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변시 이야기] WRI 국제컨퍼런스 참가기

[2014 변시 이야기] WRI 국제컨퍼런스 참가기

2014년에도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으로 어김 없이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2014년에는 예년과 다르게 활동가들의 휴식을 위한 프로그램 이외에 단체 활동과 연관된 [해외연수] 지원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2014년에는 4개의 팀이 선정되어 각기 일본, 독일,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해외 각지로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각 팀이 다녀온 연수 이야기, 함께 공유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팀은 지난 7월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된 WRI 국제컨퍼런스 참가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반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저항운동 관련 지역도 탐방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해외의 다양한 평화활동가들과 만나 국제적인 교류와 배움의 장을 체험하고, 남아공 인종분리정책에 맞선 비폭력 투쟁의 역사 현장탐방 및 지역의 단체 활동가들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하네요.

2014 WRI 국제컨퍼런스
함께 고민한 ‘작은 행동, 큰 운동: 비폭력의 지속’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War Resister’s International, 이하 WRI)은 세계 40개국 이상에 80개 이상의 가맹조직을 포함한 개인과 단체로 구성된 평화주의, 반군사주의를 표방하는 네트워크 조직이다. WRI는 1921년 설립된 이후로 지금까지 ‘전쟁은 반인도범죄이며, 이에 어떤 종류의 전쟁이라도 지지하지 않고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창립 정신에 의거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4년마다 총회를 겸해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국제회의의 주제는 ‘작은 행동, 큰 운동: 비폭력의 지속’으로 아파르트헤이트 저항 운동 과정에서 수많은 비폭력운동 사례들을 남겼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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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의장소로 선정된 케이프타운 시청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26년간의 투옥 생활을 마치고 석방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던 바로 그곳으로 그 장소의 상징성 때문에 많은 국제 행사들이 열리기도 한 곳이다.

사전행사로 2박 3일 간 열린 Women Peacemakers Program의 ‘젠더와 군사주의 : 지속가능한 평화 전략 수립을 위한 젠더와 군사주의 간 관계 분석’ 세미나는 어떻게하면 전 세계 반군사주의운동에서 성인지적 관점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었다.

WRI 국제회의에서는 짐바브웨 여성 저항운동을 이끌고 있는 WOZA(Women of Zimbabwe Arise)의 제니 윌리엄스, 팔레스타인 BDS(Boycott, Divestment, Sanction)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오마르 바르고티, 이스라엘 여성 병역거부자 사하르 바르디 등 전 세계 각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있는 평화운동가들의 연설뿐만 아니라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원래 해외 일정이 있어 영상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하기로 했지만 우연히 시간이 맞아 깜짝 방문을 하신 투투 대주교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소식들을 듣고 신이 날마다 눈물을 흘리지만, 바로 이 자리에 모인 전쟁 저항자들을 볼 때 미소를 짓는다’며 ‘이 자리에 모인 당신들이 바로 신을 미소짓게 하는 사람들’이라는 말로 참가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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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의는 크게 4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오전 첫 시간은 모든 참가자가 함께하는 전체강연이 진행되었고, 바로 이어진 시간에는 참가자들이 모두 13개의 주제그룹으로 나뉘어져 각 주제별로 주어진 사안에 대해 4일 동안 논의를 이어갔다. 오후에는 이번 국제회의 참가 단체들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한 각종 주제에 대한 세미나와 워크샵이 열렸다. 저녁에는 음악, 시, 영화 등으로 구성된 문화제가 열리기도 했다.

이번 국제회의에서 새롭게 배우고 영감을 얻은 것들을 세세히 나열한다면 아마도 꽤 많은 것들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를 통해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세계 곳곳에서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싸움을 하고 있는 동지들과의 만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운동을 기획하고 이끌어도 딱히 어떤 성과들이 드러나지 않을 때가 얼마나 많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하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싸움을 하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고된 싸움 속에서 조금씩 변화를 쟁취해가는 동료들이 여기 있다는 사실만으로 참가자들은 각자의 운동을 새롭게 시작할 힘을 얻고 있었다.

비폭력 투쟁의 흔적을 찾아 떠난 여정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부터 요하네스버그까지

국제회의가 끝난 이후부터 남아공 인종분리정책에 맞선 비폭력 투쟁의 흔적들을 찾아 케이프타운에서부터 요하네스버그까지 아프리카 반도 남쪽을 따라 여러 도시를 이동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남아공은 넓고 대중교통은 발달하지 않았으며, 치안 상황도 좋지 않은 데다가 궂은 날씨가 계속되는 겨울의 7월이었다. 지겹도록 버스를 타야 했고, 머무는 시간의 대부분을 다음 이동지의 숙소와 교통편 탐색으로 보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될 수 없다면, 잠깐이나마 재충전을 위한 휴식의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잠깐씩 머물기는 했지만, 테이블마운틴의 360도 회전하는 케이블카, 아프리카 대륙의 끝 케이프 포인트에서 한눈에 들어오던 인도양과 대서양, 한적하고 여유로운 바닷가가 기억에 남는 나이즈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번지점프대가 있는 치치카마 국립공원에서의 별이 쏟아지던 밤하늘, 이스라엘과 맞먹는 크기의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진행한 사파리 투어의 기억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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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식스 뮤지엄과 홈커밍센터에서 직접 전해들은 거주지 분리정책에 의해 쫓겨나던 이야기, 로빈아일랜드 박물관에 재현되어 있는 수감자들의 방, 남아공의 여러 시민사회단체 사무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센터의 벽화, 흑인 노예들을 사고팔던 지역이 보존되어 있던 올드 슬레이브 롯지, 여전히 흑인들이 모여 살고있는 소웨토 지역, 헥터 피터슨 박물관에서 만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희생자들의 묘비, 넬슨 만달레의 집에 단체방문 오는 교복입은 학생들,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 등 역사의 현장들을 직접 눈으로 보니 남다른 감흥이 있었다.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폐지되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투쟁을 이어나간 수많은 흑인들이 있었고, 너무 견고해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탄압을 견뎌내며 변화를 위해 애쓰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노력과 행동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엔 세상을 변화시킨 그들은 지금 그 변화의 현장에서 묵묵히 살아가고 있었다. 변화의 주역들이 영웅이 아니라 그저 똑같이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또 다른 작은 행동들을 보았다.

결국, 세상을 좀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것은 세상의 모든 차별과 부조리함, 분쟁을 한번에 끝낼 수 있는 단 하나의 비법이나, 모든 사람의 관심을 모으고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캠페인 방법이 아니라 바로 세계 곳곳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작은 행동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운동’은 어느 날 불현 듯 나타나는 것은 아닐 테니까. 각자의 자리에서 지금껏 이어왔던 작은 행동들, 그리고 그 작은 행동들을 통해 큰 운동이 견인되었던 경험을 나누는 것, 또 그를 통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일상의 운동을 이어갈 힘과 영감을 얻었다는 것. 아마 그것이 우리가 이번 남아공 방문을 통해 얻은 가장 소중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사진 제공 : 양여옥 (전쟁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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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사업국 변화사업팀ㅣ박정옥 간사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눔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눔이 우리 사회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창과 실천할 수 있는 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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