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건보료 체납자 지원사업] 건강할 권리, 누구에게나 있나요? – 활동가 인터뷰

아름다운재단과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2016년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연구 결과 10명 중 7명은 정말 돈이 없어 보험료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독촉과 압류, 급여 제한 등 온갖 징벌적 조치를 가해 이들이 필요한 치료조차 받지 못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이런 관행이 명백한 건강권 침해임을 알리고, 누구나 건강할 권리를 찾기 위해 2016년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 지원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3년간 체납자 지원과 상담, 제도 개선을 위해 현장에서 뛰었던 권연재(아름다운재단), 김종철(건강세상네트워크), 유평화(건강세상네트워크)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왼쪽부터 김종철 활동가, 아름다운재단 권연재 간사, 유평화 활동가

돈 없으면 건강도 압류하는 사회

Q.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 지원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권연재(권) :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당시 소득이 없었음에도 월 5만 원에 가까운 건강보험료 고지서가 발견되어 공분을 산 일이 있었다. 복지 사각지대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사건이었다. 이후 생계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뉴스가 세상에 알려질 때마다 건강보험 체납은 항상 따라붙는 이야기였다. 연이은 사건에도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료 체납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아름다운재단은 건강권을 침해받는 생계형 체납자를 지원과 더불어 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건강세상네트워크’와 만나 2015년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다음 해 ‘건강보험료 체납자 지원 상담센터’(이하 상담센터)를 운영해보니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유평화(유) : 국민건강보험은 사회보장제도다. 그건 모든 국민이 필요할 때 언제든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미납 시 무자비한 독촉에 시달리고 병원에 갈 수 없다. 이는 명백한 건강권 침해다. 그런데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서는 체납금을 어떻게든 내라는 말만 반복한다. 체납 시 제재도 상당히 징벌적이다.

Q. 체납자에 대한 제재가 ‘징벌적’이라 표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유 : 최근 10년 동안 공단은 부과한 보험료의 99% 이상을 거두었다. 그 어떤 공과금의 징수율보다 높다. 공단의 목적이 국민의 건강 증진이 아닌 보험료 징수에 있다고 믿어질 정도다.

김종철(김) : 일단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탕감받을 방법이 있지만, 공단에서 안내하지 않는다. 수급자 중에는 오래된 승용차나 무너져 가는 집같이 금전적 가치가 없는 재산이 있는 경우가 있다. 공단에서는 그것까지 압류한다. 그러면 수급자라 해도 체납금 탕감이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유 : 압류해봤자 재산 가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야 어떻게든 내기 때문에 압류하는 거다. 압류 방법도 쉽다. 대부업체는 법원을 통해야 하는데, 공단은 클릭 한 번으로 금융결제원에 서류를 보내 체납자의 모든 계좌를 동결한다. 압류 시에는 최소 생계비 150만 원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이 있지만, 공단에서는 이조차 공지하지 않았다. 위법 행위지만 특별한 처벌 규정이 없다.

김 : 건강보험료를 6회 이상 체납하면 ‘급여제한 통지서’를 받게 된다. 공단에서는 “병원 안 막아요, 갈 수 있어요.”라고 하지만 급여제한을 받으면 병원에 못 간다고 이해하는 분들이 많다. 결과적으로 ‘급여 제한’은 병원에 못 가게 만드는 징벌적 제도다.

건강권 가로막는 국민건강보험

Q. 체납자들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김 : ‘사후급여제한’을 받은 사람이 병원에 가면 나중에 ‘부당이득금’ 청구서가 날아온다. 체납자는 보험 적용이 안 되니 공단 부담금 60%를 환급하라는 얘기다. 이 부당이득금이 두려워 병원 가기를 꺼리는 분이 많다. 체납독촉고지서와 부당이득금 고지서, 이중으로 고지서를 받으니 병원 가기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체납된 보험료를 청산하거나 결손 처분을 받으면 감면되는 돈이다. 분납 신청을 한 뒤 1회분을 내면 60일 동안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방법도 있다. 이런 방법들이 잘 알려지지 않아 건강권을 침해받는 분이 많았다.

권 : 독촉과 압류에 오래 시달리면 사람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체납하면 무조건 병원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공단과 상담을 해도 체납금을 갚으라는 이야기만 들어 병원에 가지 못한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체납자라 해도 병원 갈 권리가 있다는 걸 알리는 게 중요했다.

유 : 우리와 만나기 전까지는 죄책감이 심해 누구와도 고민을 나누지 못했던 체납자가 많았다. 그래서 당사자 자조 모임 열어 서로 지지와 긍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모임을 통해 체납이 결국 사회적 문제라는 걸 인식하면서 당사자들도 함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 : 당사자들의 인식 전환을 발판으로 2016년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집단 민원을 신청하고, 2018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권 :  연구가 중요했다. 2016년 최초로 건강보험 체납 현황에 관한 양적 조사를 위해 최초로 건강보험자료를 분석하고, 현재 공단에서 체납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나온 보고서가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연구>이다. 현실은 생계형 체납자가 200만 세대, 405만 명 이상이었다.

