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변시 이야기]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심리적, 정신과적 상흔 치유하기 –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2

[2013 변시 이야기]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심리적, 정신과적 상흔 치유하기 -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2

[2013 변시 이야기-프로젝트A]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A’는 단체가 주최가 되어 이전에 실행한 사업 중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3년 이하 중장기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2013년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에서는 총 8개의 단체가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2013년 수행한 사업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회복, 생성, 변화를 통한 현대사 공감 기획”라는 사업을 통해 민주화운동 체험자들의 경험과 가치를 활용하여 새로운 현대사 공감 모델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2012년 하반기 연속지원에 선정되어 2013년 2년차 사업을 수행하였습니다.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심리적, 정신과적 상흔 치유하기 

– 심성수련회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2007년 민주화운동 당사자들의 정신과적 후유의증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였다. 예상대로 충격적이었다. 트라우마.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당했던 폭력과 고문, 감시, 그리고 이후 살아오면서 민주화운동 경력으로 인한 차별에 의한 상실감 등 아주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심리적, 정신과적 상흔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이성적으로는 민주화운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였지만, 속을 파고 들여다보거나, 아니면 의식하지 않는 순간순간 상흔이 들추어졌다. 그래서 치유사업을 2008년부터 시작하였다.

치유사업으로 진행되는 심성수련회

올해로 6년 째 진행해 오는데, 가장 어렵고 긴장되는 프로그램이 1박 2일로 진행되는 수련회이다.

우선 프로그램에 참여할 대상을 조직하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다. 유가족 등 연로한 회원들은 체력의 문제로, 상대적으로 젊은 50대의 회원들은 생업의 문제로 이틀을 할애하는 것을 힘들어 했다. 게다가 프로그램의 내용에 맞는 팀 구성을 해야 하니 수십 번의 통화를 해야 겨우 사업을 진행할 모양새가 만들어진다. 수련회의 또 하나의 어려움은 장소의 문제이다.

주5일제가 정착이 되면서 전국 곳곳에 펜션 등 수련을 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아주 많이 들어섰지만, 우리 조건에 맞는 장소는 흔치 않았다. 일단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우리는 고령인 분이 많으니, 숙소가 편리하고 깨끗하여야 한다. 체력이나 면역력이 낮은 까닭이다. 거기에다가 더욱 어려운 것은 집단활동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팀별로 필요한 것이다. 

보통 회사 등 단체들은 수련장소에 대강당이 하나면 족한데, 우리는 3팀이면 3개, 4팀이면 4개가 필요했다. 열다섯명 내외로 구성된 팀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닐 수 있는 정도의 강당이 팀별로 필요한데, 그러한 장소가 흔치 않은 것이다. 청소년 수련원이 있기는 한데, 매년 이곳저곳 문의전화를 해 보면 거절을 당한다. 그런 시설은 사람 인원수대로 비용을 받는데, 우리는 사용하는 시설에 비해 인원수가 너무 적어 이득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수백명 씩 한번에 와 사용하고 비용을 받는 것에 비교되어 하는 말이니 당연한 처사인 지도 모른다. 

놀라운 것은 역시 사람들의 자세

가장 넒은 강당에 참가자 모두 둥그렇게 커다란 글씨의 이름표를 목에 걸고 둘러앉아, 한 사람씩 소개를 했다. 그렇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아 낯선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힘들다, 그냥 가고 싶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다.

치유를 위한 수련회

 

참가자 중에 머리가 하얗게 성성한, 그런데 얼굴은 반짝반짝 윤이 나고 주름은 별반 없는 변호사님이 계셨다. 굵직굵직한 시민사회단체의 사건과 사회현안 뉴스보도에서 종종 얼굴이 나오는, 시민사회 단체 활동가라면 누구나 아는, 너무나도 많은 일들로 너무나도 바쁜 변호사님이셨다. 이번 수련회에도 일정이 빡빡한데, 심성수련회에는 한 번도 참여하지 못해 부분적으로라도 참여하시겠다고 오셨다.

