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우리가 쓰레기로 예술하는 이유 – 노랑부리백로학교

아름다운재단 <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유스펀치’>는 청소년의 시민성을 증진하고, 더 나아가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19년 유스펀치는 11개 청소년 모둠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이중에서 해양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노랑부리백로학교>를 만났습니다. 9월의 셋째주, 안산환경한마당에서 만난 <노랑부리백로학교>의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이건 요즘에는 나오지도 않는 과자 봉지에요.”

테이블 위 비닐봉지를 집자 한 청소년이 말했다. 병뚜껑, 비닐봉지, 낚싯줄 모두 <노랑부리백로학교> 청소년들이 대부도 바닷가에서 주워온 쓰레기이다. 저 멀리 중국에서 왔는지 중국말이 적힌 과자 봉투도 보였다. 바다에서 주운 병뚜껑으로 만든 물고기 그림, 미세 플라스틱을 모아 모자이크로 붙인 새 그림, 버려진 유리 조각을 모아 만든 스테인드글라스까지. 지난 9월 21일 <노랑부리백로학교> 청소년들이 정크아트 작품을 전시한 ‘안산환경한마당’ 현장을 찾아갔다.

캠페인 팻말을 들고 있는 청소년들

“당신이 버린 해양 쓰레기, 돌고 돌아 당신의 밥상에 올라갑니다.”

대부도 바닷가에 주운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정크아트

대부도 바닷가에 주운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정크아트

정크아트로 전하는 대부도 이야기

“제가 꿈꾸던 바다는 하와이 같은 푸른 바다였어요.”

한성우 씨(16)는 일 년 전 바다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노랑부리백로학교>에서 해양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시작하면서였다. 해양 생물들과 갈매기가 공존하는 푸른 바다는 어디에도 없었다. 대부도 바다는 언제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생수병과 라면 봉지, 석쇠, 신발 등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런 해양오염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그는 쓰레기를 모아 새의 형상을 한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명은 ‘영혼 없는 새’. 버려진 쓰레기로 새의 장기를 형상화했다.

“새들이 쓰레기를 먹고 죽는 일이 많아요. 그런 상황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바다에 갔을 때 제가 받은 충격을 사람들에게 전하고도 싶었어요. 아, 내가 직접 바다에 버리지 않아도 흘러 흘러 결국 바다까지 간다는 걸 알았죠.”

한성우 님의 영혼없는새 라는 작품

영혼 없는 새 (한성우, 2019)

바위 사이에는 불법 낚시꾼들이 버린 낚싯줄도 많다. 허소정 씨(16)는 낚싯줄을 줍다 손이 찢어져 피가 나기도 했다. 그녀는 그렇게 주운 낚싯줄로 수를 놓아 작품을 만들었다. <일월오봉도>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손에 밴드를 칭칭 감아야 할 만큼 두꺼운 낚싯줄로 바느질하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방학 내내 묵묵히 작품을 완성했다.

“원래 <일월오봉도>에는 새가 없는데 제가 넣었어요. 쓰레기 없는 대부도에서 새들이 편하게 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보신 분들이 손으로 만지면서 이게 낚싯줄이냐고 신기해해요. 낚싯줄처럼 무심코 버린 쓰레기 때문에 영문도 모르고 죽어가는 바다 생물이 많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허소정 님의 일월대부도라는 작품

일월대부도 (허소정, 2019)

지구는 인간의 것이 아니다

노랑부리백로학교는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11명의 청소년이 모인 동아리이다. 이들은 해양쓰레기를 줍고, 그 실태를 알리는 정크아트 작품을 만든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두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봉사 시간을 받으려고 시작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봉사 시간을 다 채워도 그만둘 수 없었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바다와 죽어가는 바다 생물들을 두고 돌아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허소정 씨는 평범했던 일상의 장면들이 점점 다르게 보인다고 말한다.

“이제는 카페에서 일회용 빨대를 주면 깜짝 놀라요.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이 확 들어요.”

한성우 씨 역시 가족 여행을 갈 때 일회용품을 쓰지 말자고 먼저 나선다. 이 쓰레기가 결국 누군가에게 고통을 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함께 활동하는 허우주 씨(15)도 친구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앞장서서 말리기 시작했다. 그는 “지구가 인간 것이 아닌데 사람들이 착각하는 거 같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왜 인간만 이렇게 지구를 더럽히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만 사는 게 아니라 공존하는 거잖아요.”

전시부스를 방문한 시민에게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해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시민들의 다짐

유스펀치, 열린 가능성의 장

이들은 봄부터 지금까지 주말 아침이면 대부도 바다에서 쓰레기를 줍고, 작품 구상을 했다. 허우주 씨는 정크 아트를 만들며 배운 게 많다. 점수로 매겨지는 미술 시간과 달리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어 자신의 숨은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학교는 강압적이잖아요. 여기서는 저희 생각대로 구상하고 작품을 만드니까 좋아요. 저는 제가 미술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 못 했는데 여기 와서 내가 이런 걸 잘한다는 걸 발견했어요.”

허소정 씨는 활동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구성원 모두 개개인이 의견을 내고 함께 결정하는 회의 방식을 처음 경험했기 때문이다.

“저희가 주도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각자 어떻게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거든요. 그러면 애들이 말을 못 하더라고요. 너무 슬펐어요. 자유를 주니까 말을 못 하는구나. 학교에서는 자율성을 주지 않으니까요.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처음에는 의견 있어도 말 안 했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해요.”

주어진 대로 따라가면 되는 장이 아니라 생긴 어려움이었지만, 그만큼 배우는 게 많다. 그래서 허소정 씨는 내년에도 이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걸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유스펀치는 열린 가능성의 장이다.

“이렇게 자유롭게 활동할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환경 문제도 쉽게 접할 수 없고요. 중학교 졸업한 이후에도 계속하고 싶어요.”

한성우 씨도 유스펀치를 통해 배운 게 많다. 집과 학교만 다녔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새로운 시각이 열렸다.

“사실 면접 보기 전까지 우리 활동밖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면접 때 다른 팀들을 보며 ‘저런 활동도 있구나하고 시각이 열렸어요. 제주 4.3 사건을 알리는 팀이 기억에 남아요. 역사 시간에 배웠는데 어떤 방식으로 활동할지 궁금했어요.”

<노랑부리백로학교>의 구성원들은 앞으로도 하고 싶은 활동이 많다. 치워도 치워도 쌓이는 쓰레기도 계속 주워야 하고, 실태를 알리는 캠페인도 벌여야 한다. 정크아트 작품을 더 만들어 새로운 전시도 열어보고 싶다. 9월 ‘안산환경한마당’ 행사에서 전시를 마친 이들은 10월 실내 전시도 앞두고 있다.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를 물으니 이들은 담담히 말했다. “쓰레기 없는 대부도에서 새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이들이 이렇게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주말마다 졸린 눈을 비비고 이른 아침 대부도를 향했던 이유다.

글 ㅣ우민정 

“쓰레기 없는 바다에서 새들이 편하게 살면 좋겠어요.”

‘노랑부리백로학교’의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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