을 나누거나 문제제기할 수 있는 환경 등등 그런 것들이 그동안 상상하거나 꿈꿨던 이상향과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김장할 때 모습 (출처 : 쭈이)

김장할 때 모습 (출처 : 쭈이)

1년 반이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네요. 일은 그렇다 하더라도, 도시와 시골이라는 변화된 일상의 차이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산내살이는 어때요?

저는 이곳에 오기 전 인천에 살았고, 친구들을 만나러 주로 서울에 가곤 했어요. 인천과 서울이었지만 그때도 서울 사는 친구들과 서울 외 지역에 사는 친구들 사이 이동거리(교통)와 문화적 인프라, 공간에 대한 감각이 다르다는 걸 체감하고는 했어요.

이곳의 삶도 비슷해요. 자동차가 있느냐, 대중교통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른 삶이죠. 5분 만에 갈 수 있는 마트가 걸어서는 30분이 걸리니까요. 뜨거운 여름, 번듯한 가로수도, 인도도 없이 차도로 위태롭게 걸을 때면 짜증이 절로 나곤 해요. 하지만 제가 살고 있고 지리산 센터가 있는 이곳 산내에서의 삶은 여태 살던 도시와도 다르고, 이곳 지리산 어떤 지역과도 다른 남다름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곳에는 여러 수공예 예술인과 다양한 이야기와 삶을 가진 귀농귀촌인들이 많습니다. 원주민분들 중 그들과의 교류를 즐기는 분들도 있고요. 자전거로 실험과 대안의 삶을 사는 분, 페미니즘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 문화예술을 즐기는 다양한 모임 등등 산내에서는 역동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분들이 많고 그 삶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와 개성들이 표출되는 매력적인 곳이에요.

물론 엄연한 현실도 있어요. 여성 1인 가구로 시골에서 산다는 물리적인 스트레스는 엄청납니다.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면, 도움을 주는 이가 없다면 시골에서 온전한 1인으로 사는 것은 아직 불가능한 도전처럼 느껴져요.

가까이서 본 건 아니지만, 산내에서 적응하고 살아가는 쭈이를 보면 늘 놀라워요. 물론 제가 보지 못한 힘든 시기도 분명 있었겠죠. 그 시간들은 어떻게 보냈을지 궁금해요.

이곳 산내에는 저처럼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일을 하며 사는 분들이 꽤 많아요. 사람마다 그런 계기와 시작, 어려움과 지속이 있었을 것 같아요. 전 우선 산내라는 곳이 그런 새로운 시작, 실험을 할 수 있는 모험과 도전이 꿀처럼 흐르는 곳이라 생각해요. 산내의 이런 분위기를 이루는 구성원들 즉 주민들의 아우라가 크겠지요. 사실 전 시골살이 학교와 페이스북 친구 등을 통해 이전부터 산내 주민들과 인연을 맺고 이곳에 와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여기 사무국 구성원들도 제가 이곳에서 자리 잡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제가 여기서 삶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어찌 보면 책임감도 컸던 것 같아요. 그 책임감은 일에 대한 책임감도 있고, 나를 여태 보아온 기대해준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질문을 좀 바꿔, 일 이야기로 돌아가 볼게요. 이미 상반기가 지났지만, 올해부터는 쭈이가 지리산 센터의 사업국장 직책을 맡게 되었잖아요. 어떤 변화가 좀 있었나요?

사업국장이 되었다고 해서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아요. 그래도 한 가지 꼽자면 다양한 사무국 활동가들이 사업들을 서로 잘 알 수 있게끔 같이 하는 자리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점? 이전에는 센터장님과 사업 담당자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센터 활동가들이 주요 회의에 거의 함께 참여하고 있어요. 어떤 과정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심사를 하며 어떤 모임이나 단체와 함께 하게 되는지 등 한 자리에서 공유하죠.

참, 센터에 올해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에요. 올해 센터에 공간이 생기거든요. 5~6명의 활동가가 오밀조밀 모여 일했던 사무실과는 전혀 다른 물리적 공간이 생기는 거죠. 공간이 주는 파장과 역동이 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공간을 중심으로 우리가 나누는 상상들이 이루어져 지역사회가 마을을 넘어 다른 지역, 한국, 그리고 세계와 이어지면 좋겠어요.

일, 지리산 말고. 마지막으로 쭈이가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개인적으로 평일 저녁의 삶이 윤택할 수 있도록 악기를 배워볼까? 생각 중이에요. 아니면 야구팬이 되어볼까? 고민하고 있어요. 아직 특정 구단의 팬은 아닌데요. 혹시 추천할 구단이 있나요? 🙂

📸쭈이의 지리산 사진 

반료묘 키키가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 (출처 : 쭈이)

반료묘 키키 (출처 : 쭈이)

지리산하면 떠오르는 많은 사진들이 있지만 그중에 제가 고른 사진은 지리산 집에 제 반려묘 키키와 함께 있는 사진입니다. 사진 속 고양이가 피부병이 생겨 지리산으로 요양을 온 상황인데요. 태어나 내내 아파트에만 살던 녀석이 산골 시골집에 살면서 새도 함께 보고, 눈도 함께 봤던 추억이 담긴 사진입니다. 지리산 첫 해, 첫 겨울을 함께 보낸 추억이 담긴 사진이고요. 이 사진만 보면 따뜻하고 마음이 몽글거려 살아있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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