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픽션(Social Fiction)으로 그려보는 지리산의 내일

아름다운재단과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은 지리산권(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 지역사회 안에서 공익 활동의 확산과 변화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활동 주체를 발굴하기 위해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리산 이음이 주관한 지리산 포럼을 맞이하여 지리산권 사람들이 살고 싶은 미래 사회를 자유롭게 상상해 보는 소셜픽션 워크숍이 10월 5일 지리산국립공원전북사무소에서 열렸는데요! 그 현장을 여러분께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지리산 반달곰 동상 앞에 지리산소셜픽션 엽서가 들려있다. 아래 텍스트는 '소셜픽션으로 그려보는 지리산의 내일'

 

단 하루만이라도 딴 상상을 해보자!

보행권이 전혀 없는 거리,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전무한 동네, 행정 맘대로 난립되는 지역 시설물,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모를 예산루팡 지역 축제, 무분별하게 파괴되는 자연환경, 무능력한 행정… 나열하면 나열할수록 갑갑해지는 지역의 현실입니다. 사람들이 모여 앉아 우리 지역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언제나 도돌이표처럼 씁쓸한 현실의 문제들로 돌아오게 됩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한숨과 갑갑함을 걷어내고 단 하루만이라도 우리가 살고 싶은 지역과 공동체를 맘껏 상상해 볼 순 없는 걸까요? 

생각만으로도 가슴 트이는 그 상상을 해보고자 지리산 소셜픽션이 지난 10월 5일 지리산국립공원전북사무소에서 열렸습니다.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가 지리산 포럼 내에서 연 소셜픽션에는 지리산 5개 시군(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에서 살고 있는 지역활동가, 주민, 청소년 등 25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여기서 잠깐! 소셜픽션이란 공상과학소설이 과학을 매개로 미래를 상상해 그렸듯이, 우리가 살게 될 미래 사회를 마음껏 상상해 써보자는 겁니다. SF 소설이 그렸던 미래가 언젠가 우리 일상이 된 것처럼 우리가 살고 싶은 미래 사회를 함께 써본다면, 그 미래도 머지않아 우리의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고 말이죠.

*  지리산 포럼 자세히 보기 : http://jirisaneum.net/forum2019

상상에 제약은 없다

이날 참여한 이들은 현재 지역이 지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또는 해결해서 맞이할 미래 모습 등을 마음껏 그려 보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 사회를 상상해 보는 게 평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죠. 그래서 ‘그게 가능해? 그래도 될까?’ 머뭇대기도 했지만, ‘상상에 제약은 없다’는 공통의 약속을 가지고 소셜 픽션을 시작해 보았습니다. 

먼저 소셜픽션으로 쓸’거리’를 찾기 위해 내가 관심 있는 영역 3가지를 키워드로 적어 보았어요. 25명의 나이도, 성별도, 배경도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인 만큼 키워드도 환경, 축제, 청소년, 공간, 시민의식, 정치, 여가공간, 청년, 환경, 행정, 의료시설 낙후, 주민의식, 관청 관료주의, 문화, 경제, 공동체, 자급자족, 평생교육, 저탄소, 자연환경, 난개발, 청소년 알바, 청년 일자리, 교통, 마을공동체, 도서관 등 다양하게 나왔습니다.(와우!)

지리산 소셜픽션 현장 사진. 사람들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서 나온 키워드를 가지고 지역별로 모여 좀 더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눠 보았어요. 서로의 키워드를 확인하면서 우리 지역에서는 어떤 상상을 더 해 볼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 다음으로는 지역을 떠나 주제별로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리산’권’이라는 좀 더 큰 조건과 지역이라는 공통된 현실을 가지고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특히 지리산권이지만 지역마다 각기 다른 정치, 문화, 경제 현실을 확인해 가며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한 지역에서는 미래를 위한 상상이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이미 현실이 된 경우도 있었고요. 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공통의 상상도 있었지요.

잔디밭에 그룹으로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이날 나온 상상 중, 재미난 것을 뽑아보자면, 

📌 지역 상관없이 청소년들이 한 데 모일 수 있도록 하자. 
📌 시민참여자치제도를 만들어 무작위로 시민들이 자치 활동에 참여하게 하자. 
📌 청소년 군수, 농민 군수 등 군수다수제를 만들자. 
📌 투표 연령을 조정해 청소년들의 투표 참여를 가능하게 하자. 
📌 공유자전거를 만들자. 
📌 전기차로 공유차를 만들자. 
📌 우리 지역출신 선생님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만들자. 
📌 지역축제 감시단을 꾸리자. 
📌 개발사업을 감시할 수 있는 시민위원회를 만들자. 
📌 지역 내 대학을 만들어 청년들이 자연보존학부, 적정기술학부 등에서 공부하도록 하고, 지역에 다시 돌아오면 수당을 주자.
📌 의정활동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자.
📌 노인좌석버스를 만들어 어르신들도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자.
📌 공무원 임금을 업무량에 따라 지급하자.

꿈꾸는 건 즐겁죠, 그렇죠.

마지막으로는 이날 소셜픽션을 그려 본 소감을 짧게 공유했는데요. ‘지리산권 안에 있으면서도 다른 지역의 현안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스스로를 깨닫고, ‘이날 기회를 통해 제대로 알 수 있어 좋았다’는 평가가 있었어요. 또 다른 참가자는 ‘이날 청소년이 우리의 우군이자 동지임을 확인했다’며 소감을 말했는데요. 이 소감에 참여자 모두가 힘찬 박수와 환호를 보냈습니다. 지리산5개시군에 살고 있는 청소년이자 한 명의 시민으로서 자신이 그리는 미래 사회를 자유롭게 나눠준 청소년들의 활약이 돋보였기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만큼은 청소년도 어른들도 제아무리 엉뚱한 상상이라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실컷 이야기하고 그려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워크숍 결과물을 발표하는 청소년들

물론 낙관을 전망하기에 지역의 현실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이날 나온 소셜픽션이 얼마큼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불과 몇십 년 전 SF소설이 그렸던 허무맹랑한 미래가 우리 일상에서 실현된 것처럼, 지리산소셜픽션이 쓴 상상들이 지역의 환경, 정치, 문화, 공간, 청소년 문제 등을 바꿔 나갈 가능성은 분명 있습니다. 그 과정이 비록 지난하고 아득할지라도, 상상이 현실이 되는 그날까지 서로 격려해가며 찬찬히 나아가 보자, 약속한 사람들이 이미 함께 하기 때문이죠. 

아름다운재단 지역사업팀 역시 지역에서 상상한 변화들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습니다. 지역의 이해와 특성에 맞는 공익활동은 물론 이를 위해 뭉친 네트워크 또한 확대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할 예정입니다. 어렵지만 함께 가는 이들이 있다면, 소셜픽션에서 이야기한 지역의 변화는 좀 더 빨리 우리 곁에 찾아오지 않을까요?

[아름다운재단 지역사업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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