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 내가 잘하는 것을 나누며 성장하는 ‘MOV’

서울영상고등학교 동아리 MOV 단체사진
아름다운재단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 (이하 청자발)은 청소년이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을 꿈꾸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해 청소년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7년 청자발은 10개 청소년 모둠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올해는 누가, 어떤 자발적 활동이나 창의적 실험을 할까요? 설렘 가득한 마음을 안고 만나볼까요? 지난 7월 둘째주 토요일, 지역아동센터에서 영화 촬영으로 분주히 뛰어다니는 <MOV>를 만났습니다.


멘탈이 털려도 괜찮아

지역아동센터 인근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영화제 트레일러 촬영 현장. <제1회 상상그림 어린이 영화제>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MOV>의 도움을 받아 직접 만든 영화를 상영하는 축제다. 영화제 내용을 압축적으로 소개하는 트레일러 영상에는 하얀 도화지에 알록달록한 아이들의 상상력을 펼치는 모습을 담기로 했다.

꼬맹이 배우들은 촬영을 위해 비닐로 된 우비를 입고 기다렸다. 장마철 날씨는 후덥지근했고, 교실의 에어컨은 무용지물이었다.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덥다고 아우성을 치거나 자기들끼리 티격태격했다. <MOV> 멤버들은 콘티를 점검하고 소품을 챙기다가도 엉겨 붙어 싸우는 아이들을 떼어놓고, 덥다고 아우성치는 아이들에게 손부채질을 해주었다.

“레디, 악숀!”

카메라가 돌고, 감독의 사인이 울려 퍼지자 놀랍게도 어수선한 촬영장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감독이 촬영 전에 설명한 대로 하얀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나무 그림을 슥슥 그렸다. 그곳에는 놀라울 정도로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는 배우들이 있었다. 감독의 “컷!”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다시 평소대로 누구보다 찧고 까부는 아이들로 돌아갔다. <MOV> 멤버들은 멘탈이 반쯤 털린 채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촬영을 이어갔다.

서울영상고등학교 동아리 MOV가 영화제 트레일러를 촬영하고 있다.

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영화제, ‘제 1회 상상그림 어린이 영화제’ 트레일러 촬영현장

서울영상고등학교 동아리 MOV가 영화제 트레일러 인서트컷을 촬영하고 있다.

쉿! 카메라를 든 ‘MOV’는 진지하다

좋아서 만든 동아리

<MOV>는 서울영상고등학교(이하 영상고) 재학생들이 만든 동아리이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문화체험과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어린이 영화제작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MOV> 멤버들은 학교에서 배운 연출, 촬영, 편집 기술을 활용하여 아이들의 영상제작을 돕는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각각 배우, 영화감독, 시나리오작가, 촬영감독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든다.

규빈은 몇몇 친구들과 함께 작년부터 보라매지역아동센터에서 영화, 뮤직비디오, UCC 등 영상제작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까 더 체계적인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정식으로 동아리를 만들고 멤버를 모집했다. 연출, 촬영, 편집 등 각자 다른 특기를 가진 서른 명의 친구들이 활동한다.

처음에는 지역아동센터 4곳에서 <어린이 영화제작교실>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보라매지역아동센터, 관악지역아동복지센터 2곳에서만 진행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아이의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학부모가 있어서 촬영 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영화 이론을 공부하고, 시나리오도 썼지만, 촬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영상고등학교 동아리 MOV가 영화 포스터를 촬영하고 있다.

골목길에서 진행한 영화 포스터 촬영

서울영상고등학교 동아리 MOV가 영화 포스터를 촬영하고 있다.

“일훈샘~ 내 영화 포스터는 내가 찍어볼래요!”

함께 꿈꾸고 성장하기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MOV>는 ‘내가 잘하는 것’을 나누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우리를 기다리고 환대해 주는 아이들,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아는 아이들에게 뭐라도 가르쳐주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쉽게 설명하고 싶어서 공부한다. 한편 영화는 협업의 예술이다. <MOV>는 아이들과 함께 만들고 함께 지키는 공동의 약속을 정하고, 멤버 간 의견대립이 생기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는 공동작업이라 종종 이런 일이 있는데 싸우면 될 일도 안 되니까 대화로 풀어요.” – 소윤

“공간이 협소한데 여러 명의 아이가 동시에 뛰어다니면 다칠 수 있으니까 규칙을 정했어요.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다 같이 소리 내어 규칙을 읽어요.” – 일훈

지역아동센터 아이들도 <어린이 영화제작교실>을 통해 달라졌다. 말을 걸면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내성적이고, 혼자 있는 걸 좋아했던 아이가 영화의 주연을 맡으면서 표정과 태도가 밝아졌다. 꿈이 없다고 고개를 푹 숙이던 아이는 어느 날 슬쩍 다가와서 자기도 꿈이 생겼다며 “선생님, 저도 커서 영상제작 일을 해보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뭐든지 되게 열심히 해요. 저도 열심히 해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 – 규빈

“나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누구에게라도 가르쳐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 민기

<MOV> 멤버들과 아이들은 또래 친구 같은 익숙한 관계를 벗어나 영화를 매개로 맺어진 새로운 관계 속에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 <MOV>는 청자발 지원 종료 후에도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의 영상제작을 지속할 계획이다. 아이들이 ‘내가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영상 분야 진로를 꿈꾸는 아이에게는 든든한 선배가 되고 싶다. 

서울영상고등학교 동아리 MOV가 촬영 구도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

멤버간 의견 차이가 있으면 그때그때 대화를 한다

서울영상고등학교 동아리 MOV 단체사진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의 친구같은 샘들, ‘MOV’

나에게 청자발은 ○○이다

“인생의 발판. 청자발을 통해 저를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으니까요.” – 민기

“동료. 우리끼리 활동하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활동하는 기분이 들어요.” – 소윤

“트램펄린. 트램펄린은 양면성이 있잖아요. 제대로 이용하면 정말 즐거운데,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 부상을 입을 수 있어요. 부상을 입는다기보다 멘탈이 탈탈 털릴 수 있다. 아무래도 지원금 정산이 조금 복잡하니까요.” – 일훈

“기회. 하나부터 열까지 발로 뛰면서 고생하고 있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을 돕고, 스스로 성장할 기회가 열린 것 같아요.” – 규빈

서울영상고등학교 동아리 MOV 단체사진

“내가 잘하는 걸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사진ㅣ전서영 간사

[관련 글 더보기]
[2017년 청자발] OT 이야기- 이것이 우리들의 처음이었지
[2017년 청자발] 청소년의 인권을 밝히는 ‘청문회’
[2017년 청자발] 좌충우돌 열아홉 인생 ‘늘품’

좋아할만한 다른 이야기

댓글 정책보기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