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의 바다는 따뜻했다

소년들의 바다는 따뜻했다

마을유랑극단 ‘토닥’의 배우들. (왼)우석, 진우, 한별, 준기

 

 삼면이 거울로 둘러싸인 연습실에 마을유랑극단 토닥의 정예멤버 네 명이 모여 대사를 맞춰보고 있다. ‘한국어도 영어도 어설픈 다문화가정의 십대 청소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빚 독촉에 시달리는 이십대 대학생, 오랜 짝사랑으로 가슴앓이중인 삼십대 학원장’ 저마다 시난고난한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자살을 결심한 세 남자의 사연이 차례차례 소개된다. 11월 22일, 성북청소년수련관 소극장 무대에 오를 토닥의 첫 연극 <그날의 바다는 따뜻했다> 속 한 장면이다.

분노와 절망, 슬픔이 버무려진 대사가 오가는 가운데 간간이 웃음이 터진다. 실수 때문에 머쓱해서도 웃고, 상대방의 연기 톤에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리허설이지만 소년들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쑥 스며든다. 어느덧 한별(18세) 군의 얼굴엔 꿈을 잃은 이십대 청춘의 절망이, 삼십대로 분한 진우(19세) 군의 어깨엔 삶의 짙은 피로가, 유일하게 또래를 연기한 준기(18세) 군의 목소리엔 반항기가 오롯하다. 자신의 역할이 없는 장을 연습할 땐 배우가 곧 조연출이 된다. 대본을 보며 친구들의 대사를 점검하는 우석(19세) 군은 지문과 무대 효과 등을 챙기며 리허설에 박차를 가한다.

오는 22일, 첫 정기공연을 위한 연극 연습 중인 토닥 친구들

 

공연까지 불과 보름 남짓 남겨놓은 이즈음. 여전히 겉도는 대사가 있고 그때마다 감정선이 흐트러져 당황하기도 하지만, 소년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 경험해보지 못한 연령대, 전혀 다른 환경 속 생소한 고민도 내 것으로 끌어안는다. 연극은 그처럼 세상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를 가능케 했다.   

꿈과 열정을 공유하는 청소년 극단

토닥은 ‘노크(knock)’와 ‘치유’의 의미를 함께 지닌 이름이다. 연극을 매개로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 ‘똑똑-’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기쁨과 즐거움을 전하며 ‘토닥토닥-’ 위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연극무대에 처음 서보는 친구도 있고, 학내 연극동아리 활동을 통해 무대를 경험해본 친구도 있지만, 공통점은 모두 배우를 꿈꾼다는 것. 꿈과 열정을 공유하며 올해 5월 청소년극단 토닥을 결성한 이들은 성북청소년수련관 ‘상상학교’에서 뮤지컬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기도 하다. 

연극 속 자살을 결심한 세 남자의 사연이 각기 다르듯, 배우를 꿈꾸게 된 소년들의 사연도 각기 다르다. 극단 대표를 맡고 있는 신진우 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내 연극동아리 활동을 해왔다. 첫 공연을 마치고 박수갈채를 받던 순간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는 진우 군은 바로 그 순간이 계기가 됐다.

“객석 반응도 잊을 수 없지만, 무대 설치도 재미있었어요. 연극은 함께 하는 작업이라, 준비과정부터 추억이 많아요.”

객석반응도 무대설치도 재미있다는 진우

 

고3인 진우 군은 연극영화과 진학 대신 졸업과 함께 바로 극단에 들어갈 생각이다. 직접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현장에서 꿈을 키워보고자 한다. 
영화배우를 꿈꾸는 우석 군은 상상학교와 토닥 활동을 통해 연극무대를 처음 경험하게 됐다. 꿈이 없어 고민이던 시절, 어느 날 곰곰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뭘까 생각해보니 운동과 영화가 떠오르더란다. 그때 생각했다. 액션배우가 되고 싶다고. 좋아하는 영화배우들을 보면 연극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영화 쪽으로 진출하는 케이스들이 많았다. 거기서 착안, 연극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여기까지 왔다. 

