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향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

 

‘하향영화’는 의도치 않게 저절로 낮은 수준을 향하고 있는 영화 감상문 입니다.
 여기에는 심각한 스포일러와 몰이해, 영화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괜찮아요 미스터브래드 / 출처: IMDB

괜찮아요 미스터브래드 / 출처: IMDB

안녕하세요. 하향영화에서 최신 영화를 소개하는 건 양심에 좀 찔리네요. 그래도 굳이, 이 영화로 글을 쓰겠다고 생각한 것은 영화가 아주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흔치 않게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일꾼이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생각보다 비영리단체 일꾼이 주인공인 영화는 많습니다. 알고 보면(!) 킹스맨도 민간 비영리단체 구요, 어벤저스도 민간 비영리단체네요. 세일러문, 배트맨 등등 모두 비영리 민간 단체의 일꾼들 입니다. 어쨋든 킹스맨이나 어벤져스 말고 보통의 평범한 비영리단체 일꾼이 주인공인 영화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사회복지사가 가끔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하는 경우는 있지만 비영리단체의 일꾼은 사회복지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복지가 아닌 영역에도 많은 비영리 단체가 있고 그곳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화 ‘미스터 브래드’의 미스터 브래드는 비영리단체의 대표입니다. 직원은 브래드와 다른 1명 밖에 없는 작은 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다른 비영리단체들의 홍보를 돕는 일을 합니다. 비영리단체를 돕는 비영리단체라는 것이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꽤 많은 단체가 있습니다.

일단 아름다운재단도 비영리 단체를 돕는 비영리 단체 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시민들의 기부금을 받아 사회복지단체 뿐아니라 다양한 시민단체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른 비영리단체 중에서도 시민들의 기부금을 받아 다른 단체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또 어떤 단체는 비영리단체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컴퓨터 프로그램과 기자재들을 무료 또는 저렴하게 제공하고 관련 기술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이렇게 비영리를 돕는 비영리단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단체들을 보통 중간지원조직이라고 합니다. 다른 비영리단체의 홍보를 돕는 브래드의 비영리단체도 그중 하나입니다.

영화에 대해 살짝 말씀드리면, 브래드는 대학을 중퇴하고 비영리단체에서 많은 일을 시작했습니다. 20년 넘게 일하며 그 분야에서 인정도 받았지만 중년이 되자 자신의 삶이 실패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브래드의 대학 친구들은 헤지펀드의 대표가 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영화계의 거물 프로듀서도 되고, 젊은 나이에 IT스타트업을 큰금액에 팔고 하와이에서 흥청망청 살기도 합니다. 브래드는 그들의 삶과 자신의 삶을 자꾸 비교하면서 비참한 기분을 느낍니다.

브래드는 대학시절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여자친구 때문에 자신이 비영리 활동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여자친구는 지금의 아내입니다. 브래드는 그래서 아내를 원망하기도 합니다. 아내 때문에 자신이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래서 자기 친구들 처럼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유한 처가댁 재산에 강한 관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아들의 친구가 대학 졸업 후에 인도에서 사람들을 돕고 싶어하는데 그에게 돈을 버는게 최고이며 자신의 삶이 친구들과 비교할때 얼마나 비참한지를 장황하게 말하고는 자신을 혐오스럽게 느끼기도 합니다.

브래드와 그의 아내 /출처 IMDB

브래드와 그의 아내 /출처 IMDB

신작 영화이니 때문에 영화 이야기는 이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면서 시기,질투 하는 찌질한 브래드를 보면서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하고, 노동 운동을 하고, 빈곤 운동을 하고, 인권 운동을 하고… 그 분야에서 크게 인정받고 존경받은 사람들 중에서는 나중에 그가 해왔던 운동과는 정반대에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자신이 참여했던 운동을 멈출 수 있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자신이 참여했던 운동을 왜곡하고 비난하면서 한때 자신이 비판해왔던 사람처럼 살거나 오히려 더 심한 행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싫었습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에 나오는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우리 사람은 되지 못해도 괴물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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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미스터 브래드를 보면서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다가 마음이 변하게 된 것은 ‘내가 이만큼 희생을 했는데 나의 생활은 어렵고 내가 원하는 만큼 인정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저 부도덕한 인간들은 저렇게 잘사는데 나는 왜 이럴까’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면서 함정에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건 ‘내가 훌륭한 일을 하고 있고 그래서 윤리적으로 우월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의 함정입니다. 함정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런 함정에 빠지면 나의 일에 동참하지 않거나 무관심한 사람을 보면 쉽게 부도덕한 사람이라고 낙인 찍고 분노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존경받아야 되고 대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생각의 함정은 사실 오만함에 기인합니다. 내가 돋보이고 싶은 욕망 때문에 자신마저 속이는 완벽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영화 속 브래드는 생각의 함정에 빠져 타인을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대의로 왜곡해서 스스로를 속이지도 않습니다. 그저  솔직하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냅니다. 그렇기에 저는 결국에 브래드가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출처: 도서출판 오월의 봄)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출처: 도서출판 오월의 봄)