유 : 이 결과를 건보공단은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려운 형편에도 내는 사람들이 다수라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도덕적 해이자, 불성실 납부자라는 잣대로만 체납자를 바라본다는 건 공단이 아직도 현실을 보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체납 당사자의 목소리로 뿌린 변화의 씨앗

Q. 3년의 활동을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나?

유 : 미성년자인데도 체납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연대 납부 의무’ 때문이다. 부모의 폭행으로 시설에 들어간 한 아동이 부모의 건강보험료 독촉장과 본인 고지서를 받은 사례가 있었다. 아버지가 군대에 간 한부모가정의 두 살인 아이가 보험료 독촉장을 받기도 했다. 2016년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 상담센터>에서 이 문제를 알려 미성년자는 연대 납부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었다. 활동을 통해 얻은 변화 중 하나다. 아쉬운 건 아르바이트를 해야 살 수 있는 미성년자는 수입이 있다는 이유로 아직 연대 책임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 : ‘60일의 건강보험증’이라는 캠페인도 진행했다. 체납된 건강보험료의 1회분을 지원해 60일 동안 보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이 지원을 통해 10년 만에 건강검진을 받아 중증질환을 발견한 분도 있었다.

유 : 한번은 아픈 5살 아이를 키우는 여성 한부모와 상담을 했다. 아이를 돌보느라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할 수밖에 없었고, 월 5만 원의 보험료가 130만 원이 넘게 체납된 상황이었다. 이 경우 상담을 통해 보험료가 잘못 부과된 걸 발견해 오히려 환급받았다. “체납 때문에 2년 동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도 못했는데 여태 고통받은 시간은 어디서 보상받고,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 텐데 어떻게 하냐”라며 많이 억울해하셨다. 이런 사례를 접하며 우리도 점차 더 다양한 방식의 권리 찾기를 모색하고 노하우를 축적하게 되었다.

권 : 이 이야기들이 하나의 사례에 그치지 않게 [건강보험 체납 상담 가이드북]도 만들었다. 알아야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가이드북을 기초로 현장에 있는 사회복지사나 공무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대상으로 교육도 진행했다.

유 : 상담과 지원이 중요했던 이유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필요한 제도 개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크게 세 가지 제도를 개선하였다. 첫째로 미성년자의 연대 납부 의무가 면제되었다. 둘째로 압류 시 서면으로라도 구제 방법이 안내되도록 법이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결손 처분(탕감)의 기준이 미약하지만 완화되었다. 덕분에 20만 명이 탕감을 받았고, 탕감액이 2배로 늘었다.

권 : 이런 게 시민사회의 힘이라 생각한다. 아무도 말하지 않던 부분을 짚어내고 함께 목소리 내 변화를 끌어내는 것 말이다. 사회복지사업은 참 많다. 문제는 모두 시혜적 관점에 그친다는 거다. 우리는 체납자를 건강한 권리가 있는 주체적인 시민으로 바라보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발판으로 제도 개선까지 나아갔다. 이처럼 현장 지원과 제도 개선을 함께 해낸 사업은 흔치 않다. 모두 당사자의 목소리가 있어 가능했다.

오바마도 극찬한 한국의 건강보험, 이론 아닌 현실에 뿌리내리길

Q. ‘누구나 건강할 권리가 있는 사회’를 위해 활동한 지난 3년 동안 어떤 씨앗들이 뿌려졌나?

김 : 3년 동안 이 일이 정말 사람 목숨을 살리는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간 알게 된 정보를 알리기 위해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체납 상담 교육’을 받은 현장 상담사들은 왜 이제 알게 됐는지 너무 안타깝다고, 가이드북을 통해 더 공부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누구나 건강할 권리가 있는 세상을 위한 씨앗을 뿌렸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권 : 아름다운재단은 사각지대를 발굴해 지원할 뿐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가는 실험적인 사업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사업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다른 사업들이 더 펼쳐질 수 있는 발판이 되길 바라고, 이 변화에 동참해주시는 기부자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유 : 활동하는 내내 이게 내가 알던 국민건강보험이 맞나 싶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배울 때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정말 훌륭하다고 배웠고, 미국의 오바마가 극찬했다고 기사도 나지 않았나. 현실은 건강보험 체납자가 200만 세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간의 활동을 씨앗 삼아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가 좀 더 개선되길 바란다. 그를 위해서는 지금의 현실이 더 알려져야 하고, 여전히 많은 분의 참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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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사업국 변화사업팀ㅣ권연재 간사

아름다운재단에서 배분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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