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청소년 단체지원사업] 언제나 그 자리에서 – 전종수 소장, 강혜난 간사, 한희규 팀장

(좌측부터) 한희규 팀장, 강혜난 간사, 전종수 소장

아름다운재단의 청소년 단체 지원사업 ‘사각지대 청소년 단체 지원사업’이 3년의 긴 여정을 마쳤습니다. 2015년 1월 지원 단체로 선정된 이래, 녹록치 않은 이 여정을 재단과 함께 해온 두 단체 실무자들을 모시고, 현장에서 느낀 본 지원사업의 성과와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이동상담소를 통해 거리청소년들을 최접점에서 만나고 있는 이들은 버스를 개조한 건강(의료)특화형 이동쉼터를 운영하는 포텐, 캠핑카 이동상담소를 운영하는 한빛청소년대안센터로, 각각 경기도 의정부시와 서울 송파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3년은 분명 무게를 가진 시간입니다. 장이든 술이든, 숙성과 발효의 마법이 대개 3년부터 시작되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열매를 거두진 못해도 충분히 꽃은 틔울 법한 시간입니다. 3년의 지속적인 지원을 동력 삼아 해당 단체와 지역사회 안에서 일궈낸 유의미한 변화와 성장의 기미들을, 그리고 아이들에게 전해진 진심과 소통의 기억을 되돌아봅니다. 아름다운재단의 단체 지원사업 이전에도 사각지대 청소년과 함께 해온 활동가들은 지원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아이들과 만나왔던 그 자리를 지킬 겁니다. 긴 호흡의 기다림은 이들의 동력,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약속은 이들의 다짐이니까요.

(좌측부터) 한희규 팀장, 강혜난 간사, 전종수 소장

(좌측부터) 한희규 팀장, 강혜난 간사, 전종수 소장

Q. 포텐과 한빛이 진행한 거리청소년 지원사업은 지난 3년간 어떻게 전개되었나요?

강혜난: 1차년도엔 거리청소년 대상의 건강검진 문진표 개발을 위한 기초 조사를 시작했어요. 2차년도엔 의료진에게 지급되던 수당을 50% 삭감해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의료비 비중을 높이는 한편, 연구원 및 파견 의료진과 함께 본격적인 문진표 개발에 착수했고요. 3차년도는 의료비가 가장 많이 증액된 시기이기도 해요. 치과나 산부인과 진료처럼 지속적인 치료나 고액의 의료비가 필요한 사례들이 많아, 이를 집중 지원했어요. 또한 지금까지 만난 청소년들의 이야기로 사례집을 만들고, 포텐 사무실이나 버스를 찾아오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문진표를 적극 활용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희규 : 1차년도엔 아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자원봉사자와의 만남에 집중했습니다. 자원봉사자의 경우 지역 안에서 청소년을 함께 키워간다는 생각으로, 꼭 상담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가진 분들과 함께 했어요. 2차년도엔 그동안 만났던 청소년들과의 지속적인 교감을 통해, 조금 더 깊숙이 숨어있는 아이들을 찾아가는 일에 집중했고요. 아울러 캠핑카 영화상영이라든가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공연을 함께 관람하는 등 문화와 접목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3차년도엔 캠핑카 단골손님이 된 아이들이 밴드, 캘리그라피 등의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어요. 디자인에 관심있는 아이들에겐 센터 사업 관련 디자인을 맡기기도 했고요. 우리가 발굴했던 아이들이 형, 누나가 되어 교육과 상담 등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해요.

Q. 지난 3년, 사업을 진행하며 주목할 만한 성과 혹은 변화를 짚어본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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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난 : 사업 초기엔 지역사회 안에서 아이들을 품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중점을 뒀어요. 지역 내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포텐과 뜻을 함께 해줄 분들을 모았고, 현재 그분들이 협력병원 의료진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계세요. 지역 내에 의지할 수 있는 병원이 있다는 게 굉장히 큰 힘이 돼요. 또한 포텐이 건강특화형 청소년 쉼터로 알려지면서, 타 지역 청소년 단체들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기도 합니다. 의정부 안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의료서비스가 절실한 타 지역 청소년들까지 품어낼 수 있었다는 게 큰 변화가 아닐까 해요.

