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어른] 인터뷰 10. ‘가람’의 자립

안녕하세요. 저는 보호종료 당사자 열여덟 어른 ‘신선’입니다. 저는 이번에 <열여덟 어른 캠페인>의 캠페이너로 참여하면서 다른 열여덟 어른들을 직접 만나 보았는데요. 열여덟 어른으로 살아왔던 우리들이 자립하면서 겪었던 사회 편견부터 정책의 문제까지 당사자의 시선으로, 당사자의 목소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보호종료아동의 보호체계는 크게 아동보육시설(보육원), 공동생활가정(그룹홈), 가정위탁으로 3가지로 나눠져있다. 보호체계에 따라 보호종료아동들의 경험이 조금씩 다르기에 그룹홈은 어떤 곳일지 궁금했다. ‘그룹홈은 어떤 곳일까?’하는 의문에서 10번째 인터뷰는 그룹홈에서 생활하고 있는 대상을 수소문 하여 진행하게 됐다. 그룹홈은 기존에 대규모 시설보호 위주의 관행에서 탈피해 개별 아동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더 강화하고자 고안된 가정형태의 보호 형식으로 공동생활가정 혹은 그룹홈이라고 칭한다. 아동보호시설 중 하나인 그룹홈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가람(21. 가명)씨를 만나 짧게나마 그곳에서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왔다.

보육원에서 가정 형태의 그룹홈으로

가람은 현재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으로 구성된 4명의 동생들과 함께 그룹홈에서 생활하고 있다. 원장님과 2명의 선생님이 상주하며 그들을 격일로 돌봐주는 형태다.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는 가람은 그들 중 가장 맏형이지만 사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보육원에서 생활하다가 갑자기 그룹홈으로 옮기게 되어서 아직도 이 곳 생활에 적응 중이다. 가람의 생활하던 보육원에서 아동학대 문제가 발생하면서 많은 아동들이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고, 갈 곳을 정하지 못하던 가람은 다행히 개인 후원자를 통해 그룹홈에 연결되었다.

이전까지는 100여명의 가족들과 함께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엄격하기도 했고, 그만큼 시끌벅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룹홈은 같은 아동양육시설임에도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보육원에서는 한 그룹에 10명 이상이 생활하여서 겉옷을 서로 돌려 입기도 했고, 밥을 먹을 때면 식판에 배식을 받아 먹기도 했다. 한편 단체 생활 속 튀는 개인은 문제아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룹홈에서는 개개인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기도 했고, 개인의 욕구나 사생활이 보장되었다. 식사를 할 때면 5명이 식탁에 모여 앉아 그릇에 밥을 나눠먹기도 하고, 직접 분리수거도 하며 진짜 가정에서의 삶을 조금씩이나마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반 아파트에서 여러 아이들이 생활하다보니 오며가며 느껴지는 따끔한 시선이 가끔은 불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반 가정집에서 생활하며 개인의 생활이 충분히 보장되는 지금이 그의 삶을 더 편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사춘기 시절을 지배한 반항심

그룹홈에 입소하기 전까지 그는 18년을 보육원에서 생활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가람의 집은 보육원이었다. 너무 어릴 때 입소하게 되는 친구들은 이름마저 없어 종종 시설에서 만들어 주기도 했는데, 그의 이름과 생일 또한 보육원에서 만들어줬다. 엄격한 규칙과 통제된 생활에 갇혀있던 그는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일탈을 통해 작은 해방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탈은 사춘기 시절을 지배했고, 결국 유급의 위기까지 가게 되었다. 시설 선생님들이 가람을 설득하려 했지만 어른들의 입장에서만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답답함을 느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는 흘려 보냈다. “기억하고 있는 최고의 반항이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그는 학교를 빠지고 친구들과 바다를 놀러 간 것이었다고 했다. “겨울 바다였어요. 안면도 밤바다를 보고 외박과 음주를 즐겼어요. 시설에서 외박은 허락되지 않았거든요. 가끔 시설 친구들은 부모님이 와서 외박을 데려가기도 했지만 그 외에는 절대 허락이 되지 않아서, 반항심이 더 생겼어요.”

진정한 믿음을 보여준 후원자

사춘기의 가람이 여러 사고를 일삼자 보육원에서도 모두 그를 포기했지만 단 한사람만은 손을 놓지 않았다. 바로 어려서부터 이모라고 따르던 후원자였다. 심지어 주변에서 가람의 후원을 끊어야 한다던 말까지 들었지만 후원자는 가람을 믿어주었다고 한다. 학교를 빠지는 가람에게 “어린 나이니까 학교를 빠지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자신의 본분을 지키지 않은 채 고집만 부리는 건 안돼.” 라며 그의 마음을 먼저 이해한 뒤 설득을 하셨다.

생일이면 꼭 같이 시간을 보내주고, 사회에 나갔을 때 등본에 부모님의 자리가 비어있을 테니 자신이 채워주겠다고 말하는 후원자의 지속적인 관심에 조금씩 가람도 마음을 열 수 있었다. 그 영향으로 가람은 학교를 다니면서 적극적으로 자격증 시험에 도전했고, 후원자와의 상담 끝에 대학에도 진학하며 사회복지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도망쳤는데, 저를 믿어주는 어른을 만나 설득도 당하며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게 됐어요.”라고 말한 거처럼 아마 그가 사회복지사가 된다면 방황해본 사람의 입장에서 같은 고민을 가진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어른일 것이라 믿는다.

신선한 시선. 열여덟 어른 인터뷰 후 당사자로서 느낀 생각을 공유합니다.
몇 년 전부터 예능에서는 자신들의 아이를 기르는 연예인 부모가 나오고 그들을 슈퍼맨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자식을 기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말한다.

그럼 현재도 각 보육시설에서 10명이 넘는 아이들을 도맡아 학습, 인성, 진로 및 취업 상담까지 도맡고 있는 사회복지사가 얼마나 대단한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사회복지사들의 주요 업무는 생활지도이다. 하지만 자신이 맡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그들은 학습 전문가가 돼야 하고, 상담 전문가도 돼야만 한다. 여러 명의 아이를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길러내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슈퍼맨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사회복지사들은 쉽게 소진될 수 밖에 없고 시설을 떠나 버리는 경우도 많다. 대규모 보호시설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그룹홈이라는 제도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사회복지사의 급여나 처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과제로 남아있다. 나 역시도 보육원 생활을 하면서 시설 내 양육자가 너무 자주 바뀌어 아쉬웠던 적이 많았다. 사회복지사는 아동들의 건강한 자아와 성장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만큼 처우 개선 또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from.신선

글, 사진 ㅣ 신선 (열여덟 어른 캠페인 캠페이너) 

나눔사업국 1%나눔팀ㅣ서지원 간사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희망이다(마르틴 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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