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자발적여행활동지원사업] 이게, 여행의 매력인가?_베트남 여행 밀착취재02

이 글은 2018 청소년자발적여행활동지원사업 ‘길위의 희망찾기’ 를 통해 베트남 여행을 기획한 안남배바우도서관 아이들을 <월간옥이네> 기자가 동행하여 작성한 기획기사입니다.  

첫째 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떤 애는 집에 가고 싶댔다. 아직 공항 밖을 나가지도 않았지만 베트남의 습한 기후와 여행지의 복잡함을 상상할 수 있었다. 11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4박5일을 그것도 여행이라는 걸 해야 한다니, 나 역시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새벽 2시 안남에서 출발해 10시간 동안 이동만 했는데 벌써 여러 사건이 일어난 참이었다. 인천 공항에서 경희는 비행기 표를 잃어버렸고, 예림쌤, 작가님, 기자님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나는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지 않아 모두의 마음을 졸였다. 민들레 쌤이 우스갯소리로 “여권만 잘 챙겨라. 어떻게든 비행기는 태워줄게”라고 말하곤 했는데, 일행은 다양한 방법으로 베트남에 못 갈 뻔한 상황을 만든 것이다.

베트남에 도착한 아이들

베트남에 도착한 아이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수속을 밟는데 우리 옆으로 가수 산다라박이 지나갔다. 일행을 기다리며 공항 게이트 앞에 서 있는데 방송인 이수근도 우리 옆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에서 덜 깨 몽롱한 표정으로 돌아다니던 애들은 그 짧은 새 이수근과 사진도 찍는다. 이수근은 공항을 나서려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멋지네. 엄홍길 대장 같다! 잘 다녀와!”

빨간 모자에 자기 덩치만 한 가방을 메고 있던 성호는 베트남에 오자마자 졸지에 엄홍길 대장이 됐다.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시은이가 눈을 못 떼던 산다라박, 내가 좋아하는 이수근을 만나자 갑자기 ‘이게 여행의 매력인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수많은 팬이 함성을 지르는 게이트를 나와 우리를 태워갈 버스를 기다린다. 어떤 애는 덥고 습하다고, 한국은 이제 시원해졌는데 더운 나라에 왔다고 지친 얼굴을 한다. 어떤 애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장난을 치고, 나는 멀찍이 서서 열광하는 팬들을 구경한다.

‘베트남도 한국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엄청나게 큰 버스가 우리 앞에 선다. 우리가 예약한 것보다 큰 버스가 와서 어리둥절해 하던 중 그 옆으로 이수근과 산다라박, 스태프가 탔을 25인승쯤 돼 보이는 버스가 지나간다. 우리는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넓고 큰 버스를 타고 무이네로 간다는 사실에, 그것도 연예인보다 넓고 큰 버스를 타고 놀러 간다는 사실에 일단 환호성을 지른다. 이게 여행의 매력인가!

베트남 공항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베트남 공항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무이네로 가는 다섯 시간 동안 아이들은 창밖을 보거나, 노래를 듣거나, 잠을 잔다. 한편 창밖은 앞면이 좁고 뒤로 길쭉한 집이나 들판에서 풀을 뜯는 소, 커다란 버스 옆을 달리는 오토바이와 어떤 신호를 보내기 위해 빵빵거리는 차 경적으로 붐볐다. 은태 쌤은 베트남 도로에 관해 여러 이야기를 안다. 베트남은 경제성장 단계를 지나쳐 제때 도로를 넓히지 못했으며 지금 달리는 2차선 국도가 그나마 넓은 길이랬다. 또 GPS가 없어서 과속단속 카메라를 감지할 수 없기 때문에 반대쪽에서 깜빡이를 켜거나 손으로 신호를 보내 카메라가 있다는 걸 알려준다고 한다. 과속 벌금이 제조업 노동자 월급 절반 수준이라고 하니, 그제야 유독 느리게 달리는 버스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무이네로 가는 버스 안에서 본 바깥 풍경

무이네로 가는 버스 안에서 본 바깥 풍경

베트남에 온 마음은 수시로 좋았다 나빠지기를 반복한다. 어둑해진 저녁 숙소에 짐을 풀고 덥고 습한 길을 걸어 식당을 찾아갈 때만 해도 투덜거리던 아이들은 주문한 그릴 쉬림프가 나오자 금세 신이 났다. 여행 준비 때만 해도 소극적이던 몇몇 애들도 화장실이 가고 싶거나 콜라를 더 먹고 싶어지자 스스럼없이 영어로 말을 꺼냈다. 저녁을 먹고 나오면서 민들레 쌤이 인사하는 소리에 시은이는 “선생님 뭐라고 인사했어요?” 묻는다. 그리고 이내

“땡큐!”라고 웃으며 말한다.

