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상사각지대해소지원사업]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하여 – 지원 사업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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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만 명의 아픈 노동자가 산재보험을 통해 치료를 받고 생계비를 받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다 다친 더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산재보험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재활치료 기간이 줄어듭니다. 생계까지 곤란해지기도 합니다. 2020년 아름다운재단과 노동건강연대는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재보상 사각지대 노동자들을 지원하고자 <2020 산재보상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다 다친 영세 제조업 노동자 및 소규모 요식업 노동자 및 사업주를 대상으로 긴급 생계비를 지원합니다. 산재보상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 연구 및 시민참여 캠페인도 진행됩니다. 🔎 자세히보기 

2019 산재노동자 지원 사업에 선정된 대부분 노동자들의 사연을 모두 기억합니다. 어디서 일했고, 어떻게 다쳤고,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여러 번 전화통화를 하고 심사를 위한 서류정리를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들춰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통화, 그 후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분이 한 분 계십니다. LG유플러스에서 근무하다 돌아가신 故김태희 님입니다. 

인터넷 설치기사로 혼자 작업 중 추락해 중태에 빠진 김태희 님의 소식을 처음 들은 것은 수술비를 급히 내야했던 동료의 신청 때문이었습니다. 지원 사업 후반부였기 때문에 일도 제법 익숙해져서 이야기를 받아 적고 심사위원회에 정리된 서류를 올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산재보험 수급이 당연할 것이기에, 우선 당장 필요한 1개월만 생계비를 지원하면 될 것으로 결정했고, 지급도 금방 이루어졌습니다. 앞선 몇 달간 들었던 익숙한 사고와 이야기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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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사업 몇 달 만에 누군가가 일을 하다 다친 이야기가 저에게는 너무나 익숙해져버렸습니다. 밤낮,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상담 전화가 오고, 자신의 다친 부위를 사진으로 받는 일이 일상이 되자 일을 하다 다친 사람의 이야기가 평범하게 느껴져 버린 것입니다. 심지어 ‘이 사람은 지원 받기 어렵겠는데’, ‘진술 내용이 좀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어느덧 서류에 채워지는 정보에 급급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뒤 김태희 님의 사망 소식을 들었습니다. 내겐 너무도 평범하게 느껴졌던 사고가,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마도 근로복지공단의 직원, 사고를 조사하는 근로감독관도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업에 지원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근로복지공단에서, 회사에서 받은 홀대를 잊지 못했습니다. 나에게는 너무나 큰일인데 누구도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고, 정해진 서식을 채워오라는 그 싸늘함에 상처를 받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더 이상 한 해 수십만의 산재 노동자의 이야기가 허공에 흩어지지 않도록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와 같은 주무 부처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서류작성

하나의 재해 속에는 수많은 구조적 문제와 사연들이 결부되어 있습니다. 재해 하나가 숨겨질 때 이를 해결할 실마리들도 사라집니다. 2019년, 2020명의 죽음은 사라진 실마리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숫자입니다. 평범하고 익숙하지만, 절대 평범할 수 없고 또 익숙해져서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노동건강연대가 꼼꼼하게 기록하고 알리겠습니다. 다시는 김태희 님의 이야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2019년 11월 15일 사망한 LG유플러스 故김태희님의 명복을 빕니다.

글 ㅣ 노동건강연대 정우준 사무국장

👉 산재노동자의 생생한 이야기는 본 사업의 연구보고서인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 및 형평성 강화를 위한연구』(2019)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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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사업국 협력사업팀ㅣ임주현 간사

배분하는 여자. 이웃의 작은 아픔에도 공감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문화영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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