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시각으로,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다

청소년의 시각으로,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다

(왼) 공현 씨, 필부 씨

 

“아니, 이보시오 학교양반! 그게 무슨 소리요? 방학이 20일이라니!”

1면 톱기사에 이와 같은 헤드라인을 뽑은 신문이 있다. ‘짧은 방학’을 테마로 한 특집기사로 국가별 방학 일수를 비교하고, 학생들의 수면․휴식시간 실태조사를 통해 ‘청소년의 쉴 권리’를 이야기한다. 기사에 의하면, OECD 8개 국가들과 비교한 결과 한국의 전체 방학일수는 78일로 가장 짧다. 프랑스와는 무려 한 달 이상 차이가 날 정도다. 또한 서울중고생 평균 수면시간은 5.8시간, 휴식시간은 2.4시간에 지나지 않아 휴식의 질이 형편없음을 드러냈다. 어른 평균 수면시간(6.9시간), 휴식시간(3.3시간)과 비교해도 부족한 양이다.

‘셧다운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청소년을 인터뷰하고, ‘조퇴할 권리’ 캠페인을 소개하며, 청소년들이 겪는 사건․사고, 이를테면 떨어진 등수대로 학생을 때리는 교사라든가 명예훼손으로 학생을 고소한 학교의 이야기 등을 보도하는 이 신문의 제호는 <요즘것들>이라는, 도발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요즘것들>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활동가 6명이 만드는 청소년 신문이다. 올해 3월 12일 창간준비호 발행 후, 아름다운재단의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창간호(6월 27일 발행)부터 호당 제작비 50만원을 지원받아 현재 3호 발행을 준비 중이다. 

청소년신문 요즘것들


‘발칙한 요즘 것들’의 정론지

“고대 동굴벽화에도 ‘요새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라고 쓰여 있었다잖아요. <요즘것들>은 어른들이 혀를 차며 말하는 그 ‘요즘 것들’이기도 하고, ‘요즘 우리 일상에서 중요한 것들, 주목해야 하는 이야기들’이기도 합니다. 기존 언론에선 충격적인 사건·사고로만 보도되는 청소년 관련 이슈를 청소년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제호에 대한 필부 씨의 설명이다. 필부 씨를 포함한 <요즘것들> 제작팀은 10대 3명, 20대 3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모임엔 나이에 따른 호칭과 위계가 없다. 공현, 필부, 희믄과 같은 활동명 뒤에 서로 ‘-님’ 자를 붙이는 것으로 통일한다. 편집장도 없다. 기획회의 후 자신이 낸 기획안에 대한 지면을 맡고, 취재와 집필이 끝난 후 함께 공유하여 기사를 다듬어 낸다. 데스크가 없다기보다는, 모두가 데스크라고도 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신문이다. <요즘것들>에서 볼 수 없는 또 하나는 ‘-군’, ‘-양’과 같은 호칭이다.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붙이는 호칭에 반대해, 모든 호칭을 ‘-씨’로 통일한다.

청소년 관련 이슈를 청소년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필부 씨

 

2~3개월에 한번 발행하는 <요즘것들>은 발간 시기에 맞춘 특집기사를 비롯해 이슈에 대한 청소년의 의견을 담는 ‘청소년의 눈으로’, 당연하지만 청소년의 권리로 인정되지 않는 것들을 비판하는 만평 ‘한컷태클’, 영화·만화·문학 등의 문화매체를 청소년 인권과 관련하여 비평하는 ‘리뷰 Ver.청소년’, 청소년들의 제보로 소개되는 단신 ‘청소년 24시’ 등의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발행부수는 8,000부. 정기구독료는 1부에서 10부까지 연간 4000원, 11부에서 100부까지 연간 1만원으로, 배송비용만 책정한 금액이다. 용돈에 의지하는 청소년을 위해 ‘구독료 면제 신청제’도 도입했다. ‘청소년24시’ 관련 제보 및 구독 관련 문의는 정기구독 신청 페이지(http://yosm.asunaro.or.kr/)를 통해 받고 있다.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아낸 신문을 가장 반긴 건 역시나 청소년들이었다. 정기구독은 대개 청소년 관련기관에서 신청하는 경우가 많지만, 주변 친구들과 나누고 싶다며 개인적으로 100부를 신청한 청소년도 있다.

