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잇는, 나눔산책] 1. 강병인 작가 – 나눔은 창조다

<마음을 잇는, 나눔산책>은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님과 함께 나눔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2018년의 첫번째 나눔산책 !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공유했던 시간을 소개합니다.
스물명의 인물 사진을 편집하여 단체사진과 함께 하나의 사진으로 만듦

2018. 4 <마음을 잇는, 나눔산책>

우리로 만난 나눔산책 기부자

“반갑습니다. 아름다운재단에서는 올해 ‘마음을 잇는, 나눔산책’이라는 행사로 기부자님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 첫 번째 시간이어서 그런지 굉장히 떨리는데요. 오늘 같은 역사적인 날 기부자님들을 만나게 돼서 기쁨이 몇 배로 늘어난 듯합니다. 바쁜 금요일 저녁에 시간 내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년 4월 27일 금요일, 기부자 소통팀 정희은 간사의 인사말로 첫 발을 뗀 나눔산책. 기부자들이 자리한 대회의실에 설렘이 일렁였다. 기부자들은 가장 먼저 아름다운재단의 나눔 철학이 담긴 홍보 영상을 시청했다. 일시적 시혜가 아닌 사회 변화를 바라는 참여로써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자를 닮은 이야기가 행사장을 따뜻하게 보듬었다. 낯선 타인이던 참석자들이 나눔을 품은 이웃으로 자리하는 순간이었다. ‘나’이거나 ‘너’라서 딱딱했던 경계가 ‘우리’라는 유연한 울타리로 전환됐다.

행사장 입구에 나눔산책 행사 안내

4월의 마지막 금요일 저녁. 이 소중한 시간을 내주신 분들은 누굴까.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마련하고 기부자를 기다린다.

“2014년 7월 5일 결혼을 기념하며 축의금의 1%에 해당하는 액수로 기부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맺은 인연이 정기기부로 이어지고 나눔을 실천한 덕분인지 아직까지 남편과 함께 잘 지내고 있어요(웃음). 늘 관심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있어 참여하게 됐습니다.”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넘어뜨려 사랑과 신뢰의 다리로 삼은 이승일&백정연 부부를 시작으로 “나눔과 행복이 전염되는 이 자리를 마련했다는데 도저히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는 정미영 기부자와 “별다른 자각 없이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기부였는데 나눔은 나를 잊지 않고 끌어당겨 줘서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했다”는 김영란 기부자의 소개가 이어졌다.

 

백정연 기부자가 손을 턱에 괴고 강연을 보고 있다.

결혼기념기부로 나눔을 시작했어요 – 백정연 기부자

아름다운재단 정미영 기부자 자기소개

여러 기부자와 나눔을 공유하려고 나눔산책에 참여했어요 – 정미영 기부자

아름다운재단 김영란 기부자 자기소개

기운 세고 기억력 좋은 나눔이 잡아당겨 이 자리에 왔어요 – 김영란 기부자

이에 나눔사업국 김아란 국장은 십 수 년 동안 수많은 기부자와 만난 까닭에 나눔을 더 깊고 넓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화답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기부자의 신뢰를 뒷심 삼아 나아갈 수 있었음에 고마움을 전했다. 더불어 이 만남이 기부자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나눔 산책의 첫 강연자 강병인 작가를 소개했다.

나눔일 수밖에 없는 한글을 경험하다

대회의실에서기부자들이 의자에 앉아 pt를 설명하며 강연하는 강병인 작가를 바라보고 있다.

아마 깜짝 놀라게 되실 겁니다. 한글에 녹아있는 놀라운 나눔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 강병인 작가


“문자로 예술하고 사유하고 유희하는 인간으로 사랑과 나눔의 의무를 당연하다” 말하는 캘리그래퍼 강병인 작가.
그는 재능기부로 생애주기기부 ‘아름다운 Day’를 통해 결혼기념일 기부자에게 맞춤형 한글 가훈을 써준다. 그가 나눔산책의 첫 동행자인 건 자연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자 앞에 서는 게 걱정이었다며 강병인 작가가 운을 뗐다.

“제가 여러분보다 기부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나눔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게 쑥스러워 망설였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다행히 나눌 게 있더라고요. 바로 ‘한글’이었어요. 제겐 늘 함께 하는 글씨를 통해 그 속에 들어있는 우리네 삶을 나누고 싶습니다. 더불어 한글이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보며 왜 한글 자체를 나눔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강병인 작가가 쓴 가훈이 프린트되어 벽에 붙어 있다

강병인 작가는 생애주기기부 ‘아름다운 Day’를 통해 결혼기념일 기부자에게 맞춤형 한글 가훈을 선물한다.

