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내-일상상프로젝트’ 실무자 3인이 전하는 작은변화이야기 1

희망제작소와 지역파트너단체 중 한곳인 전주YMCA 실무자들

건물주 말고 공무원 말고, 진짜 꿈은 뭐지?

(좌측부터) 희망제작소 조현진 팀장, 전주YMCA 손유주영 팀장, 희망제작소 김수영 연구원

(좌측부터) 희망제작소 조현진 팀장, 전주YMCA 손유주영 팀장, 희망제작소 김수영 연구원

“요즘 초등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래희망은 건물주”라는 이야기가 나온 지 꽤 됐다. 그 전에는 ‘5급 공무원’이 장래희망 1순위라고 했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싶지만, 생각해 보면 세상은 옛날부터 그랬다.

30년~40년 전 교실에서는 대통령‧장군‧과학자‧의사‧교사‧간호사 등이 인기였고, TV에서 나오는 새로운 전문직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때도 뭘 알고 장래희망을 정한 것은 아니었다. 어른들 혹은 미디어가 이야기하는 좋은 직업에 자신의 희망을 맞춘 것뿐이다.

어릴 때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대학교 진로상담센터에서도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다” 혹은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문의가 대부분이다. 대기업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이 같은 진로탐색 과정을 보면 ‘나’는 없고 직업만 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어떻게 나를 찾고 진로를 찾아야하는 걸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용감한 실험이 바로 ‘내-일상상프로젝트’이다.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희망제작소와 전주·장수·진안·순창 지역의 여러 파트너들이 함께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총 4단계에 걸쳐 진행되는데 첫 단계인 ‘상상학교’에서는 청소년들은 다양한 사람책(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사람)을 만난다. 2단계 ‘상상캠프’에서 ‘내 몸 드로잉’ ‘휴먼라이브러리’, ‘동상이몽’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일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본다. 이어서 3단계 ‘내-일생각워크숍’에서는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탐색한다.

마지막 4단계 ‘내-일찾기프로젝트’에서는 지금까지의 문제의식을 담아 실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한다. 해결하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이 과정이 나와 우리와 지역에 어떤 변화를 만들지, 필요한 사람과 자원을 어떻게 찾을지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청소년들은 이렇게 적정기술 난로를 만들고, 청소년 참정권 캠페인을 하고, 토크쇼를 했다.

이 같은 사업 내용은 얼핏 보면 진로탐색 사업이 아닌 듯 보인다. ‘진로탐색’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적성검사, 직업탐방 같은 내용이 전혀 없다. 요즘 트렌드인 ‘4차 산업혁명의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하고도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 대신 좌충우돌의 모험이 가득하다.

이렇게 참 이상한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을 3년이나 진행해온 사람들을 만났다. 왜 이런 사업을 하는지 무엇을 고민했는지 알고 싶어서. 사업을 기획·운영한 희망제작소의 조현진 팀장과 김수영 연구원, 전주 지역에서 사업을 수행한 전주YMCA의 손유주영 팀장이 함께 했다.

사회에 뻥 걷어차이는 청소년에게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Q. 내일상상프로젝트가 다른 진로탐색 사업과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어떤 직업을 가질지보다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진행된 내-일상상프로젝트

어떤 직업을 가질지보다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진행된 내-일상상프로젝트

김수영 : 희망제작소 연구원(이하 ‘김수영’) : 기존 사업들은 청소년이 스스로 생각할 기회가 별로 없고, 어른들이 짜놓은 상황 속에서 정보를 제공받아요. 그런데 내-일상상프로젝트에서는 청소년들이 실제 경험해보고 실행하고 회고하는 방식이에요. 그러면서 내가 어떤 일에 관심이 있고 어떤 성향인지 발견하는 거예요. 경험을 통한 학습인 거죠.

손유주영 : 전주YMCA 팀장(이하 ‘손유주영) :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수도권 외 지역을 중점으로 계획되었어요. 지역에서의 일과 삶을 꿈꿔보자는 것인데요. 다른 진로탐색 사업은 이렇게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의 삶을 그려보는 경우가 없어요. 서울 같은 큰 도시의 큰 학교로 진출하는 것이 ’성공한 삶‘의 기준이죠.