전종수 : 가장 큰 변화는 인식의 변화가 아닐까 싶어요. 사업 초기에 만난 아이들의 경우, 본인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걸 아예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 해, 두 해 포텐을 경험한 아이들 안에서 ‘내가 도움을 받아도 되는 존재구나’ 하는 마음이 생긴 거 같아요. 또한 지역사회 안에서 일어난 인식의 변화도 매우 유의미한 성과라고 봅니다. 사업 초기, 산부인과 진료에 동행했다가 깜짝 놀랐던 게, 미성년자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없다는 점이었어요. 가령,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청소년에게 임신 몇 주인지 묻는다든지 하는 식이었죠. 하지만 거리청소년들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의료진과 공유하면서, 진료를 넘어 상담까지 해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세요. 든든한 지역 자원이죠.

한희규 : 가장 큰 변화라면 아이들이 상담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들 수 있겠네요. 처음엔 상담이라 하면 굉장히 어둡고 깊은 이야길 해야 할 거 같은 편견이 있었던 거 같아요.  ‘상담을 굳이 해야 해요?’라고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그냥 이야기하고 놀다 가면 돼. 라면만 먹고 가도 돼.’ 이런 식으로 가볍게 접근했어요. 아이들이 상담을 꺼려하지 않게 되면서, 한번 인연을 맺은 아이들이 제 친구들을 데려오는 경우도 늘었죠.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캠핑카를 즐기고 있더라고요.

Q. 아름다운재단의 3년 지원사업이 단체에 미친 영향, 견인해낸 변화와 성장의 포인트를 꼽아본다면 어떤 걸까요?

청소년 특성과 욕구를 고려한 예방적, 통합적 서비스 제공을 통해


강혜난 :
의료 지원이 보다 강화된 점을 들 수 있겠네요. 아름다운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기 이전에도 건강특화사업을 진행했지만, 기존의 보조금만으론 제약이 많았거든요. 며칠 전 새벽에 한 아이의 전화를 받았어요. 울면서 하는 이야기가, 맞아서 응급실에 와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전화를 받으면 심장이 쿵 내려앉아요. 한데, 이 아이가 우리에게 전화를 할 수 없었다면, 하고 생각하면 더 아찔해요. 아이들 사이에 정말 도움이 절실한 순간, 손 내밀 수 있는 안전망으로 포텐이 자리매김했다는 게 너무 고맙더라고요. 지난 3년, 지속적으로 만나 상담하고, 아픈 아이들을 병원에 데려갔던 덕분이죠. 사실, 2차 진료의 절반 이상이 산부인과인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 상담을 해보면 성매매에 노출된 경우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아요. 그런 아이들을 위해 십대인권상담센터 등 타 지역 자원과 협약을 맺어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전종수 : 앞서 이야기한 산부인과 진료의 예처럼, 의료적인 문제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그 아이가 처해 있는 상황을 복합적으로 파악하는 눈이 생긴 거 같아요. 우리를 찾아오는 아이들의 삶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마음이야말로 포텐 활동가들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성장의 포인트가 아닐까 합니다.

한희규 :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꿈이 뭐냐고 물어보곤 해요. 한데, 아이들 꿈이라는 게 되게 한정적이더라고요. 또 학교 안과 학교 밖 청소년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커요. 학교 밖, 거리청소년의 꿈이 더 한정적이죠. 정보의 차이가 꿈의 규모와 범위에 차이를 만드는 셈이랄까요. 초등학교 때부터 코딩을 배우는 아이와 매일 PC방에 가도 메일 계정 하나 만들 줄 모르는 아이의 차이죠. 이 아이들과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아이들의 관심사를 조사해 센터에 3D프린터를 장만했어요.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를 통해 자연스레 과학 수업을 이끌었죠. 최근엔 드론을 만들어보는 시간도 가졌어요. ‘난 못해, 할 수 없어’ 했던 아이들이 ‘해보니 되네!’ 성취감을 느끼며 ‘이것도 해볼래요, 이거 하고 싶어요’ 의욕을 품었다는 것. 보다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도록 지원해줄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합니다.

Q. 사각지대 청소년에 대한 실질적 지원으로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할까요?

한희규 : ‘사각지대’란 용어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1년차 땐 학교 밖 청소년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했지만, 차츰 학교 밖만이 사각지대는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각지대 청소년이 뭘까, 다시 생각하게 됐죠. 캠핑카 이동상담소를 찾아오는 한 아이의 경우, 겉으로 보기에는 부족함 없어보이지만 그 애는 너무 힘들어해요.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괴로움이 크죠. 그런데 그 이야기를 가족이나 친구, 누구와도 나누지 못해요. 정서적으로 고립돼 있죠. 이런 친구들을 보면서 사각지대의 범주에 대해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전종수 : 거리청소년은 긴 호흡으로 지켜볼 사람이 필요해요. 가족 간의 갈등, 경제적인 문제 등 아이들이 거리로 나오게 된 이유와 위기상황이 해결되기까진 꽤 긴 과정이 필요하니까요. 누군가는 계속 변함없이 기다려주고 지원해줘야 해요. 저는 제 카톡 프로필에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란 글귀를 쓰곤 해요. 한결같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 우리 포텐이었으면 좋겠어요. 기다려주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 친구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 되더라고요. 아울러 사각지대의 범위 설정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할 거 같아요. 국가 정책이나 여러 사회복지기관에서 지원하는 형태를 보면 소득기준을 근거로 매뉴얼대로만 배분하고 지원하는데, 그러한 와중에 또 다른 사각지대가 발생하더라고요.

