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서 일한다는 것 ⑦ 편

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서 일한다는 것 ⑦ 편

정말 안 되는지 묻고 싶은 3가지 질문

안녕하세요? 어느덧 7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알면 알아갈수록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아가들의 눈동자를 쳐다보고 있자니, 세상의 고민과 때가 묻지 않아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갈수록 고민이 늘어나고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이 생겨나면서 사는 게 복잡해져 갑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와 ‘너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관계의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혼자가 외롭다고 느끼기도 하면서 말 그대로

‘사는 게 참 복잡합니다.’ 

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서 일한다는 것 ⑦ 편

그렇다면 남을 돕는 일은 단순할까요? 아니면 복잡할까요?

저는 영리에서 비영리로 분야를 옮긴 사람이다 보니, 양쪽 시각을 겪어본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의견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얼마 전 영리 관계자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남 돕는 일이 왜 그렇게 복잡해야 하나요?”

남을 돕는 일에 대한 고민과 피로감이 묻어나는 질문이었기에 어디서부터 설명할 수 있을까, 잠시 머뭇거리며 고민했습니다. 비영리와 파트너쉽을 맺고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조차 ‘비영리’, ’자선’이라는 영역과 그 구조를 다 이해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개인 기부 상담을 할 때, 몇몇 사람들이 묻던 질문들도 생각났습니다.

“내가 낸 기부금이 왜 아직도 다 쓰이지 않고 있는 건가요?” 

“난 어떤 한 명을 지정해서 도와주고 싶은데 그게 왜 안 된다는 거죠?” 

“주위를 둘러보면 아직도 불쌍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재단에서는 왜 지원할 수 없다는 건가요?”  

세상의 다양한 시각들 많고 또 많겠지만, 영리와 비영리를 조금씩 경험해본 저의 시각으로 위의 질문들에 대해 답변해볼까 합니다.

michelangelo-71282_1280

첫 번째, 

“내가 낸 기부금이 왜 아직도 다 쓰이지 않고 있는 건가요?”

이렇게 질문한 의도 속에는 서울역의 노숙자들처럼 지금 바로 절박한 사람들도 많은데, 왜 아직도 그들을 돕지 못하는지에 대해 답답해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기부자로서는 기부금으로 모인 돈이 있다면 바로 도와주면 될 텐데, 바로 다 쓰지 않으니 돈을 아껴두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는 아름다운재단의 ‘기금’ 구조를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여러 개의 ‘기금’을 통해 큰돈이 모여 사업을 개발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쉬운 예시로는, 여러 개의 소액/고액 통장 200개가 있을 때 그중10개 통장의 돈을 모아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한 지원 사업에 쓰고, 다른 30개의 통장을 모아 교육비를 지원해줍니다. 어떤 지원 사업은 1개 통장으로 모인 기부금을 통해 지원되기도 합니다. 다양한 기부자들의 성향과 욕구를 반영하고, 이를 통해 재단의 목적에 맞게 소외된 여러 개의 지원 사업을 구성하다 보니 복잡한 구조가 된 것 같습니다. 기부의 방법과 구조가 복잡할수록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할 수 있고, 반대로 그 체계가 단순해질수록 기업처럼 체계화되어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를 띠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재단에 기금을 통해 모여진 돈(기부금)은 내년도부터 새로운 지원사업을 진행하는 데 쓰입니다. 기업에서도 올해 실적을 예측하여 내년도 예산을 잡는 것처럼 재단 역시 단기적, 장기적으로 지원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예산을 계획합니다. 도움이 절박한 사람일수록 일시적인 지원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 충분한 계획과 체계적인 지원 방식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돈을 주면 바로바로 결과물이 나오는 시스템에 익숙해져 온 것은 아닐까요.) 

두 번째, 

“난 어떤 한 명을 지정해서 도와주고 싶은데, 그게 왜 안 된다는 거죠?”

기부자 관점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내가 낸 기부금으로 상대방이 어떤 혜택과 좀 더 나은 변화를 가져 왔는가’ 하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재단에 대한 신뢰가 생기기 전까지는 ‘내가 낸 기부금이 허투루 쓰이지는 않았을까’하는 불안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반응이라 여겨집니다. 그 기부금이 본인 평생 모은 돈이라면, 이루 말할 수 없겠죠. 

