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시장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우리 동네 시장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중랑청소년수련관 ‘꼼지락학교’ (왼) 송지은 멘토, 진현호, 박미루군


전통시장에 DJ가 떴다!

오후 햇살이 기울 무렵, 조금은 한산한 시장 안에 흥겨운 트롯 메들리가 울려 퍼진다. 노래와 노래 사이를 잇는 멘트는 오늘도 힘내시라는 다정한 인사와 함께 구구절절 지당한 명언 한 말씀. 쩌렁쩌렁 스피커를 통해 흐르는 소년의 목소리엔 떨림이 오롯하다. 난생 처음 길거리에서 마이크를 잡아봤다는 현호 군은 그로부터 두어 달이 지난 후, 자신이 마이크를 잡고 읽었던 그 한 구절을 기억하지 못했다. 큰 북소리처럼 둥둥거리던 심장 박동만을 기억할 뿐. 

 -면목시장에서 가까운 전철역 두 곳은? 
 -정답! 용마산역, 사가정역!
 -면목시장 내 떡집의 개수는?
 -정답! 5개!
 -면목시장 상가 중 가장 마지막에 문을 닫는 점포의 이름과 문 닫는 시각은?
 -정답! 베이커리 집, 새벽2시!

학생들이 퀴즈를 내면 시장 상인과 주민들은 앞 다투어 ‘정답!’을 외쳤다. 때로는 오답을 정답 처리해 달라 떼거리를 쓰는 이도 부지기수. 엄마․아빠, 혹은 이모․삼촌 같은 어른들의 청을 거절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진행자들은 짐짓 결연했다. 비록 소소한 상품이 걸린 이벤트일지라도 공정해야 하는 까닭. 청소년들이 주최한 축제는 편법 없이, 원칙대로 진행됐다. 지난 9월 24일, ‘우리들의 반란, 시끌벅적’ 프로젝트의 두 번째 프로그램은 그렇게 전통시장 DJ들의 퀴즈쇼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통시장 DJ를 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많이 알게 된 현호 군

 

“DJ 이벤트는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시장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면 오히려 장사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음악을 트는 시간도 짧게 하고, 상인 분들이 좋아하실만한 노래로 추천을 받아 선곡했어요. 지역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파티의 장이 되었으면 해서 퀴즈쇼도 준비했죠. 상품을 건 이벤트는 누구나 좋아하니까요. 또한 퀴즈를 통해 면목시장의 역사와 시장 안의 가게들을 자연스레 홍보하는 효과도 있었고요.”

현호 군 역시 퀴즈 쇼를 진행하며 새로이 알게 된 쏠쏠한 정보가 많다. 면목시장 안에서 가장 가격이 저렴한 분식집은 어딘지, 어떤 맛집들이 있는지, 또 얼마나 오래된 시장인지 알게 되었고, 그만큼 시장과도 친숙해졌다. 친구를 사귈 때, 그 친구에 대해 하나 둘 알아가며 정이 쌓이는 것처럼.

시장 곳곳, 꽃처럼 피어난 POP 메뉴판

드디어, 3개월간 갈고 닦은 예쁜 POP 글씨 솜씨를 공개했던 11월 7일, 미루 군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면목시장을 찾았다. 직접 만든 메뉴판과 ‘영업중’ 안내판을 상인 분들께 나눠드리러 가는 길이었다. 여름부터 13회에 걸쳐 POP 과정을 배운 꼼지락학교 친구들은 미리 신청을 받은 가게 4곳의 메뉴판과 ‘영업중’ 안내판을 공동 제작했는데, 미루 군이 가장 공을 들인 건 팥칼국수 메뉴판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담한 까닭. 팥칼국수를 특별히 즐기는 것도 아니건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팥칼국수를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썼다.

POP 제작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미루 군

 

“별로 손재주도 없는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처음엔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막상 배우기 시작하니 흥미가 생겨서 수업에 열심히 참석했어요. 한번 잘못하면 수정이 어렵고, 매우 섬세한 작업이라 집중이 필요하더라고요. POP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도 많이 격려해주시고, 나중엔 정말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죠. 제가 만든 걸 좋아하실까 걱정했는데, 메뉴판을 받은 상인 분이 너무 좋아하셔서 뿌듯했어요.”

