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서 일한다는 것 – 마지막 편

아름다운재단이 바꿔준 것들

사람들은 말합니다. 살면서 많은 것들이 예측한 대로, 혹은 말하는 대로, 혹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고요. 그런데 제가 제목으로 내세운 이 글처럼 ‘마지막 편’은 어느 정도 예측하며 시리즈 글을 써왔던 것 같습니다. 분명 5년, 10년 뒤 이 시리즈의 글을 다시 읽었을 때, 저 때는 왜 저렇게 표현했을까 후회하는 순간도 오겠지만, 지금 이대로의 감정 그대로 전하고 싶어 글을 남깁니다. ^^

저는 아름다운재단이란 곳에 와서 모금팀에서 기부자를 만나며 약 6여년의 시간을 보냈고,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아름다운재단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6여 년의 시간 동안 참 많은 것을 얻고, 또 한편으로는 버려야 했습니다.

그동안 느껴왔던 다양한 감정과 상황에 대해 ‘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서 일한다는 것 – 1편부터 10편’까지 긴 시리즈 글을 기재해왔는데 드디어 이렇게 마지막 편이 되었네요. 혼자만 알고 가기에는 아름다운재단에 발을 두드리게 될 예비 신입 간사님들과 기부자님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깁니다.

저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서 일하다가 비영리를 추구하는 재단으로 옮겨왔습니다. 전혀 다른 업무 환경, 다양한 경력의 동료들, 그리고 6여 년의 시간 동안 전화와 미팅을 통해 만나왔던 다양한 기부자들.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경험한 ‘다양성’은 정말 한 줄로 요약하여 표현하기 어렵네요.

누군가 아름다운재단에서의 경험이 저에게 어떤 것들을 변화시켰는지 딱 세 가지만 말해달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 세 가지를 말하고 싶어요. 제가 이야기하게 될 이 세 가지 경험은 자기계발서 어느 곳에서 발췌한 문구도 아니고, 누군가 대신해준 말도 아니고, 그저 6여 년의 기간 동안 온전히 저의 경험을 통해 느낀 바이니, 믿고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

 

1. 일하면서 담는 진심은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직장 생활을 하며 진심을 담는 순간이 많은가요?”

먼저 대답하자면… “많이 없죠.” 그런데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다 보면, 진심을 담아야 하는, 혹은 담을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참 많았습니다. 물론 제가 진심을 담아 누군가에게 제안하고 설득했지만 거절당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6여 년의 시간이 지나 다시 생각해보니, 진심을 담았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가 있었던 기억이 훨씬 많아요.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면서 포커페이스(poker face)보다는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하며 살아오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에, 모금 캠페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제안서를 작성하기도 했고, 기부자를 만나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기부자가 진심으로 걱정되기도 했고, 기부자의 흔하지 않은 개인사를 듣고 지나칠 수 없어 울먹였던 많은 나날도 있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돈을 투자하여 바로 성과를 만드는 기업의 구조와는 다르지만, 기부자와 오랜 기간 나눈 진심을 바탕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 때의 쾌감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며 ‘세상은 아직 따뜻한 곳이구나’를 많이 경험했죠.

그렇다고 일반 기업, 회사 생활이 전부 다 삭막하고 진심이 아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 마음을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거나, 하고 싶은 대로 하면 프로답지 못하다는 핀잔을 듣는 곳이었죠. (왜냐하면, 절제된 조직 생활과 효율화가 중요한 곳이니까요.) 그래서 9시부터 6시까지 돈을 받고 일하면서 이렇게 진심을 담아 마음이 움직이며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신기했습니다.

도대체 그 진심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진심, 진심’ 이야기하는지,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심이란… ‘내가 느끼는 것을 남도 느끼고 있겠구나’ 이 마음이 통하는 것.