예전에 아름다운재단이 주최하는 행사에 한 기업의 담당자가 참석했습니다. 꼭 기부해야만 하는 자리가 아니었음에도, 그 담당자는 다소 큰 금액을 기부하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날의 행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한 가지 의외의 요청을 해왔습니다. 행사의 영상 중에는 만 18세가 되면 보육원을 나와 홀로 살아가야만 하는 아이들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가장 큰 짐은 바로 편하게 잠자고 누울 공간 ‘집’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업의 담당자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방이 한 칸 남으니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무료로 제공해주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저조차도 쉽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인데, 그분의 용기와 결정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기업의 담당자가 문의했던 것처럼 아름다운재단은 기부자가 특정한 1명을 정하여 지원하는 방식의 지원을 진행하지 않습니다.(단, 희망가게 창업지원, 이른둥이 치료비 지원사업은 개인이 아름다운재단에 직접 지원 신청을 할 수 있는 예외적인 지원 사업입니다.) 대신 우리 사회 곳곳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전국의 크고 작은 비영리 단체, 관련 기관과 함께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이웃을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육시설(아동복지시설)을 나와 독립해야하는 아이가 주거비로 힘들어하는 상황이라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은 본인이 익숙하고 편하게 찾아 갈 수 있는 (과거 자신이 자라온) 보육시설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살갑게 보살 필 수 있는 사람은 아이가 자란 보육시설의 생활 선생님입니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은 전국의 보육시설 선생님들과 협력해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역량있는’ 협력단체’를 선정합니다. 시설을 퇴소한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주거비가 필요할 때 자신이 자란 보육시설을 통하여 도움을 청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런 배경으로 아름다운재단은 기부자가 문의하는 어느 특정한 1명을 위해 후원해줄 수 없는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baby-428395_1920

마지막 세 번째, 

“주위를 둘러보면 아직도 불쌍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재단에서는 왜 지원할 수 없다는 건가요?” 

이 질문 역시 재단에 기금을 만들고자 하는 개인, 기업의 상담자들이 종종 묻는 말입니다. 이런 기부자들의 경우, 본인이 꼭 돕고 싶은 소외된 영역의 대상들이 정해져 있고, 이것이 아름다운재단을 통해서는 모두 다 실현 가능하리라 기대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현재 약 60여 개의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을 만큼 매우 다양한 영역/ 범주의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세상에서 천차만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의 다양한 욕구를 ‘전부’ 반영하는 지원사업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기부자님들을 대할 때 제가 마치 변명을 늘어놓으며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처럼 보여질까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명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재단은 돈(기부금)을 넣기만 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소원을 들어주는 ‘알라딘 램프’는 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부하는 사람들의 욕구와 지원을 받는 사람들의 욕구를 조화롭게 조율하는 아름다운재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부하는 사람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또 지원받는 사람들의 입장을 최대한 이해하며 그들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큰 고액의 기부금을 제안하며, 현재 재단의 입장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지원 사업을 요청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실 마음이 많이 흔들립니다. 살아오면서 깊은 트라우마를 갖게 된 <기부자>와 그 욕구를 전부 다 들어줄 수 없는 <재단 간사> 사이의 괴리감이랄까요. 그 조율의 과정에서 마음도 많이 움직이고, 또 우리 사회에 아직도 더욱더 소외된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많은 사람을 직접 봤기 때문에 사랑과 감동을 느낍니다.

2000년 8월, 시민 4명이 모은 기부금으로 시작하여 15년의 역사를 가진 아름다운재단, 

그동안 정말 수많은 기부자와 간사들이 함께 ‘복잡한 이 세상에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변화들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의 다양한 욕구를 받아들이기도 했고, 또 받아들이지 못해서 불만이 쌓였던 적도 많았겠죠. 하지만 ‘왜 그것 밖에 하지 못했나’ 에 초점을 맞추고 아름다운재단을 바라본다면 여전히 부족하고 아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점을 조금 바꿔서 ‘아름다운재단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욕구를 조율하여 장기적이고 의미 있는 지원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구나!’ 의 관점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러면 재단이 조금은 더 예뻐 보이지 않을까요? ^^ 

사는 게 참 복잡한 이 세상에서

기부의 방법까지 복잡해서 어쩌겠냐 싶으면서도

누군가는 좀 불편하므로 누군가는 좀 더 편해질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MG_4960

[아름다운재단 옥상의 전경]

 

나눔사업국 기금개발팀ㅣ손영주 간사

내가 옳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같이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합니다. '어떻게 돈을 벌까'와 '어떻게 돈을 쓸까'의 문제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세상. 함께 가요.

좋아할만한 다른 이야기

댓글 정책보기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