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냥소3탄] 길고양이 제임스와 아기들 이야기

[내냥소3탄] 길고양이 제임스와 아기들 이야기

[기획人의 글] 내냥소(내 야옹이를 소개합니다) 시리즈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 일꾼들 중에 유독 야옹이를 사랑하는 愛猫人이 많습니다. 집에서 야옹이를 다섯 마리나 키우는 간사도 있고, 사무실 근처에 적을 두고 있는 길냥이에게 매일 정성스럽게 사료를 제공하는 간사들 덕에 재단 뒷마당은 고양이 급식소로 변신, 사무실 베란다에 놓여진 상자텃밭은 어느덧 동네 길냥이들의 화장실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유기동물 보호활동지원사업(관련글 보기 click)담당자는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만담을 나눠보자는데 생각이 미쳤으니…. 드디어 지난 5월 16일 재단 설립 최초로 ‘애묘인모임’이 열렸으며, 공동의 관심사-야옹이-와 관련 폭풍 수다 후 못 다한 뒷얘기와 자신들이 애정하는 냥이를 맘껏 자랑질 하는 포스팅을 하나씩 쓰기로 약속! 야옹이를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일부러 시간 내 정성스레 글을 써준 애묘인 간사님들의 내냥소(내 야옹이를 소개합니다)칼럼, 여러분들께 하나씩 소개해 드립니다.

 

내냥소 1, 2탄은 야옹이들과 알콩달콩 어울리며 사는 아름다운재단 일꾼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렸다면, 3탄은 좀 많이 슬픈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길고양이를 둘러싼 주민들간의 갈등에 대해 소개해 드린 적 있습니다(자세히보기click). 어디 멀리 다른 동네 얘기이겠거니 했는데, 유사한 일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일어날 줄은… 몰랐습니다.

아름다운재단 마당에 사는 야옹이 ‘제임스’ 입니다. 왜인지는 모릅니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제임스라 불리고 있었습니다(참고로 제임스는 女子~). 제임스의 하루 일과는 보통 옆집 지붕에 올라가 꾸벅꾸벅 졸다가 배고프면 재단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는 못마땅한 눈으로 노려보고 가는 겁니다. 너무 당당한 그 모습에 음식을 바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한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제임스가 출산을 했습니다.

출근하는 골목길에 쓰러져 있던 새끼 고양이를 만났고 엄마인 제임스에게 다행히 돌려 보낼 수 있었습니다.

 <경축! 제임스의 득남 득녀>

아름다운재단 뒷뜰에 하숙(식사제공)하고 있던 제임스가 토끼 같은 아들딸을 출산했다는 소식 입니다.

재단 옆 골목길에 눈꼽이 잔뜩 낀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가 움직이도 못하고 오돌오돌 떨면서 울고 있다며 출근하던 동료 한분이 제보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다친게 아닐까 하는 걱정에 동료분과 함께 병원에 다녀 왔습니다. 얌전히 품에 안겨 있던 새끼 고양이는 다행히 건강하더라구요.

검진을 받고 혹시나 어미가 찾을까 급히 골목길로 다시 데려와서 조금 떨어져서 지켜 보았습니다. 악을 쓰듯 울어대더니 어느 순간 반가운 다른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울음소리로 대화를 주고 받더니 제임스를 꼭 빼 닮은 역시 작은 새끼 고양이가 조그만한 벽 틈 사이로 나와서 동생을 데려갔습니다.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구요.

제임스가 요즘 들어 재단에 잘 붙어있지 않고 골목길 벽틈 사이로 사라지곤 하더니. ^^ 무사히 출산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 7월 5일 창석이 개미스폰서(www.socialants.org) 페이스북에 남긴 글

그러고 난 후 모든 것이 행복 했습니다 라고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서글프고 화나고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습니다.
아기 고양이가 엄마 제임스에게 돌아간 그 다음주 월요일 아침은 장마로 장대비가 쉬지 않고 내렸습니다. 이상하게도 주말 동안 제임스와 아기들이 사는 작은 벽틈이 흙과 벽돌로 꼼꼼히 막혀져 있었습니다.

고양이를 싫어할 순 있지만, 그렇다고 산채로 매장 하지는 않았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꼼꼼히 쌓여있던 벽돌을 치우고 흙을 파내니 놀랍게도 온갖 쓰레기들이 그 안에 꽉 채워져 있었습니다.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집안 마당으로 벽 틈의 구멍이 연결되어 있나 싶어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일단 사무실로 돌아가 집주인분께 벽틈의 안쪽 구멍이 있는지, 고양이들을 좋은 곳으로 입양 가도록 할 것이니 당분간 양해를 부탁 드리는 편지를 써서 다시 그 집 앞으로 갔습니다,

아름다운재단 대표 애묘인(愛猫人)으로 구성된 길고양이 구조대

다시 한번 놀랬습니다. 한 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흙과 벽돌이 다시 그 틈에 채워져 있던 것입니다. 다시 문을 두드렸지만 여전히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집은 계속 비워져 있었는데 그렇담 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쌓여있는 벽돌이 몹시 섬뜩했습니다.
그때 그 벽 틈 사이로 희미하게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놀라서 정신 없이 벽돌을 치우고 흙을 파내고 쓰레기들을 꺼냈습니다. 어두운 벽 틈에 두 마리의 아기 고양이들이 있었습니다. 한참이나 고양이캔을 가지고 씨름한 끝에 모두 꺼낼 수 있었습니다. 뭉클했던 것은 좀더 체구가 작은 까만 고양이가 먼저 캔을 먹으러 나왔다가 우리에게 잡히자 나머지 한 녀석도 서로를 향해 울면서 따라 나왔던 것입니다.