나를 넘어 세상과 소통하는 친구들

한별 군은 진우 군처럼 학내 연극동아리 출신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청소년극단의 연극 한편을 접하고 무대에 매료됐다. 동아리활동을 통해 직접 무대 경험을 쌓으며 준비과정의 즐거움과 커튼콜의 진한 감동을 알게 된 그는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꿈을 키워나갈 생각이다.  

“연극은 나를 내려놓는 작업이에요. 나를 놓아야 극중 캐릭터로 바뀔 수 있으니까요. 일상생활 속에서도 그게 가능해진 것 같아요. 부끄럼을 타고 의기소침한 나를 내려놓으니 자신감이 생기죠.”

액션배우를 꿈꾸는 우석, 연극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한별

 

준기 군은 우석 군처럼 토닥 활동을 통해 연극을 처음 경험한다. 영화를 좋아하고 배우를 동경하며, 요즘은 한창 연극의 재미에 빠져 있다. 무대 경험자인 진우 군의 한 수 가르침을 쏙쏙 흡수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연극배우는 배고픈 직업 중 하나라지만, 돈을 많이 버는 일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더 행복하리라 생각한다.

“저와 우석이 형은 연극을 처음 해보는 거라 부족한 점이 많아요. 한데 우석이 형이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형이 눈에 띄게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정말, 열심히 하면 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열심히 따라가고 있어요.”

대사를 확인해 보는 준기

 

무대를 경험한 친구든 이번 기회에 무대에 처음 오르는 친구든, 연극을 통해 전과 달라진 점으로 손꼽는 것은 ‘자신감’이다. 작품을 선정하고 배역을 정하고 한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무수한 토의를 거치며,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법을 배웠다. 또한 자신이 맡은 배역을 해석하고 소화하며 사고의 폭도 넓힐 수 있었다.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는 세상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됐다. 부조리와 그늘을 직시하고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며 고민을 공유할 수 있었다.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동 작업이다. 배우들끼린 연기의 합이 맞아야 하고, 배우와 연출, 스태프의 손발이 맞아야 한 편의 작품이 무사히 무대 위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살아온 환경과 내력이 다르고 각기 다른 생각과 성격을 지닌 친구들이 함께 하는 작업 속에 대립과 충돌의 각은 피할 수 없다. 섭섭한 마음도 생길 수 있고 불만이 쌓이기도 할 거다. 하지만 자신감과 함께 키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덕분일까. 열정과 목표를 공유하는 소년들은 어느덧 소통의 달인이 되어 있었다.

닮고 싶은 진우의 표현력과 한별이의 자신감을, 힘을 돋워주는 준기의 성실함과 우석의 열정을 이야기하며 칭찬 릴레이를 이어 가는 이들을 보며 든 생각이다. 연극을 통해 이웃과 소통하고자 하는 청소년 극단 토닥. 이들의 끼와 열정을 공감할 수 있는 무대가 기대된다.

글. 고우정 | 사진. 임다윤 

 

2014 마을유랑극단 토닥 제1회 정기공연  ‘토닥, 마을잔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저희 ‘토닥’은 여러분들이 주인공인 공연을 기획,제작하는 청소년극단입니다.
추운겨울 여러분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연극공연 ‘그날의 바다는 따뜻했다’가
오는 11월 22일(토) 3시에 서울시립성북청소년수련관(서울특별시 성북구 장위동 위치)에서 
진행되니 많은 관심과 관람신청 바랍니다:)

*토닥의 모든공연은 무료관람입니다. 좌석과 관련하여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사전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당일 신청도 가능하오니 관람을 원하시면 현장에서 말씀해주세요! 

 토닥 [페이스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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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 선정단체 오리엔테이션

 

아름다운재단의 <꿈꾸는다음세대> 지원영역은 청소년이 더불어 사는 세대, 꿈꾸는 세대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 자아 존중감, 만남과 소통, 모험과 도전, 상상력 그리고 나눔을 키워드로 청소년과 세상를 이어 갑니다.

그 중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변화를 꿈꾸고, 그에 맞는 실천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청소년들의 활동을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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