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냥소4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내냥소4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기획人의 글] 내냥소(내 야옹이를 소개합니다) 시리즈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 일꾼들 중에 유독 야옹이를 사랑하는 愛猫人이 많습니다. 집에서 야옹이를 다섯 마리나 키우는 간사도 있고, 사무실 근처에 적을 두고 있는 길냥이에게 매일 정성스럽게 사료를 제공하는 간사들 덕에 재단 뒷마당은 고양이 급식소로 변신, 사무실 베란다에 놓여진 상자텃밭은 어느덧 동네 길냥이들의 화장실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유기동물 보호활동지원사업(관련글 보기)’ 담당자는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만담을 나눠보자는데 생각이 미쳤으니…. 드디어 지난 5월 16일 재단 설립 최초로 ‘애묘인모임’이 열렸으며, 공동의 관심사-야옹이-와 관련 폭풍 수다 후 못 다한 뒷얘기와 자신들이 애정하는 냥이를 맘껏 자랑질 하는 포스팅을 하나씩 쓰기로 약속! 야옹이를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일부러 시간 내 정성스레 글을 써준 애묘인 간사님들의 내냥소(내 야옹이를 소개합니다)칼럼, 여러분들께 하나씩 소개해 드립니다.
 
 
이번 내냥소4탄은 재단 대표 애묘인 L간사의 “서른 살 백수와 학교 명물 고양이 이야기“입니다. L간사님은 재단 사무실 뒷편 야옹이 급식소에 사료와 물을 항상 제공하는, 옥인동 효자동 길냥이들의 대부(代父) 인데요. 그 지극한 야옹이 사랑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살짝 여쭤봤습니다. 어머… 알고 봤더니 스토리 있는 남자였어~ L 간사님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보세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서른 살 백수와 학교 명물 고양이 이야기

 

서른이 되고 며칠 되지 않은 1월, 근근이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썼다. 마땅히 오라는 곳도 없었고 특별히 모아놓은 재산도 없었다. 그냥 멈췄다. 긴 시간 동안 삶은 경쟁의 연속이었고 끝없는 레이스였다. 입시경쟁, 취업경쟁, 또 계속 되는 무언가를 위한 경쟁들….  경쟁의 끝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29살은 사춘기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멈췄다. 그 경쟁의 트랙에서 벗어나 다른 길로 향해 뛰지 않고 걸어가고 싶었다.
물론 그땐 이것이 2년여의 백수 생활의 시작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학교를 갔다. 이유는 단순했다. 달리 특별히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학교는 뭐든 저렴했다. 밥도 저렴했고 1500원 이하의 커피숍이 세 군데나 있었다.  물론 냉난방과 인터넷이 구비된 무료 도서관도 있었다. 그러나 돌아온 학교는 산천은 의구한데 인적은 간데 없으니…… 아는 이 하나 없는 나는 그냥 혼자 우두커니 벤치 앞에 앉아 있었다.

낮 익은 그 녀석이 다가오다 

학교를 다시 찾은 서른 살 백수, 그를 맞아 준 학교 명물 고양이

 

부루퉁한 얼굴로 다리로 모으고 앉은 녀석은 이제 웬만한 복학생보다 고학번인 오래된 학교 고양이였다.
사실 그간 이 녀석과 나와는 특별한 교류는 없었다. 그저 아는 얼굴일 뿐이었다. 도서관 앞을 왔다 갔다 하면 화단 앞에서 꾸벅꾸벅 조는 녀석을 스쳐 지나가며 볼 뿐이었다. 녀석은 왠지 내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어느새 도서관 앞을 왔다 갔다 하는 학생들 앞에서 나는 녀석과 함께 졸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계단을 점령하고 코~ 주무시는 야옹이. 음….L 간사님도 이렇게?

출처 : 고얌이 페이스북

 

떤 때는 멈추고 늘어지게 누워서 게으르게 뒹굴거려야 보이는 것이 있다.  아니, 그래야만 자세히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눈에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정면을 응시하고 마주 볼 수 있는 것들 말이다. 

나는 오랫동안 이 고양이를 지나가던 길에 봐왔다. 근데 누가 녀석이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하고 사는지, 가끔 안 보일 때는 어디를 가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후 녀석을 한동안 따라 다녔다. 녀석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다. 저스틴, 엑스관 고양이, 엑스관 뚱땡이 등등 녀석을 살갑게 부르는 많은 학생들이 있었다. 학교 등산로로 운동을 다니시는 아주머니는 사골을 고은 곰탕을 녀석을 주려고 싸오셨고, 엑스관 앞에는 녀석을 위한 사료통과 밥그릇이 있었다. 언제 밥을 줬는지 기록하는 수첩도 있었다. 수첩에는 이 녀석에 대한 애정 어린 이야기들이 많은 학생들로부터 적혀져 있었다. 

학생들에게 완전 사랑 받는 학교 명물 고양이. 깨알같은 야옹이 수첩과 사료, 캔 등을 보라~
출처 : 네이버 고양이라서다행이야 까페

 

 

오랜 사춘기(?) 끝에 나는 아름다운재단에 왔고 학교를 떠났다.

떠나던 날 녀석은 그윽한 눈으로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여보게나, 가끔은 뒹굴거리게나. 하늘도 보고 주변도 볼 수 있게.  그리고 가는 길에 캔이나 한 통 주고 가오” 

고얌이

 

  
참고로 녀석은 무려 페이스북도 하는 고양이다(고얌이 페북보기click).

안타깝지만 태풍 볼라벤이 왔었던 그 날 이후…. 녀석은 더 이상 학교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페북하는 고양이~v고양이는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여전히 녀석을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학교 고양이와 놀던 서른 살 백수는 아름다운재단 일꾼이 되었고, 이제 사무실 주변 길냥이들을 극진히 보살피는 케어테이커가 되었다. 

케어테이커 L간사와 길냥이 제임스

 

여기서 잠깐! 케어테이커(caretaker) 란?

자발적으로 지역 내 길고양이를 돌보고, 나아가 중성화수술 등을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보살피는 자원봉사자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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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재단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함께 ‘길고양이 무료 TNR지원(자세히 보기)을 진행중입니다. 길고양이들의 중성화 수술 지원 및 길고양이들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예방백신, 귀청소, 구강검진 및 치료, 수술기간 중 입원까지 무료로 지원합니다. 아울러 ‘카라의료봉사대(자세히 보) 활동을 통해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보호받고 있는 고양이들에게도 동일한 보살핌을 제공합니다.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사업에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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