지방에서 중요한 일정이 있어 부득이하게 다음날 새벽 5시에 나갈 거라고. 이미 법조계에서도 관록높은 중견으로 역할을 하고 계신 변호사님은 프로그램 내내 분장이면 분장, 역할극이면 역할극, 액션, 놀이 등 몸을 사리지 않고 너무나 적극적으로 참여하셨고, 하루차 일정을 마치고 밤 늦은 시간 이어지는 뒤풀이에서도 누구보다 늦게까지 자리를 함께 하셨다. 새벽 운전을 하여야 하기에 술도 나누지 못한 채로 사람들과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2시간을 쉬고는 어김없이 5시에 지방 출장을 떠나셨다. 평생을 그러한 열정으로 쉼없이 달려오셨으리라.

이런 분들  덕분일까. 못해먹겠다고 투정부리던 사람도, 사람들 앞에서 쭈볏대던 낯가림이 심하던 사람도, 아무도 기냥 집에 간 사람이 없었다. 식사 시간과 뒤풀이 시간에 식당에 다른 이들보다 먼저 와 부족한 일손을 말없이 도와주고, 끝나곤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도와주는 회원들. 서로 처음 보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게 해맑은 모습과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타인을 배려하고 돌보는 낯선 이들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 때문이다. 심성치유라는 선생님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이런 이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힘이 되고, 기쁨이 되는 때문이다.

“테레비에서 보았던 변호사님을 오늘 처음 이곳에서 만났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모습 보고 정말 감동 받았어요.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라는 생각이예요.”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어요. 웃고 떠들고, 정말 맛있는 식사를 하고, 그랬더니 시간이 다 가 버렸어요.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1박 2일 동안 참 많이 나에 대하여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었거든요. 요즘 힐링 힐링 하는데, 정말 힐링되었다는 생각이예요. 올까말까 하였었는데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예요.”

“개인적 일로 수련회 참여하기 쉽지 않았는데, 몸살림 운동 등 건강강좌도 좋았고, 각 팀별 연극공연도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이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년에는 주변에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얘기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극단활동을 하면서 여기저기 많이 다니며, 여러 사람들은 만나보지만, 매번 계승연대에 와서 느끼는 것은, 나이들도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하는데도, 어쩌면 하라면 하라는대로, 시키면 시키는대로 다 하시는지, 보통은 그렇지 않거든요. 나이가 들어서도 식지 않는 이런 열정과 적극성이 민주화운동을 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원동력이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한 아이들도 부모님들께서 어떻게 교육을 시켜 저렇게 멋지게 키웠나 매번 놀라움으로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참여소감을 발표하면서 나온 말들이다. 이 맛에 심성수련회를 진행한다.

“아니 아직 안 가셨어요? 못해먹겠다고 집에 가신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짐 정리를 하며, 농을 걸자, 

“아이쿠. 국장님. 왜 그러셔요.” 하며 눈을 껌벅거린다.

“9월 가을 숲체험 아까 광고했는데, 다이어리에 저장하셨지요? 함께 하시는 거죠?”

“물론입죠. 두말하면 잔소리죠.”

며칠 동안 억수같이 내린 비로 남양주 일대 개천이 범람하고, 쓰러진 가로수며 산사태까지 도로사정이 엉망인데다, 언제 다시 장대비가 쏟아져 내릴지 몰라 서둘러 귀가길에 올랐다.

글/사진 :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는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당한 의문사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명예회복 및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00. 4. 6에 발족하였으며, 2006. 5. 11에 사단법인으로의 조직전환 총회를 거쳐 2006. 8. 24에 법인설립 허가를 받고, 현재 48개 단체 및 개인이 참여하고 있는 조직입니다. http://krdemo.org/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배분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더불어 함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과 사회를 변화로 이끄는 <변화의 시나리오>와 함께해 주세요! 

변화사업국 변화사업팀ㅣ박정옥 간사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눔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눔이 우리 사회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창과 실천할 수 있는 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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