병원으로 가서 검진을 받고 목욕도 했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이 다시 어미에게 돌려 보내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이미 한 달이 넘은 새끼들이라 독립할 나이가 되었고, 구조되고 병원에 오면서 사람 손을 탔고, 무엇보다도 생매장을 그것도 두 번이나 해버릴 만큼 고양이들을 증오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 내려둔다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아마 모르는 일이지만 다음에는 쥐약을 놓을 지도 모른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좋은 입양처를 찾을 동안 저희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너무 무거운 얘기였죠? 귀여운 아기 고양이를 보시면서 조금 기분이 나아지시길…

저는 사실 동물을 좋아하지만 함께 살아본 적은 없었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책임지기에는 저 스스로가 못 미덥더라구요. 그래서 처음 이였습니다. 너무 신기했습니다. 급히 사온 사료를 폭풍 흡입하고 레슬링 벌이더니 앉아서 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보니 이렇게 골아 떨어져 있더라구요.

입양처를 찾으려고 고양이 사이트에 입양 홍보 허락도 받고 글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두 녀석이 함께 가길 바랬고 좋은 입양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것도 인연인데 함께 지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재단의 동료분께서 한 마리의 고양이(이름 ‘양이’)를 키우고 계셨는데 아이들의 성화로 두 녀석 모두 입양을 하시겠다고 하신 겁니다. 두 녀석 모두 함께 갈 수 있어 너무 좋았고, 항상 소식도 들을 수 있어서 더 할 나위 없었습니다. 혼자 사는 저보다 훨씬 더 잘 돌봐줄 수 있을 것이구요. 기뻤습니다.

입양가기 위해 재단에 온 아기 고양이들

본래 살던 큰 고양이 ‘양이’는 새끼들을 보고도 다행히 별로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에게도 정식으로 이름도 생겼습니다. 제임스를 빼 닮은 삼색이는 ‘딸기’, 턱시도는 ’초코’.

 

아기 고양이 초코, 딸기를 처음본 양이 – 호기심 가득, 고개를 갸우뚱~

딸기, 초코가 입양간지 며칠이 지난 어느 밤에, 평소 얌전하기만 했던 초코가 조용히 잠이 들어 다시 깨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너무나 짧은 삶을 살고 고양이 별로 가버린 초코. 엄마와 함께 살았다면 더욱 행복하게 오래 살 수 있었을 까요? 살고 있던 공간이 막히지 않았다면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슬프게도 그날 이후 아름다운재단 뒤뜰에서 제임스를 볼 수 없었습니다. 사료를 채워 두면 빈그릇으로 돌아오지만 예전처럼 마당에 앉아있는 제임스를 더 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아기 고양이들이 울고 있는 벽틈을 그토록 꼼꼼히 막은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요.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면서 두 번이나 벽을 막은 사람. 아마 저와 같이 아주 평범한 보통의 이웃일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잔인해 질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다른 방법이 있음을 알지 못해서가 아닐까요.

서로를 모르니 잔인해 집니다. 함께 살 수 없다고 미리 단정 짓습니다. 길고양이와도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 그것이 장대비를 맞아가며 벽돌을 쌓는 것보다 덜 힘이 들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던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너무…. 슬픈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ㅠㅠ 어쩌면 우리가 두 발 디디고 사는 현실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 야옹이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인가 봅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내냥소 4탄은 매우 재미진 이야기와 야옹이들의 귀여운 사진으로 무장하여 찾아뵐 것을 예고드리며… 이만 인사 드립니다.

[같이 읽는 글]

뉴스로 살펴 보는 길고양이 중성화 찬 & 반, 당신의 의견은?

[내냥소1탄]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 입양

[내냥소2탄] 홍제동 길냥이 ‘동네’와 친구들의 소소한 이야기


아름다운재단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함께 ‘길고양이 무료 TNR지원(자세히보기 click)을 진행중입니다. 길고양이들의 중성화 수술 지원 및 길고양이들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예방백신, 귀청소, 구강검진 및 치료, 수술기간 중 입원까지 무료로 지원합니다. 아울러 ‘카라의료봉사대(자세히보기 click) 활동을 통해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보호받고 있는 고양이들에게도 동일한 보살핌을 제공합니다.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사업에 함께해 주세요~ 

기획조정실ㅣ이창석 간사

더 많이 가지기 보다는 더 많이 나누고 싶어서 아름다운재단에 왔습니다. 한겨울 오롯한 화롯가 처럼 나눔으로 따뜻한 세상이 되었음 합니다.

좋아할만한 다른 이야기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살금말하길

    “서로를 모르니 잔인해 집니다” 이 말은 비단 길고양이에게만 적용되는 건 아닐 거예요. 너무 슬픈 이야기. 글을 읽다 주루룩 눈물이 흘렀습니다. ㅠㅠ 그래도 입양이 되어 너무 다행이에요. 함께 살 수 있는 방법, 생각보다 쉬운 데 말입니다.

    • 심플플랜말하길

      층간 소음이 너무 스트레스 였는데 윗집 아이가 누구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무슨 학교를 다니는지 등을 알고 나니 그 소음이 예전만큼 힘들지 않아졌다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양이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작지만 사진도 많이 찍고 글도 쓰고 알리기 위해서 노력하려고 합니다.^^
      참! 딸기는 아주 발랄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하네요.

댓글 정책보기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