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변화의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 해외연수부문] 시민의 손으로 유해화학물질 줄이기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 해외연수부문’(이하 해외연수)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역량강화 및 해외 네트워킹을 위한 해외기관 및 현장 탐방, 국제회의 참석 등을 지원합니다. 2017년 7개팀(개인 1팀, 그룹 6팀) 17명 활동가가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시민사회운동 사례를 경험하고 돌아왔습니다. <일과건강>의 현재순 님,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김원 님은 유해화학물질 이슈를 다루는 벨기에, 독일, 덴마크의 시민단체를 방문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는 해외사례를 학습하고, 국제연대 및 파트너십을 추진했습니다.

생활 속 화학물질들의 위협

최근 들어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규모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가 가장 대표적이며 가장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생리대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사건들이다. 두 사건 모두 유해 화학물질과 관련된 이슈로써 평소에 우리들이 별다른 의심 없이 사용해 왔던 제품들에서 발견된 문제이기에 더욱 놀라운 사건들로 기억되고 있다. 이처럼 생활 속에서 친숙하게 사용됐던 제품들에서 유해물질이라고 분류될 수 있는 것들이 발견되고 알려지면서 생활 속 화학물질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삶에 깊이 침투해 들어온 생활화학물질들 중에서 여러 가지 건강영향과 연루되어 주목받고 있는 물질이 있다. 바로 환경호르몬이다. 환경호르몬은 다양한 제품들에 사용됐고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거나 음식에 오염된 경로를 통해 몸속에 유입되어 건강영향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이 일으키는 건강영향으로 인해 사회가 치러야 하는 경제적 비용은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대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실들을 인지한 이후에는 누구든 유해물질의 노출로부터 자신 스스로와 가족을 지키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독일의 <Friend of the Earth Germany>(이하 BUND)와 덴마크의 <Danish Consumer Council>(이하 DCC)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각각은 두 나라에서 오랜 기간의 역사를 가진 시민단체로써 다양한 환경문제에 대응해 오고 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는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들, 그중에서도 환경호르몬의 노출을 회피하기 위한 시민들의 선택을 도와주는 Tool을 개발하고 보급해오고 있다.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는 선택적 소비

정보화 사회는 우리에게 수많은 유형의 데이터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인터넷 등에 차고 넘치는 데이터들을 잘 활용하면 저렴하고도 성능이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고, 맛있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도 있다. 가고 싶은 어느 곳이든 쉽게 다다를 방법을 찾을 수도 있고 궁금한 소식에도 재빨리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건강의 측면에서 안전한 제품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제품의 SPEC에 대한 정보는 많이 있지만 그 안에 어떤 물질들이 들어 있는지, 그것이 어떤 유해성을 가졌는지, 그래서 나에게 어떤 건강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와 같은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화장품과 같은 제품들에는 전성분 표기제에 따라 모든 성분이 표기되어 있는데도 소비자는 어떤 화장품이 더 안전한지 구분해내기가 어렵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소비자가 좀 더 쉽게 보다 안전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이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물론 이곳에 소개하는 앱 이외에도 제품의 유해성을 구분해서 볼 수 있으면서도 온·오프마켓과 직접 연동된 인터넷 서비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이 앱들은 그것을 개발한 시민단체가 환경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접근을 시도하면서 소비자들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점과 그것이 지향하는 최종 목적이 유해화학물질을 지구로부터 추방하는 것에 닿아 있는 점 때문에 높이 평가받고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BUND가 개발한 <ToxFox> 어플리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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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D가 개발한 앱(왼편), 앱을 이용해서 제품의 유해성을 평가해 본 결과(오른편). 오른편 문구에는 환경호르몬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사진제공: 현재순, 김원)

이름도 재밌다. 내용과 운을 동시에 살려낸 재치 있는 작명이다. 실제 앱에서도 여우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다. 운영자들의 이야기로는 재치 있는 여우의 이미지에다가 독성 물질을 찾아내서 회피하고 없애자는 의미를 붙여 놓은 듯하다. 아래 그림은 <ToxFox>가 스마트폰에서 실행되는 모습과 실제 제품을 검색하고 유해성 평가를 실행해본 모습이다.

<ToxFox>는 특히 바디케어 제품들 내에 함유된 환경호르몬에 대한 위험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앱의 기본창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앱의 구성은 간단하다. 제품의 바코드를 스캔해서 제품의 유해성에 대한 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그동안 검색했던 제품들 정보를 다시 찾아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제품 겉의 바코드를 잘 겨냥해서 찍어보면 어떤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어 어떤 측면의 위험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만약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을 경우(대체로 제조사에서 제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을 경우)에는 소비자가 앱 내에서 제조자에게 직접 항의 메일을 보낼 수 있다. 즉,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요구를 앱을 통해서 전달하게 되면 제조자는 45일 이내에 응답해야 한다. 물론 이와 같은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느냐와 제조자가 얼마나 성실하게 대응하느냐는 그다음의 문제다. 소비자가 제품 내에서 원치 않는 성분을 회피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또한 소비자가 제조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안내해주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소비자의 손안에 유해화학물질의 퇴출을 유도하고 안전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는 것 자체가 이미 사회 운동의 시작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ToxFox>는 약 12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고, 하루 17,000건의 스캔이 실행되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적 소비는 시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이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안전한 물질로 대체되는 길을 단축할 것임에 틀림없다. 아래 그림은 <ToxFox> 운영팀으로부터 <ToxFox>에 대한 설명을 듣고 스마트폰의 앱을 통해 실제 제품의 바코드를 스캔해서 결과를 확인해 보는 장면이다. 방문팀 역시 우리나라에서 개발해서 보급하고 있는 <우리동네 위험지도 2.0>을 소개해줬다. 방문 당시 통역을 담당해 주셨던 문기덕 박사님께서 이 모임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서로가 만든 앱을 탐내며(?) 노하우를 나눴다”. 실제로 매우 탐나는 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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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을 시연하면서 제품에 함유되어 있는 성분을 중심으로 환경호르몬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평가한다 (사진제공: 현재순, 김원)