조현진 : 희망제작소 팀장(이하 ‘조현진’) : 사실 사업의 내용을 얼핏 보면 이게 진로탐색 사업인지 물음표가 생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의 진로탐색 사업은 어떤 직업을 가질 지보다는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를 들여다보는 방식입니다.

Q. 이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사업을 기획하는 과정은 정말 어려웠을 것 같아요. 기존 방식대로 하면 좀 쉬웠을 텐데 말에요. 시작할 때 고민도 많았겠네요.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주는 방식이 아닌, 청소년이 주도적으로 정보를 찾도록 하는걸 중요시한다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주는 방식이 아닌, 청소년이 주도적으로 정보를 찾도록 하는걸 중요시한다

조현진 : 2015년에 진로교육법이 제정됐지만 수도권 외 지역에는 진로교육 기반이 많이 부족했어요. 또 당시에 마을공동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청소년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사회적으로 많이 나왔는데요. 지역에서 인프라를 조성하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려는 파트너단체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역의 청소년, 청년들과 진로탐색 사업을 연계한다면 새로운 기반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손유주영 : 저는 수도권에서 활동하다가 2011년도에 제가 살던 전주로 돌아갔어요. 서울에서는 대안적인 삶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는데. 전주에 가니 이제야 막 그런 움직임이 시작되는 거예요. 청소년활동 실무자들도 진로를 ‘직업’이라고만 생각해서 1회성 직업체험 프로그램만 하고 있었죠. 저희는 진로를 다르게 생각하거든요. 청소년들에게 그렇게 설명해요. “제주도에 갈 때는 비행기를 타든 뗏목을 타든 여러 방법으로 갈 수 있다. 직업은 이렇게 원하는 곳에 가는 수단이고, 정말 중요한 것은 가고 싶은 곳을 찾는 것”이라고.

김수영 : 저는 사업 2차년도에 합류하긴 했지만, 제 나름의 고민이 있어요. 진로탐색 프로젝트가 청소년들에게 어떤 방향을 ‘가르치는’ 것은 아닌데, 어쩔 수 없이 어른들이 정보를 주면서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게 되거든요. 일단 제 결론은 청소년이 주도적으로 정보를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하면 그런 주도성을 살릴 수 있을지는 계속 고민이에요.

Q. 수도권 외 지역 기반의 사업이라는 것도 중요한 특성인데요. 수도권과 수도권 외 지역은 실제로 상황이 많이 다른가요?

손유주영 : 청소년들의 상황부터 달라요. 예전에 전주에서 특성화고 학생이 회사 실습 도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어요. 그 청소년이 ‘내가 평생 이렇게 살겠구나’ 하면서 절망했겠다고 생각하니까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수도권 외 지역의 특성화고 학생들은 이렇게 사회로 뻥 걷어차여요. 심리적 박탈감이 크고 자기주도성이 낮죠. 그래서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청소년들이 자신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봤어요. “할 수 있는 게 많아. 꼭 지금 전공대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냐”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Q.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전북 지역의 전주장수진안순창완주를 기반으로 진행되었는데요. 특별히 이 지역을 선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현진 : 사실은 우연과 기획이 함께 있었어요. 프로젝트에 설계 과정에서 저희와 교류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 분이 마침 완주로 귀촌을 했는데요. 완주는 농산촌 지역이면서 어느 정도 대안적인 삶과 교육에 대한 수요가 있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실험하기 적절하다고 봤어요. 그리고 인접한 중소도시 전주에서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어요. 다양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면서 실험해보려고요.

손유주영 : 2차년도에는 장수‧진안‧순창도 같이 하게 되었는데요. 순창은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아동들이 굉장히 많은 지역이에요. 완주는 그래도 귀촌하신 분들이 있고 지자체 지원도 많은데 말이에요.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실험의 비교군이 생겼어요.