수줍은 인사를 끝낸 그가 글씨 하나에 이야기를 녹이고 우리말과 글이 가진 소리와 의미를 글꼴에 담아 새롭고 아름다운 글꼴을 빚어내는 캘리그라퍼로 살아온 인생을 풀어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한, 배고픈 청소년기의 버팀목이던 서예반 활동, 추사 김정희에 감탄하며 영원히 먹과 살겠다고 영묵(永墨)이란 호를 품게 된 사연, 한시도 쉬지 않고 글씨 연습하던 군대생활, 디자인과 서예를 병행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던 사회생활, IMF 풍파로 철퇴를 맞은 중년까지를 담백하게 들려줬다.

고백 같은 그의 이야기는 ‘법고창신(法古創新)’으로 이어졌고 뜻과 소리, 형태, 동세를 오롯이 담은 글씨, 한글의 나눔정신을 창의적으로 해석한 캘리그라피와 닿았다. 강병인 작가는 들썩이는 ‘춤’, 약동하는 ‘봄’, 피어나는 ‘꽃’, 소담한 ‘밥’ 글씨를 직접 쓰면서 한글이 어떻게 순환하며 살아 움직이는지 기부자에게 보여줬다. 세종대왕의 한글과 강병인의 글씨 속에 담긴 나눔의 철학은 모두를 감탄케 한 전통의 현대적 변용이었다.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근본이념은 나눔의 철학 그 자체입니다. 문자를 몰라 어렵게 사는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 글자를 만들었다고 훈민정음 서문에 있어요. 아주 쉽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깃든 한글, 이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이고 나눔의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는 강병인 작가

하늘과 땅인 태극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모음. 음양과 오행, 봄여름가을겨울, 동서남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나눔의 상상력으로 희망을 싹틔우다

강병인은 강연 사이사이 기부자들과 함께 호흡했다. 나눔을 닮은 캘리그라피기에 일방적인 강요가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몸으로 느끼기를 바랐다.

“지금 생각나는 단어를 써볼까요?”, “한자어는 좀 딱딱하니 순우리말은 어때요? 봄, 쑥 같은 거요”, “품이 넉넉한 엄마를 써보죠”, “동세를 넣어서 바람을 써봐요”, “언덕은 어때요?”

그의 제안에 기부자들은 저마다의 손맛으로 글씨를 만들었다. 기부자들은 직접 참여하며 세종대왕이 정성 들인 한글이 마음을 움직이는 글씨라는 걸 손끝으로 느꼈다. 경험으로 완성되는 글씨로 어째서 한글이 나눔을 연상시키는지 알아차렸다. 강연을 마친 강병인 작가는 마지막으로 ‘나눔은 창조다’라는 글씨를 선사했다. 순백의 화선지를 물들인 먹엔 이웃을 사랑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한글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기부자들이 서로 만나 마음을 열고 오감으로 소통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캘리그라피를 쓰고 있는 강병인 작가의 손

강병인 작가의 제안과 기부자의 의견으로 탄생한 ‘나눔은 창조다.’

강연에 참석한 김영란 기부자는 나눔과 소통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내용에 마음이 담기는 것처럼 글씨에도 마음이 담길 수 있구나 알게 돼서 지평이 넓어진 기분이에요. 무엇보다 제겐 강병인 작가가 아름다운재단과 연결돼 있어서 의미 있었어요. 기부자들 중에 자기의 삶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직업, 취미, 그런 분들이 다른 강연을 해주셔도 좋겠구나 생각했고요. 같은 기부자로서 뭔가 나누고 있다는 연대감이 좋았습니다. 기부자가 호스트가 되어 삶의 부분을 나눌 수 있는 것,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기회가 되는 경험이 뜻 깊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참여한 이혜원 기부자는 “피곤함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하며 예상하지 못한 여러 이야기를 듣고 경험하게 돼서 행복이 가슴 가득 채워진 느낌이에요”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더 직접적으로 소통하기를 원한다는 정미영 기부자는 “아름다운재단을 올 때마다 느끼는 건 다른 곳보다 젊은 기부자를 만나는 게 남다른 경험이다.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이 어우러져서 공감할 수 있는 자리이길 바란다. 아름다운재단이 세대 간 소통을 리드하면 굉장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나눔산책에 참석한 기부자들 단체사진

첫 번째 나눔산책 단체사진 –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라는 인연에 감사한 시간

상상하면 생겨나고 그래서 닿을 수밖에 없는 ‘희망’이다. 사회 변화를 바라는 수많은 마음이 모여 싹을 틔우고 뿌리 내린 길을 따라 걷기. 누구도 거르거나 가르지 않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폭을 맞춰 나아간다.

그것이 아름다운재단이 바라는 나눔산책이다. 기부자들과 함께 걷는 이유다.

글 우승연ㅣ사진 김권일ㅣ영상 정희은

나눔사업국 기부자소통팀ㅣ정희은 간사

진정으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자 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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