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On소식] 재향입니다.

올해 초 재향이 회계 담당자로 센터에 새롭게 합류하게 되었다. 얼마 전 그만둔 나비의 자리를 채우러 온 재향은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이하 지리산 센터) 밖에서 ‘저기는 뭐하는 곳인가?’ 궁금해하며 곁에서 지켜보던 산내 주민이었다. 이제 막 새롭게 합을 맞춰보기 시작한 지리산 센터 활동가이자, 산내면 주민으로 외부자의 감각이 생생히 살아있는 재향에게 지난 5개월의 지리산 센터 생활은 어떤지 물어보았다.

재향입니다.

이재향입니다. 지리산 센터 안에서 회계와 총무를 맡고 있어요. 업무 시간 외에는 사무실이 위치한, 그리고 제가 살고 있는 이곳 산내면 안에서 많은 일을 해요. 어르신들의 겨울 심심풀이인 마을극단 ‘놀이단’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놀이단은 가짜약을 파는 약장수들을 대신해 어르신들의 친구가 되고자 결성된 산내면의 마을극단이에요. 또 ‘비니루없는 점빵’이라는 모임으로 산내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죠. ‘고사리'(고마운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산내 소식지 만드는 일도 하고, 산내 농악단에서 장구도 치고요.

(출처 : 재향)

(출처 : 재향)

와, 정말 많은 일들에 참여하고 있네요. 활동력으로 보아 재향은 원래 산내 토박이 같은데요?
아니에요. 저는 2018년 서울살이에 지쳐 이곳 산내로 내려온 경우예요. 지인을 통해 산내 사는 언니를 소개받았는데, 그 언니가 이곳 마당발이더라고요. 그 언니 옆집으로 이사 오면서 산내에 정착했고, 마을 사람들과 급속도로 친해지면서 여기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어요.

지역에서 그렇게 쉽게 친해질 수도 있는 거예요? 듣기로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던데요.
모두에게 쉽지는 않겠죠. 저는 사람들 만나고 무언가 함께 하는 걸 좋아해요. 그런 기회를 많이 만들어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히다 보니 지역에 스스럼없이 적응하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이런 게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또 그런 사람들은 그 사람들 나름대로 모이는 것 같아요. 성향 따라 같이 어울리지, 혼자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 같은데, 지리산 센터로 출근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겠어요. 지리산 센터에서는 고정적으로 일해야 하는 시간도 있고, 또 간혹 야근도 있으니까요.
주5일 출근하는 삶에 적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근무시간도 고정되어 있어 동네 사람들 만나는 게 쉽지 않아요. 도시야 9-6로 모두들 그렇게 사니까 퇴근 이후에 만나면 되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거든요. 각자 생활하는 시간이 다르죠.

처음 산내에 내려왔을 때, 토마토 하우스에서 일했어요. 거기는 새벽부터 오전까지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내 시간이어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어 정말 좋았죠. 이후 실상사에서 일할 때도 탄력근무로 주 3일 근무했어요. 나머지 시간에는 마을 일도 하고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는데, 지리산 센터 활동가로 생활하면 그렇게 시간을 쓰지는 못하기는 하지요.. 물론 센터장님이랑 사무국에서 편의를 많이 봐주시긴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묶여 있는 느낌은 있어요. 

재향에게 마을에서 활동하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에게 있어 마을 일은 취미이자 일이자 놀이이자 공익적 활동이기도 해요. 도시에 있을 때, 회사에 다니면서 동시에 공익단체에서 활동을 했어요. 그때 제 삶의 의미는 그 활동에 온전히 있었죠. 돈 버는 일이 저에게는 의미를 가져다주지 못했고, 그런 일에 시간을 쓰는 게 좀 슬프더라고요. 반쪽자리로 사는 느낌이랄까?

사실 마을에서 활동하는 게 쉽지 않아요. 서울에서는 다 각자 떨어져 살아서 공동체를 지향하잖아요. 여기는 하나의 덩어리로 공동체를 이루고 있지만 공통의 지향이 없어요. 여기서 오래도록 살고 계시는 원주민들의 마음, 그분들의 마음을 우리 모두가 함께 살고 싶은 마을로 변화시키는 게 마을 활동에서 중요한 점 같아요. 그분들 안에 끼어 들어가서 마을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지역에서 마을 활동하는 분들의 성과는 대부분 개발하고 연관되어 있어요. 관에서 뭘 따오고 만들고 하는 걸 성과라고 생각하고, 그게 공익적 활동이라고 생각하죠. 저는 가치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굉장히 지난하고 어렵죠. 그분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접촉하고, 그분들에게 맞춰 주면서도 의견을 나누고. 마음을 버틸 수 있는 힘과 철학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 같아요.

출처 / 재향

마을일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지리산 센터랑 함께 하겠다 마음먹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재향이 주5일 출근을 감수하면서 지리산 센터와 함께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것은 센터장님에 대한 믿음인 것 같아요. 같은 마을에 살던 주민이었어요. 쓰레기 때문에 마을 청년들이 모였을 때 센터장님을 처음 만났죠. 이후 놀이단에서, 고사리에서 볼 수 있었어요. 마을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말은 별로 없지만, 일을 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측면을 많이 바라보고 묵직하게 꾸준히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신뢰가 생겼죠.

그리고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 의식도 있었던 것 같아요. 20대 후반에 NGO단체에서 총무 업무를 맡아본 것 말고는 지리산 센터처럼 복잡한 회계 업무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 일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또 산내면 주민으로서 지리산이음이라는 단체에 대해서도 궁금했고, 지리산 센터를 통해서 지리산권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죠.

그래서 함께 하게 된 지리산 센터는 어떤 곳 같아요?
처음 책 <마을 사람 세계를 잇다>로 봤을 때는 사실 잘 모르겠더라고요. 지리산 센터가 마을에서는 지리산이음으로 이런저런 일도 많이 하지만, 여전히 뭐하는 곳인지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제가 생각하기로 지리산 센터는 지역 내 활동가나 모임을 지원하고, 활동가를 발굴하고, 그들이 지역 안에서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곳이에요. 일을 하면서 ‘지역 시민사회의 생태계와 지평을 넓히는 곳’이라는 걸 정확하게 알게 되었죠. 

*책 <마을 사람 세계를 잇다>는 2013년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시나리오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선정된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은 시민사회의 성장을 돕기 위해 2012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사업입니다. 해마다 공모를 통해 예비 공익 단체를 선정하고 이후 3년 동안 비영리단체 설립 과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주체와 방식이 계속 등장할 수 있도록 사업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독특한 영역에서 활동하거나 정체성이 뚜렷한 단체의 활동에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리산 센터와 함께 하게 되어 좋은 점 한 가지만 꼽자면?
지리산 센터에서 일하면서 좋은 점은 지리산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거예요. 많지는 않지만 활동하는 사람들 만나러 다니고, 또 작은변화의시나리오 지원사업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아, 산내 말고도 하동 산청 구례 남원에도 이렇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깜짝 놀라죠. 지리산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서 많은 힘을 얻어요. 지역 상황 다 열악하고 비슷한데, 그 안에서 꼼지락 거리고 있다는 게 대단하고 신기하죠. 잘 될 수 있게 지원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더 지원해주면 좋겠지만요. ^^

이번에 인터뷰하면서 재향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

📸재향의 지리산 

지리산에 처음 내려와 살았던 집 앞마당이예요.  (출처 : 재향)

지리산에 처음 내려와 살았던 집 앞마당이예요.  (출처 : 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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