김수영 : 진안에는 마을형 협동조합이 있다는 점도 특성이에요. 마을 안에서 청소년 진로탐색 사례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었죠.

못하면 못하는 대로 청소년이 스스로… “마음 내려놓고 일단 냅둬요

Q. 3년을 진행하면서 프로젝트의 내용도 매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주로 무엇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럴싸한 결과물이 아니더라도 과정이 중요하다

그럴싸한 결과물이 아니더라도 과정이 중요하다


조현진
: 1차년도에는 재능탐색워크숍에서 진로를 탐색하고 내-일상상프로젝트에서 실행하는 과정으로 구성했어요. 그런데 탐색 단계에서 실행까지 해버리고 막상 실행 단계에서는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단계의 이름을 ‘내-일생각워크숍’으로 바꿔서 성격을 좀 더 명확하게 강조했어요. 그리고 여러 지역 청소년들이 함께 만나는 상상캠프 프로그램도 추가했어요. 지역마다 다양한 프로젝트가 벌어지는데 지역 간 연계가 잘 안 되었거든요.

김수영 : 상상캠프는 2차년도에 처음 했고 서울에서 했는데, 저희가 진행하느라 힘이 빠져서 이후 3, 4단계까지 이어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물론 상상캠프를 기회로 희망제작소와 청소년들이 직접 만나면서 좋은 관계가 생기긴 했지만요.

손유주영 : 아, 올해는 왜 서울에서 (상상캠프를) 안 하나 했어. (일동 웃음)

김수영 : 그런 부분도 있지만, 서울에 80~100명이 모여서 캠프를 하게 되면 청소년들이 지역별로 어울리고 정작 다른 지역 청소년과 교류를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3차년도인 올해는 지역별로 상상캠프를 하기로 했어요.

조현진 : 청소년들의 프로젝트 내용도 조금씩 바뀌어요. 처음부터 청소년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기는 어렵거든요. 조금은 (주제를) 던져줘야 하는 시기가 있었고, 이제는 스스로 기획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김수영 : 아무래도 어른들은 조급하죠. 지역 파트너단체들도 청소년들이 결과물을 안 낼까봐 불안해했어요. 그런데 올해는 그런 마음을 좀 내려놓더라고요. “일단 냅둔다”고.

손유주영 : 아무래도 외부에 보여줘야 하는 사업이다 보니 욕심이 있죠. 우리 청소년들과 함께 그럴싸한 결과물을 내놓고는 “우리가 이걸 해냈다”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그렇지만 못하면 못하는 대로 보여주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내-일상상프로젝트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동안 전주, 순창, 완주, 진안, 장수 5개 지역에서 15명의 지역파트너와 함께 총 263명의 청소년들이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 안팎을 탐색하며 멘토를 만나고 재능을 발견했습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주도적으로 자신의 관심사를 지역의 일로 연결하는 내일찾기프로젝트에 참여해 2016년 4개, 2017년 6개, 2018년 12개의 프로젝트를 만들어냈습니다.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 실행하고 협업하면서 다양하게 나의 진로를 탐색하고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발견한 청소년 주도적 진로탐색 모델의 실험, 내-일상상프로젝트는 2019년부터 전주, 남원지역에서 그 실험을 이어갑니다. 새로운 지역에서 이어갈 그 여정은 계속해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 실무자 3인이 전하는 작은변화이야기 2 보러가기

글 박효원ㅣ사진 이현경

[함께 보면 좋은 글]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내-일상상프로젝트>는 버버리기금으로 지원되는 사업이며 희망제작소•전주 YMCA•장수 YMCA•진안 교육협동조합 마을학교•순창 청소년수련관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자신의 재능과 지역의 필요성을 연결해 창의적인 일을 기획(창직)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로 상상학교, 상상캠프, 내일생각워크숍, 내일찾기프로젝트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변화사업국 협력사업팀ㅣ전서영 간사

아이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꿈꾸는 다음세대' 영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좋아할만한 다른 이야기

댓글 정책보기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