진심이라는 마음은 속에 감춰져 있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그 내용은 오롯이 나 혼자만이 알 수 있죠. 내가 느낀 감정이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 상대도 느낄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대하다 보니, 얼굴 근육도 편해지고 마음도 편해졌습니다. 가진 것이 많고 적음을 떠나 마음이 넉넉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비슷하게 닮아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2. 각양각색의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법

신문을 펼치면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아름다운재단에 오기 전, 저의 모습은 제가 좋아하는 한 가지 면만 골라 읽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관심 분야 외에 정치, 사회, 경제 분야의 이야기들은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운재단은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갖게 해줬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있구나.’

그 안에서 그들마다 각각의 사정과 상황, 이유가 있었죠. 한 우물 안에 살던 제가 이 세상에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할 수 있었습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특이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나의 시각 말고도 다른 시각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있으니, 함부로 말하지 않게 되었죠. ‘나는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들에 대해 참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제가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며 만난 사람들은 ‘돈’이 많다고 다 화려하게 살고 있지 않았고, ‘돈’이 없다고 불행해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겉모습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선입견을 갖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된 거죠.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사람을 만나면, 함부로 ‘틀렸다’, ‘이상하다’, ‘나쁘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각자 자신들의 방식으로 삶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거든요. 재단에서의 제 경험이 많다고 자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지 ‘좀 더 많이 보고 경험할수록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겠구나’ 이 사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3. 더 낫고 덜 완성된 삶이 어디 있을까.

(일반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에 대해 너무 큰 두려움을 가진 것 같았어요. 저의 성향도 그렇고, 재단을 통해 만난 많은 기부자도 그 두려움의 장벽이 높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결정해야만 하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러면서 더 나은 삶을 바라기만 하는 것은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것 같았어요. 굴곡 있는 삶을 겪어낸 기부자들은 ‘총량의 법칙’처럼 어딘가 비워지면, 나중에 다시 채워진 것처럼 보였어요. 지금 내 손에 쥐지 못했다고 해서 나중에도 그러리란 법이 없다는 것을…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경험하고, 배우고, 각인된 것 같아요.

다양한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기부자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삶에 공감하고, 그들의 목적대로 기부금이 쓰일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전부였어요. 사람마다 각자의 삶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것이요.

저는 아름다운재단의 일과 삶을 통해 분명히 변화되었어요. 제가 가진 큰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었고, 그동안 제가 미처 몰랐던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에 대한 겸손함을 배우고, 다양한 삶에 대해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되었죠.

아무리 좋은 말도 본인이 겪어봐야 그 내막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아름다운재단에서의 일과 삶은 절대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항상 행복하지만도 않아요. 그런 환상을 갖고 재단에 오신다면, 높은 기대감에 튕겨 나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삶에 대한 호기심과 약간의 유연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름다운재단의 다채로움을 통해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결론을 맺고 싶습니다. ^^

제가 떠난 자리에 누군가 새 일을 맡아 더 긍정적이고, 세상의 좋은 변화를 만들어주길 소원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서 일하는 한 간사의 삶을 궁금해하며 이 시리즈의 글을 읽어준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서 일한다는 것, 마지막 편.

– 끝 –

나눔사업국 기금개발팀ㅣ손영주 간사

내가 옳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같이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합니다. '어떻게 돈을 벌까'와 '어떻게 돈을 쓸까'의 문제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세상. 함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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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옆자리였던 댓글:

    간사님~! 마음 촉촉해지네요.ㅎㅎ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이런 감정들을 또 남겨줘서 고맙습니다.
    우리 삶에 한 순간이었던 아름다운재단의 시간들을 함께 소중히 기억합시다^^

  2. 이수정 댓글:

    진심이 느껴지는 글이라 응원을 드리고 싶습니다.
    6년간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하셨네요. 정말 멋지십니다.
    이후의 시간이 더욱 아름다운시길 축복합니다.

    • 아름다운재단 공식블로그 아름다운재단 공식블로그 댓글:

      안녕하세요 이수정님 🙂 손영주 간사에게 이수정님의 응원과 축복이 전해질거라 믿습니다! 응원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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