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변시 이야기] 이주민이 체감하는 한국사회는?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2013 변시 이야기] 이주민이 체감하는 한국사회는?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2013 변시 이야기-프로젝트B]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B’는 1년 이내의 단체 프로젝트를 지원합니다. 1년간의 사업으로 당장의 효과를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각 단체별로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방식의 사업들을 전개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사업들입니다. 2013년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B에서는 총 10개의 단체가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2013년 수행한 사업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지난 한 해, 이주민 당사자가 직접, 그들이 겪는 불편과 차별을 조사하고 다문화 사회로 가는 데 변화해야 할 것은 무엇인 지 시민사회와 공감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주민 자조모임 리더 네트워크를 형성, 다문화 플랜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내용상 비슷한 사업은 이미 많이 진행되어 왔지만, 대부분은 선주민이 중심이 되고 있고 이러한 경우 의도와는 다르게 일방적인 소통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양한 국적과, 계층과, 언어와 문화를 가진 이들을 ‘이주민’ 하나로 묶어 대하는 것도, 심지어는 이주민과의 소통을 위한 회의에 활용되는 언어가 영어뿐이라는 것도요.

그러한 문제인식에서 진행 된 이번 프로젝트는 조사 내용을 결정하고, 기법을 학습하고, 인터뷰 조사를 진행하고 분석하기까지 모두 이주민 당사자가 중심이 되었고, 이 과정을 통해 개인적인 내적 성장 및 역량 강화는 물론 인터뷰 과정을 통해 만난 이들끼리 네트워크가 구축되는 성과 등도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정책 제안입니다.

아주 혹시, 실제 정책으로 입안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현실 정책과 이주민 체감의 차이로 당사자 중심주의의 강화 필요성이 드러난 것, 이주민 당사자끼리의 공감대의 정도를 넓힌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활동이 아니었을까요.


 

이주민이 감동받는 문화와 사회를 꿈꾸며

2013년 1월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14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8%에 달한다. 이 수치는 ‘등록’된 이주민 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미등록 이주민 17만명을 포함하면 3.2%다. 전세계 인구의 약 3.2%가 자신이 태어난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이주민으로 살고 있다는 유엔의 통계를 볼 때 한국의 이주민 수는 국제적 평균 정도다.

정부가 외국인과 다문화가족 정책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이주민’이 체감하는 한국사회는 ‘이주민’이 살기에 좋은 사회는 아니다. 2012년 8월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우리 사회가 인종차별에 충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2013년 이주민이 직접 동료 이주민을 심층인터뷰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는 ‘이주민이 직접 제안하는 다문화 정책 플랜 만들기’ 프로젝트를 기획, 진행하였다. 특히 전체 이주민 인구 중 48%를 차지하는 여성이주민만을 대상으로 이주민이자 여성으로서 겪는 문제에 집중하고자 했다. 결혼이주, 이주노동자, 유학생, 동포 등을 대상으로 하였는데 이는 비자유형 또는 입국 동기 비율로 이주민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총 80부, 300페이지에 달하는 인터뷰 보고서 1차 결과물은 이주여성 당사자 참여자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당사자 참여자들은 모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였고, 그 안에는 인터뷰를 하면서 본인들이 느낀 감정까지도 서술하는 등 인터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수치로는 목표에 못 미치지만 이주여성 당사자들이 직접 동료를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한국어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이다.

심층 인터뷰 교육 중 참여자들이 짝을 지어 인터뷰 실습 중이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이주민으로서 차별경험은 비자 유형에 상관없이 공통적이다. 이주민이 많아지면서 한 가족이 서로 다른 유형의 비자로 한국에 체류하기도 하고, 체류 유형에 따라 제도적 혜택도 다르다. 

이번 조사대상인 결혼이주, 이주노동, 유학, 동포의 경우 한국에 장기체류하는 이주민 집단에 속하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주민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한국체류의 안정성이 이주민정책의 바로미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심층인터뷰에서 한국의 이주민 정책이 소극적이고, 이주민에 대해 야박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심층인터뷰에 참여한 이주민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가장 필요한 다문화 정책 제안은 5가지 정도로 압축될 수 있다.

첫째, 건강보험의 홍보가 필요하다. 