기억에 남는 셧다운제 인터뷰


한정된 지면, 넘치는 의욕과 열정

정기구독 시스템까지 도입한 유례없는 ‘청소년 정론지’는 시사인,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등 기존 언론의 주목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뜻하지 않은 인터뷰이의 경험은 인터뷰어로서의 역할과 스킬을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현직 신문기자를 초청해 기획부터 섭외, 취재, 집필, 편집에 대한 강의를 듣기도 했지만, 아직은 배워야 할 게 많다. 하지만 1호보다 발전한 2호를, 2호보다 더 고민한 3호를 발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습도, 경력도 거치지 않고 모두 ‘주필’이 된 제작진은 기사 욕심이 많다. B4사이즈에 총 4면짜리 신문을 제작하며 늘 부딪치는 문제는, 지면을 넘치는 기사를 자르는 것이다. 취재하고 싶은 것도 많고, 취재 후엔 하고 싶은 말도 많아 언제나 지면이 부족하다.  

 “창간호와 그 다음호를 보시면 위아래, 좌우 여백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처음엔 바이라인 들어가는 한 줄도 아꼈을 만큼 빽빽하게 편집을 했어요. 다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보니, 가독성이나 디자인적인 요소를 고려할 여유가 없었죠. 여전히 덜어내는 과정이 제일 어려워요.”

2015년 사업방향에 대해 고민중인 공현 씨

 

공현 씨의 고민은 <요즘것들> 제작진 모두가 공유하는 바다. 하여, 한정된 지면의 아쉬움을 풀어내기 위해 증면과 웹진, 두 가지 안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제작비가 직결되는 터라 결론을 내리기가 쉽진 않다. 올해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고 나머지 부분은 아수나로에서 부담하여 제작비를 충당했지만, 재단 지원사업이 끝나는 내년부터는 어떻게 지속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것인지 단체(아수나로) 내부적으로 더 논의해봐야 한다.

웹진만 내게 될지, 웹진과 종이신문을 함께 발행할지, 증면을 비롯해 부수 확장에 대한 꿈은 어느 정도 이룰 수 있을지, 아직 아무것도 구체화된 것은 없다.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요즘것들>에 대한 제작팀의 자부심과 의지다.
<요즘것들>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필부 씨는 재미있는 꿈을 꾼다. <요즘것들>이 음식점 냄비 받침으로도 쓰이고 이삿짐 포장에도 동원될 만큼 흔해지는 것. 영향력을 가진 청소년 주류 언론이 되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신문 <요즘것들>을 상상해본다.

글. 고우정 ㅣ 사진. 임다윤

 

<요즘것들 관련글>

 http://yosm.asunaro.or.kr/

[한겨레] 2014.07.21 ‘청소년이 만드는 청소년신문 나왔다’   

[한국일보] 2014.07.01 “세월호 어른 잘못이라며 수학여행 못 가게 하다니”  

[시사인] 2014.07.09 ‘군’과 ‘양’ 대신 ○○씨로 씁니다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 관련글>

2014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 선정단체 오리엔테이션

 

아름다운재단의 <꿈꾸는다음세대> 지원영역은 청소년이 더불어 사는 세대, 꿈꾸는 세대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 자아 존중감, 만남과 소통, 모험과 도전, 상상력 그리고 나눔을 키워드로 청소년과 세상를 이어 갑니다.

그 중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변화를 꿈꾸고, 그에 맞는 실천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청소년들의 활동을 지원합니다. | 2014청소년자발적사회문화활동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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