최근에 만난 18, 19세 청소년 부부 이야기를 예로 들어볼게요. 출산을 한 이후 포텐이 위기 개입을 하게 된 친구들인데, 법적으로 혼인신고까지 마친 터라 미혼모 지원 기준에도 벗어나고 또, 이 친구들이 남자아이 쪽 형네 집에 얹혀사는 터라 가구소득으로도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벗어나더라고요. 실상은 스물두살짜리 형의 투룸 월세집 작은 방 한 칸에서 생후 이틀 된 아기와 어린 엄마, 아빠가 생활하는 건데, 어린 산모가 산후조리조차 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공적자금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더라고요. 이처럼 공적 지원으로부터 소외되고 저희가 가진 작은 예산으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힘든 사례들을 발견할 때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게 되지만, 복지의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공론화하는 역할도 우리와 같은 민간단체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요.

Q. 거리청소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혹은 시작하고자 하는 단체에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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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규 : 1년차 때 가장 힘들었던 점 중 하나가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는 거였어요. 특히 자원봉사자 중엔 아이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것에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는 분도 많았어요. 그래서 중간에 그만두는 분들도 생겼죠. 거의 반 이상이 떠나셨어요. 아이들 몇 명을 만났다는 숫자에, 말하자면 가시적인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해요.

전종수 :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한 아이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학교 밖 청소년, 거리청소년들은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어요. 그 아이들에게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마련해줬으면 해요. 좋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눈도 생기고,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갈 힘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강혜난 : 거리청소년들을 만나며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이 아이들은 고민 자체가 평범한 가정과 학교의 울타리 안에 있는 일반 청소년들과 다르다는 점이었어요. 오늘 어디서 자야할지, 어떻게 끼니를 때워야 할지, 지금 이 순간, 가장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를 고민하더라고요. 실제로 밥을 굶는 아이, 노숙하는 아이들이 허다해요. 다치고 아파도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일단은 거리청소년의 이러한 특성과 욕구를 파악해, 그 아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서비스부터 제공해야한다고 생각해요.

Q. 2015년 시행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에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통해 정부 지원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에 보다 개선되길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전종수 : 가령,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건강검진을 전국 530여 개 병원과 보건소에서 지원한다고 하는데, 건강검진 신청 절차를 보면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신청하라’고 나와요. 하지만 주로 밤 시간에 활동하는 거리청소년에게 방문과 우편 접수는 사실 힘든 일이죠. 또 건강검진 신청을 위해 필요한 서류 중에 개인정보동의서란 게 있는데, 이런 용어 자체가 아이들에겐 어려운 부분이기도 해요. 게다가 학교 밖 청소년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준비하라고 하는데, 당장의 끼니와 잠자리가 걱정인 아이들이 그런 서류를 어디서 발급받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법과 제도라면 그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그 아이들이 처한 상황에 맞게 보다 간소화되어 탄력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의정부시이동형쉼터 포텐에서는 아름다운재단 사각지대 청소년 단체지원사업을 통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간 수행한 거리청소년 건강지원 사업(거리위기청소년 의료복지 허브)의 수행 결과, 문진표 사용 결과, 거리청소년 및 의료전문가의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고 본 사업의 성과와 향후 거리청소년 건강지원사업의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관련한 정보가 궁금하다면 연구보고서를 참고하세요!

[연구보고서 다운로드] 2015-2017 거리청소년 건강지원 정책연구 _ 포텐

글 고우정ㅣ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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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재단  ‘안전’ 영역 청소년 단체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거리청소년 아웃리치 및 지원이 가능하고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단체를 지원함으로써 거리청소년들이 지역 안에서 생활하고 보호받을수 있는 안전망을 제공합니다. 한편 기존의 사후적이고 단편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청소년의 특성과 욕구를 고려한 예방적,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여 다양한 거리청소년 지원모델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본 사업은 ‘거리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단체를 지원합니다.
변화사업국 변화사업팀ㅣ전서영 간사

아이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꿈꾸는 다음세대' 영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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