미루 군은 POP 강좌와 메뉴판 및 안내판 제작과정에 참여하며, 흥미를 느끼는 일에 집중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또한 자신이 정성을 쏟은 일의 결과물로 호평을 받는 보람까지 덤으로 챙겼다. 심지어 면목시장에 안내판과 메뉴판을 배포하고 돌아오던 길, 끈질긴 ‘러브 콜’에 시달리기도 했다. 미루 군의 작업물을 눈여겨 본 옆 가게 주인이, 자기네 집 메뉴판도 만들어 달라고 한참을 좇아오며 청하더라는 것. 당시엔 거절을 해야 하는 게 영 난처했지만, 두고두고 생각할 때마다 어깨가 으쓱해지는 에피소드다.

제일 맛있는 팥칼국수를 상상하며 그린 POP


청소년의 끼와 열정으로 전통시장에 활기를!

꼼지락학교는 중랑청소년수련관에서 운영하는 도시형 대안학교로, 학교 밖 청소년들의 배움터다. 청소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가운데, 검정고시 준비는 물론 진로 탐색과 자기개발, 신체 단련 및 공동체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학습과정을 갖추고 있다. 꼼지락학교 학생 15명이 참여한 ‘우리들의 반란, 시끌벅적’ 프로젝트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기획됐다. 아울러 건전한 문화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산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에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데 의미를 둔다. 

메뉴판과 영업중 POP 모두 꼼지락학교의 작품

 

청소년들의 생생한 에너지로 침체된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취지는 프로젝트명처럼 ‘시끌벅적’ 성공적으로 이행된 듯 싶다. 뜨거웠던 지난 여름, 면목역 광장에서 진행한 시장 홍보 캠페인을 시발점 삼아 전통시장 DJ, 벼룩시장, POP 메뉴판 및 안내판 제작·배포로 이어 달린 ‘시끌벅적’ 프로젝트는 지역주민들에겐 면목시장의 이름을 새삼 되새겨주었고, 시장 상인들에겐 따뜻한 응원이 되었다.

“시작부터 고생이 많았어요. 시장 홍보물을 사탕과 함께 돌렸는데, 엄청 더운 날이었거든요. 그래도 주변 반응이 좋아 힘을 낼 수 있었죠. 어르신들은 학생들이 만든 재기발랄한 면목시장 맛집 카피에 웃기도 하시고, 사탕을 나눠주니 아이들도 좋아했죠. 시장 내 떡집을 빌려 열었던 벼룩시장도 인기가 좋았어요. 물건이 워낙 많고 잘 팔려서, 두 시간으로 계획했던 벼룩시장을 네 시간동안 열었어요. 중간에 그만 접자고 해도, 아이들이 더 하자고 고집을 부려 시간을 연장했죠. 판매가격이 5백 원~3천 원 선이라 많이 팔고도 수익금은 8만 원 남짓했지만, 땀 흘려 번 돈을 시장상인회에 전달하며 아이들이 뿌듯해했어요.”

면목시장 상인회에 수익금 전달 [사진

 

송지은 멘토는 ‘시끌벅적’ 프로젝트의 주목할 만한 성과로 학생들에게 일어난 변화를 손꼽는다. 아이들 스스로 발견하고 꽃 피운 가능성과 자신감이 그것. ‘못 하겠다’, ‘하기 싫다’던 투정은 그저 말 뿐이었다. 손재주가 없다던 미루 군은 POP 글씨에 흥미를 느끼며 한껏 솜씨를 발휘했고, 대중 앞에서 마이크 잡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던 현호 군은 씩씩하게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처럼 시끌벅적 신나는 축제를 완성한 것은 청소년들에게 잠재되어있는 끼와 열정이었다. 아직 제대로 터뜨려보지 못한 폭죽을 하나 가득 품고 사는 그들이 아닌가. 신뢰와 격려로 기회와 무대를 제공한다면, 아름다운 불꽃놀이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글.고우정 | 사진.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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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 선정단체 오리엔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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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청소년자발적사회문화활동지원사업>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변화를 꿈꾸고, 그에 맞는 실천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청소년들의 활동을 지원합니다. | 2014청소년자발적사회문화활동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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