둘째 날

모든 게 낯선 여행에서 입을 떼는 건 어렵고 또 중요한 일이다. 둘째 날 조식을 먹으러 온 남자아이들은 쌀국수가 먹고 싶은데 뭘 가리켜야 하냐고 물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Noodle이 쌀국수라고 알려줬는데, 사실 쌀국수는 Noodle이 아니라 Pho였던 것이다. 내 말에 줄줄이 쌀국수 대신 볶음 쌀국수를 먹게 된 애들은 아마 평생 베트남 쌀국수 이름을 잊지 못할 테다.

실수로 쌀국수가 아니라 볶음 쌀국수를 시켜먹는 모습

실수로 쌀국수가 아니라 볶음 쌀국수를 시켜먹는 모습

다행히 애들은 쌀국수를 주문하는 데 실패해도, 뭐라고 말해야 잃어버린 가방을 찾을 수 있는지 몰라도 위축되지 않았다. 둘째 날 가이드인 시은이와 한솔이는 다음날 무이네 선셋 투어를 예약하기 위해 날짜, 인원, 우리를 태우러 올 지프차가 언제 오는지, 얼마를 내야 하는지 말하고 듣는 일을 수월하게 해낸다. 별 일정 없이 무이네 거리를 걷다 음료수를 시켜 먹고, 구멍가게에서 밤에 먹을 야식을 사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길을 물어 보는 아이들

길을 물어 보는 아이들

무이네에 머무는 동안 애들은 틈만 나면 수영장에 들어갔다. 커다란 수영장 양쪽에 우리가 머무는 방갈로가 늘어서 있어 놀다 지치면 얼마든지 방에 들어가 드러누울 수 있었다. 무이네 거리를 걷다 점심을 먹고 들어온 애들은 오후 내내 수영장에 들어가 놀았다. 동균이는 원래 물에 살았던 사람처럼 다른 애들이 다 나가도 혼자 첨벙첨벙 물장구를 친다. 4시간쯤 놀면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재밌는데요”라며 다시 바쁘게 물에 들어갈 뿐이었다. 알고 보니 동균이는 온종일 물에서 놀아도 지치지 않는 애였다. 저녁을 먹으러 간 푸드코트에서도 조개, 새우, 치킨, 카레 등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먹는 애였다.

베트남에서 먹은 해산물

베트남에서 먹은 해산물

일행은 ‘하루쯤은 성대하게 먹어보자’는 생각에, 또 바닷가 마을에 왔으니 씨푸드 정도는 먹어줘야겠다는 생각에 랍스터를 시켜 와구와구 해치우고 숙소에 돌아온다. ‘풍덩’하는 소리가 나는 걸 보니 동균이를 비롯한 몇몇 애들이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또 수영장에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수영장에 풍덩하고 들어간 아이들

수영장에 풍덩하고 들어간 아이들

 

글, 사진 ㅣ 월간옥이네 김예림 

○ 베트남 여행 밀착취재 시리즈  

[청소년자발적여행활동지원사업] 개구리, 우물 밖으로 뛰어오르다_베트남 여행 밀착취재01

[청소년자발적여행활동지원사업] 또 이런걸 언제 보겠어 _베트남 여행 밀착취재03

[청소년자발적여행활동지원사업] 여행과 여운 사이 _베트남 여행 밀착취재04

○ 이 글은 월간옥이네 2018년 10월호(통권 16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월간옥이네는 충북 옥천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월간지입니다. 월간옥이네가 만난 농촌, 사람, 이야기를 온기 그대로 실어다드립니다. 
옥이네 둘러보기 >> https://post.naver.com/gorasil2017 

 

변화사업국 협력사업팀ㅣ임주현 간사

배분하는 여자. 이웃의 작은 아픔에도 공감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문화영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좋아할만한 다른 이야기

댓글 정책보기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