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부자가 되고 싶다.

나도 부자가 되고 싶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고,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평범하고 소박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자랐다. 

(“이건 갑자기 왠 이력서 자기소개?” 라고 생각한 사람 있다, 없다?)

‘돈’에 대한 개념도 희박하고 돈이야 있으면 좋지만서도, 

돈을 많이 벌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그저 적당히 소시민적 삶을 유지해 온 나로서는 

아름다운재단에 입사하고 나서 처음으로 고액기부자를 만났을 때는 사실 좀 충격이었다. 

고액기부자를 만났을 때 느꼈던 이런저런 감정들을 풀어내려고하는데, 시작 전에 

지애킴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아름다운재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라는 말을 꼭 넣어야할 것 같다 ㅎㅎ 

고액기부자의 삶과 철학에 대한게 아니라 그냥 고액기부자를 만나서 내가 느꼈던 개인적인 느낌을 이야기하는, 

지금은 지애킴의 혼잣말 시간!   

‘고액기부자’라고 쓰고 ‘부자’라고 읽는다. 

돈이 얼마나 많아야 부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기준에서 ‘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하는 사람은 당연히 ‘부자’였다. 

(평생 어렵게 모은 전재산 1억을 돌아가시기 전에 기부하셨던 황복란 할머니 기부자님 같은 분까지 여기에 포함되는건 아니다) 

 

재단에서 고액기부자 담당자가 아니면 고액기부자를 자주 만날 일이 없지만 

업무의 특성상 사업 논의를 위해서 만날 기회가 종종 있어서 간혹 고액기부자와 회의를 하거나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언제였더라.  

단순히 어떤 행사에서 스쳐 지나가거나 ‘안녕하세요’가 전부인 인사가 아니라 

정식으로 ‘지애킴입니다’라는 배꼽 인사를 하고 명함을 드리고 사업논의 혹은 기부자 미팅을 했던건 따뜻한 봄날이었다. 

 

우리 팀 점심을 사주신다고 하셔서 갔는데 그날의 메뉴는 굉장히 소박한 된장찌개? 같은거였다. 

(정확한 메뉴가 기억이 안나지만 된장찌개 아니면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확실한건 이 범위에서 여기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따뜻한 봄날, 혼자 들떠있던 나는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라기 보다는 사실 좀 놀랐다. 

 

처음으로 ‘부자’가 점심을 사준다고 했는데 그게 김치찌개라니..

 

그리고 그 이후에 다른 고액기부자님을 몇번 만나면서 내가 느낀건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가볍게 생색내듯 돈을 쓰지도 않고, 본인이 어디에 돈을 쓰는지, 얼마인지, 왜인지 뚜렷하게 알고 있었다. 

얘기를 나누다보니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열심히 살아왔고, 고집있게 무엇인가를 추진하고,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쳤다. 

새롭게 만나는 유형의 사람이 신기하기도하고 어떤 점은 배워야겠다고 생각도했다. 

 

그런데! 분명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뒤에 몇번 고액기부자를 만나고 집에 가는데 엄청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돈이 많아서 고액기부자가 되고싶다!‘ 그리고 그 뒤에 이상하고 묘하게 밀려오는 허탈감은 뭐지;;; 

 

나는 특별히 돈을 많이 벌고 싶지 않았는데 갑자기 부자를 만나고나니 엄청 돈을 벌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견물생[見物生心]

어떤 물건을 실제로 보면 가지고 싶은 욕심이 생김 

견물생심. 

나는 딱히 부자로 살고 싶지 않았는데, 그저 나의 삶을 존중하고 자부했는데 

갑자기 ‘부자’들을 만나니 나도 부자가 되고 싶었다. 돈이 많은 사람을 보니 나도 돈이 가지고 싶어졌다.  

“부자가 되어서 기부도 많이 하고 내가 가지고 싶은것도, 먹고 싶은것도 다 사면 좋겠다!” 

그러다가 “나도 나름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왜 차이가 나는거지?”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오랫동안 재단에서 고액기부자를 만나오신 간사님께서 

‘아.. 나도 이제 고액기부자 담당 말고 고액기부자 하고 싶다‘ 한숨쉬 듯 혼잣말을 하셨다  

그때는 그냥 재밌는(?) 얘기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듣고 넘겼는데 지금은 ‘아.. 이런 감정이구나’ 싶다.  

 

 

솔직히 돈이 많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다. 그걸 부러워하는건 창피한 일이 아니다. 

단지 그게 전부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 된다. 

그게 전부라는 생각이 들면, 돈이 없는 내가 엄청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러다가 문득 “이 감정은 분명히 나의 순결한 정신건강을 갉아먹을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모르고,

단지 현재 ‘부자’라는 결과만 보고 나와 비교하는건 정말 소모적인 일이었다.  

(물론 드라마나, 영화, 뉴스에서 봤던 많은 부자들 중에서는 태어날 때 부터 그냥 부자인 사람들도 있다. 이건 좀 열받는다) 

 

 

각자에겐 각자의 삶이 있다. 

나는 나의 삶을 좋아하고, 나는 나로서도 충분히 가치있다. 그건 모든 사람이 다 마찬가지이다. 

이 사실을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는 아니었나보다. ㅎㅎ

어쨌든 지금은 어떤 고액기부자를 만나도 ‘저 사람은 부자인데 난 왜 아니지?’라는 불필요한 감정소모가 없어졌다. 

나는 그냥 나로서 오늘을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다. 

나는 소중하니까!!! 히히 

그럼 지금까지 고액기부자 미팅을 통한 지애킴의 자기성찰 이야기 😀

 

덧.    

“우리가 허락하지 않는 한 아무도 우리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할 수 없다”
– 루즈벨트 대통령의 아내 엘리에너

 

나눔사업국 기부자소통팀ㅣ김지애 팀장

그렇게 안보이지만 사실은 낯가림, 오덕기질, 소심함 보유자. 그리고 몽상가적 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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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정신건강말하길

    마무리가 훈훈하네요~
    부자를 많이 만나면 배울점도 있다는게 내가 얻는 득이죠.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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