영화 미스터 브래드를 보고 떠오른 책이 있습니다. 책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입니다. 이 책은 환경운동가인 헨리 스피라 평전입니다. 헨리 스피라는 화장품이나 가정용 화학제품등 온갖 것들을 만들 때 일어나는 동물 실험을 막는 일을 했습니다.  많은 동물이 실험대에 묶인 채로 피부가 망가지거나 죽을 때까지 실험 대상이 되었습니다.

헨리 스피라는 수십 년간 동물 실험을 반대해온 동물보호단체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헨리 스피라는 그 동물보호단체들이 동물실험에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비난한 것 외에 실제로 동물 실험을 막는 어떤 도움되는 일을 했냐며 분노합니다. 그래서 헨리 스피라는 동물실험을 하는 사람을 악마화 하는 대신에 동물실험을 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사정을 알고자 합니다.

미국정부는 제품의 안정성 검사를 위해서 동물실험을 필수적으로 하도록 규정으로 정해두고 있었습니다. 사실 동물실험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동물실험은 본인들이 줄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던 겁니다. 그래서 헨리 스피라는 그 규정을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동물실험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그 숫자를 최소화 하는 검사 방식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서 헨리 스피라는 동물실험을 많이 하는 P&G를 설득해 동물실험을 줄일 방법을 찾는 연구에 막대한 기금을 내도록 했습니다.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많은 동물실험을 하는 회사가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바꿀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정부의 규정은 바뀌었고 실험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동물실험은 크게 줄었습니다.

그런데 헨리 스피라는 다른 동물 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습니다. 모든 동물 실험에 반대하는 동물단체들은 헨리 스피라가 동물 실험을 타협한 것이고, 그렇기에 그 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어떤 동물들은 실험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그리고 엄청난 수의 동물 실험을 해왔던 P&G와 손을 잡은 것 자체가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헨리 스피라의 방법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동물단체들이 수십 년간 동물실험을 반대해왔지만 실제로 동물실험에서 희생되는 동물들을 줄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헨리 스피라의 문제의식처럼 동물실험을 하는 사람과 기업을 악마화 했을 뿐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동물단체들이 다른 방법을 제안하는데 소홀했고 헨리 스피라는 실제로 많은 동물을 구해냈다고 보았습니다.

브래드를 보면서 전 헨리 스피라가 떠올랐습니다. 사실 저의 과한 해석이지만(다시 한번 오역과 왜곡이 가득 있는 영화 관련 글이라는 점을 안내해 드립니다. :)) 어쨌든 저는 그 두 사람 모두은 보통의 감수성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헨리 스피라는 자신이 상대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보통의 사람이라는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봤고, 브래드도 자신이 가진 평범한 욕망을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타인을 윤리적으로 비난하며 자신을 고고하게 만드는 대신에요. 저는 그래서 영화를 모두 보고나서 참 브래드가 좋아졌습니다.

사실 타인을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인정하고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욕망과 내적 갈등에 솔질한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통의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 보통의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전 촛불을 들었던 보통의 사람들이 만든 세상이 그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이듯이요.

기획조정실ㅣ이창석 간사

더 많이 가지기 보다는 더 많이 나누고 싶어서 아름다운재단에 왔습니다. 한겨울 오롯한 화롯가 처럼 나눔으로 따뜻한 세상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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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영화 조하 댓글:

    간사님의 다양한 시선에 놀랐습니다. 미스터 브래드 꼭 볼게요.

    • 기획조정실ㅣ이창석 간사 기획조정실ㅣ이창석 간사 댓글:

      아이구 감사합니다. 🙂 비영리 일꾼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있으니 괜히 이것저것 자신을 대입하게 되어서 글도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 흘러가버려서.. 읽으시는 분들은 어떠셨을까 궁금했습니다.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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