DCC가 개발한 <Kemiluppen> 어플리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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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C가 개발한 앱(왼편), 제품 평가 결과에는 유해물질이 제품 내에 함유되어 있다는 정보를 제공한다. (사진제공: 현재순, 김원)

두 번째로 소개할 앱은 <덴마크소비자위원회>라는 시민단체가 만든 <Kemiluppen>이다. 굳이 의미를 따져보자면 제품 내 화학물질을 들여다보는 돋보기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ToxFox>와 마찬가지로 전성분이 공개되는 화장품 등 개인위생용품들을 평가할 수 있으며, 바코드를 스캔하면 제품에 함유된 유해성분들을 구분해서 독성 정보를 제공해 준다. 약 1만 개 정도의 제품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하루에만도 50~100개 제품에 대한 정보가 추가된다고 한다. 25만 건이 다운로드 되었으며 약 4.8백만 건의 검색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즉, 하루에 5,000건 정도가 검색되는 셈이다. <Kemiluppen>은 <ToxFox>에 비해서 더 많은 독성 정보 리스트를 활용하고 있다. <ToxFox>가 <REACH>의 Candidate list를 주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에 <Kemiluppen>은 권위 있는 기관들에서 제공하는 좀 더 다양한 유해정보를 활용해서 제품의 독성을 분류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 앱에서도 제조자에게 제품의 정보를 요구하는 기능이 비슷하게 탑재되어 있다. 또한 제품의 바코드를 스캔했는데 제품 정보가 없다면 해당 소비자가 제품에 표기된 성분의 이름이 잘 나오도록 사진을 찍어서 앱 내에서 바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메뉴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전달된 사진들은 앱 운영진들에 의해서 제품의 성분 리스트로 다시 정리되고 이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이 된다. 제품 성분이 기록되고 평가가 완료된 제품 정보는 이후 소비자의 검색이 진행될 때 자동으로 제공된다. 기업의 정보 제공과 운영진의 자료 입력 등으로 데이터베이스가 확장되면 더 많은 소비자가 더욱 안전한 제품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매개로 안전한 제품의 제조 및 유통을 위해 시민, 시장, 그리고 정부가 모이게 될 것이다.

이 외에도 DCC에서는 특정 제품군을 선정해서 실험실에 분석 의뢰를 한다. 그로부터 얻어진 분석 결과를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공표하고 필요한 사회적 의제를 만드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관련된 프로젝트를 위해서 구입된 제품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무실 여기저기에 분석이 완료된 제품들과 분석 의뢰를 위해 구입된 제품들이 가득했다. 이 제품들의 분석 결과는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기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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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장을 가득 채운 분석 예정 혹은 분석이 완료된 제품들 (사진제공: 현재순, 김원)

우리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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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일부 어린이제품과 생활화학제품의 유해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우리동네 위험지도 2.0> (사진제공: 현재순, 김원)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우리도 충분히 가능하다. <일과건강>에서 개발한 <우리동네 위험지도 2.0>(이하 위험지도) 앱을 BUND의 <ToxFox> 앱과 비교해 보면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서야 할 한계는 분명히 있다.

<위험지도>는 <ToxFox>와 <Kemiluppen>과는 근본적인 다른 개발 배경을 갖고 있다. 즉, 앞서 소개한 두 가지 앱은 제품에 표기된 전성분 리스트에 기반을 두고 유해성 분류를 하지만 <위험지도>에 탑재된 일부 어린이제품과 생활화학제품들에 대한 독성평가 정보는 실제 실험실에서 화학적으로 분석된 결과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정보의 정확성은 더 우수하다. 그러나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제품의 종류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험실에서 화학적인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준비된 재원이 없다면 제품 정보를 추가하기는 근본적으로 어렵다.

독일과 덴마크의 앱들이 수만 가지에 이르는 제품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이유는 전 성분 표기에 기반을 둔 소비자의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고, 전문가의 평가를 더해 소비자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공유를 이루어 냈기 때문이다. 물론 제품에 함유된 성분 리스트의 정확성에 일정의 한계가 있겠지만, 소비자의 공유를 통해 한 번 탄력을 받은 앱의 전파는 멈추기 어려운 관성으로 뻗어 나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동력은 우리 사회로부터 유해화학물질을 추방하고, 안전한 제품을 제조 및 유통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유도하는 데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의 앱을 탐했다는 관찰은 이런 이유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우리가 넘어야 할 한계가 그들이 마주칠 것보다는 한층 더 높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아직 관련 제도도 만들어야 하고, 시민들의 동의와 공감도 더 많이 구해야 한다. 그러나 가능하다는 믿음이 앞서고 있으니 주저할 이유는 가장 부족한 변명에 불과하다. 곧 <우리동네 위험지도 3.0>을 손안에 쥐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글ㅣ사진  현재순(일과건강), 김원(노동환경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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