결혼이주민이나 공장으로 이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보험료를 내고 한국의 건강보험을 이용할 수 있지만 동포, 유학생, 농업노동자들은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방법을 몰라, 비용부담이 커서가입하지 않고 있었다. EU는 이민자들이 받는 복지혜택보다 납세를 통해 국가의 재정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민자들이 이민을 수용하는 국가 인구구조보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젊은 층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복지제도를 이주민에게 개방한다고 ‘국민’이 손해를 보지는 않는 것이다. 우리도 이주민의 구성이나 경제적 형평성을 기한 보험률 적용으로 이주민도 한국사회에서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둘째, 양육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다.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생활인으로서 가족을 구성하고 아이를 양육하는 이주민이지만, 동포, 유학생, 노동자들에게는 양육은 고스란히 당사자들의 몫이다. 아동의 양육은 교육권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가입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통해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양육지원은 이주민 정책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주민 자녀 또한 한국사회에서 한국을 배우며 성장하는 만큼 보호의 대상이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보령지역에서 만난 가내수공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주여성들.

셋째, 미디어를 통한 차별적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 

이주민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는 자국의 이미지가 한국의 미디어를 통해 나쁘게 비추어 진다는 것이다. 이주민들의 모국을 저개발, 미성숙한 나라로 묘사한다는 점에서 이주민들은 대부분 불쾌감과 함께 한국 미디어의 편협한 인식을 비판하고 있다. 

이주민과 관련된 보도의 기준은 한국기자협회가 국가인원위원회와 함께 2011년 제정한 인권보도 준칙과 2013년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제작한 ‘문화다양성을 고려한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모르는 기자들이 더 많다. 

한국이 이주 송출국에서 유입국이 된 만큼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된 심의규정, 보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고 이를 지키도록 방송과 언론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이 필수적이다. 또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규정도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다문화의 개념정의를 다시 세우고 다양한 이주민 정책을 포괄하는 ‘이민정책’이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만 한다. 

‘다문화’가 주는 이미지는 이주노동자, 유학생, 동포까지 체류유형을 불문하고 한국에 체류하는 모든 이주민을 아우르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다문화가족지원법이 포함하는 범위는 한국국적자의 배우자 또는 귀화자로 한정,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이주노동자, 유학생, 동포 등 수많은 ‘다문화인’을 법에서 소외시키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은 법적, 제도적 차원의 ‘다문화’라는 용어 자체를 알지 못한다. 유학생들은 다문화라고 생각하지만 그 혜택이 없다는 점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동포의 경우는 혈연의 관점에서 다문화에 속하길 거부하면서, 또한 ‘다문화’만큼도 지원을 받지 못하다며 서운해한다. 결국 ‘다문화주의’ 또는 ‘다문화정책’의 주인공들은 소외되는 한국의 다문화가족지원법은 ‘다문화’라는 용어를 모호하게 적용하는 법률인 셈이다. 

다섯째, 용어 그대로 다문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인 이주민’들과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인 친구가 있는 이주민은 드물었다. 어려움이 생길 경우 본국가족, 본국 친구들이 주요 상담 대상이고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도 가족이나 본국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유학생은 한국인 친구들로부터 은근한 따돌림을 느낀다. 차라리 다른 나라의 유학생끼리는 친구가 되지만 ‘친하게 지내는’ 한국인 친구는 없다는 것이다. 결혼이주여성들도 한국인 친구들은 사귀기 어렵다고 한다. 이처럼 이주민은 분명 우리의 이웃으로 존재하지만 친구가 되지는 못했다. 결국 한국사회가 향하고 있는 다문화사회는 한국/다문화라는 이분법적인 구조인 셈이다. ‘글로벌 한국’은 이주민과 함께 어우러질 때 가능한 것이지 한국내에서 한국만 따로 존재해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성장하는 국가는 인구가 늘어나는 국가다. 출산과 더불어 이주는 그 국가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또, 이주민이 자신이 이주한 국가의 문화나 사회에 감동받을 때 그 사회의 미래가치가 빛난다. 아직 우리나라는 이주민을 그가 가진 재산과 피부색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문화’라는 말이 제대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아직 우리 사회가 노력할 것이 많다.

12월 30일. 이주여성 당사자가 제안하는 다문화정책플랜만들기 보고회 및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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