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도서관’ 이야기 1 (민중의집)

‘숨쉬는 도서관’ 이야기 1 (민중의집)
2012 변화의 시나리오“는 2011년 하반기에 33개의 단체가 선정되어 2012년 현재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단체가 진행하는 활동들은 사업내용, 사업주체, 사업대상, 사업기간, 사업예산 등 다양합니다.
이러한 단체들이 2012년 어떤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지, 이를 통해서 어떤 “변화”를 꾀하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지역에 기초한 ‘생활 속의 협동’ 커뮤니티와 (가칭) ‘네트워크 협동도서관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민중의 집 이야기입니다.
민중의집은 작년 2011년 사업에 이어 올해 2년차로 좀더 업그레이드된 내용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중의집에서 주요하게 진행하고 있는 ‘숨쉬는 도서관’ ‘사람책’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많아 두 번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책 대신 사람을 빌려보는 휴먼라이브러리,
‘숨쉬는 도서관’ 이야기 

사람책을 빌려준다구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듯이, 사람책을 대출해서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 있다. 이 곳에서는 살아있는 책을 읽으므로 눈빛과 몸짓까지 읽으며 깊은 공감과 이해를 하는 상호작용의 독서가 가능하다. 새로운 형태의 독서이자, 색다른 만남, 특별한 여행과 같다. 사람책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 고정관념이나 편견의 시선들은 사라지고 기꺼이 시간을 내고 마음을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멋진 이웃이 있을 뿐임을 깨닫는다. 또한 그 이야기 속에서 나와 닮은 점을 발견하고 위안과 용기를 얻기도 한다.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이 아니라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을 빌려 읽는 도서관은 ‘휴먼라이브러리’란 이름으로 덴마크의 비폭력주의 NGO단체에서 기획된 소통의 한 방법이다.

색다른 소통의 매력 때문인지 휴먼라이브러리는 세계 곳곳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사진 출처 : http://humanlibrary.org)


휴먼라이브러리, 이런 점이 좋다

휴먼라이브러리는 일종의 ‘롤플레잉’(role-playing, 역할 연기)으로 사람책은 책으로서의 역할을, 독자는 독자로서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휴먼라이브러리에서의 롤플레잉은 ① 대화에 나서는 사람책과 독자 모두를 자발성에 기초해 대화에 참여하게 하고, ② 각 개인의 대화능력, 특히 화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평균적인 대화의 질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며, ③ 처음 대면하게 되는 사람책과 독자 사이에 생기는 긴장과 어색함을 완화해주는 장치라 볼 수 있다. 또한 ④ 대화의 목표, 대화내용의 주제와 범위 등을 설정함으로써 목표지향적이면서 짜임새 있는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요컨대 숨쉬는 도서관에서의 롤플레잉은 대화를 간섭하고 방해할 수 있는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대화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상대방과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환경이 사람책과 독자 모두에게 대화를 통한 소통과 공감, 변화를 가능하게 해준다. 숨쉬는 도서관이 지역사회 내에서 세대 간 소통과 계층 간 소통,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는 대화의 도구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휴먼라이브러리의 또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이야기 전달)이다. 스토리텔링의 힘은 이미 많은 영역에서 증명되고 있다. 많은 양의 정보나 지식보다 진솔한 하나의 이야기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변화와 성장이 가능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은 우리 모두가 경험적으로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반 도서관에 꽂혀있는 책들이 각각 지식과 정보, 이야기를 담고 있듯, 휴먼라이브러리의 사람책들 역시 각각 고유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품고 살아간다. 현재의 직업을 갖게된 사연, 겪었던 고난과 어려움, 느꼈던 기쁨과 환희, 일상의 소소한 것들, 특별했던 경험, 쌓아온 지식, 나만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등이 모두 이야기 재료다. ‘결혼을 안해도 나는 엄마다’(미혼모), ‘학교 밖 진짜 공부 – 길 위에서 삶을 배우다’(로드스쿨러), ‘시대의 반항아가 되자’(인디밴드 뮤지션), ‘직업전전 전문가의 비전문적 기록지’(요가교사), ‘무관의 평교사로 산다는 것’(중학교교사), ‘희망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자전거공방 주인) … (등록된 사람책들 더 보기) 휴먼라이브러리 ‘숨쉬는 도서관’에는 현재까지 39명의 사람책이 생생한 이야기를 품은 채 등록되어 있고, 떨림으로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 사람책들은 중간매체를 통하지 않고, 마주한 독자에게 직접 눈빛과 몸짓, 숨소리를 실어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보다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지난해 5월에 열렸던 숨쉬는 도서관 진행을 담은 동영상.
숨쉬는 도서관의 실제 사람책 읽기모습이 궁금하시면 꼭 보시라.]

숨쉬는 도서관, 11권의 사람책으로 문을 열다

휴먼라이브러리의 책들은 하루하루 자신의 이야기를 채워나가는 살아숨쉬는 책이다. 그래서 우리는 ‘숨쉬는 도서관’이라고 이름짓고, 우리 동네 마포에서도 시작해보기로 했다. 숨쉬는 도서관의 살아있는 책들과의 첫 번째 만남은 지난해 5월 28일에 있었다. 지역 청소년들을 독자로 정하고 다양한 직업과 진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11권의 사람책을 대출해 열람하는 이벤트로 이루어졌다. 사전에 사람책 목록에서 읽고 싶은 책을 대출신청하고 40분씩 2권의 사람책을 읽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햇볕 좋은 5월 성미산 학교 앞마당에서 삼삼오오 마주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30분의 짧은 시간이 아쉬워 잠깐의 휴식시간까지도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첫 대면으로 어색했던 분위기는 금새 싹~ 사라지고 책장이 넘어갈수록 빠져드는 독서처럼 대화는 열기를 띠며 깊어지는 듯 했다.

처음 열렸던 ‘숨쉬는 도서관’ 풍경. 11명의 사람책과 30여명의 독자가 참여했다.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것은 뭐죠?” “얼마나 버나요?” “정치하면서 사람들의 감성적인 부분과 법적인 부분 간에 간극이 생길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하나요?” “일과 직업 모두 여행이라면 힘들진 않으세요?” 등등 질문들이 쏟아지고, 사람책들은 당황할 때도 있고 유쾌한 웃음으로 답변을 하기도 하고, 독자에게 다시 질문을 하기도 한다. 청소년들에게는 진로에 대한 막연한 고민들을 속시원히 풀어내보기도 하고, 기존에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30분의 독서시간이 끝나고 사람책 노트에 기념촬영한 사진도 붙이고, 사람책에게 고마움을 담은 짧은 소감글도 적어 사람책에게 선물했다. 준비해온 자신의 책이나 작품을 선물하기도 하고 이후의 만남까지 약속하는 사람책도 있었다. 이렇게 훈훈한 독후활동까지 마치면 알찬 독서활동은 마무리!

사람책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자신을 되돌아보고 표현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친절한 이웃어른이 되어주는 과정을, 독자인 청소년들은 자신의 진로와 닿아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용기있게 자신의 나침반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가졌을 것이다. 숨쉬는 도서관의 사람책 읽기는 사람책도 독자도 소통을 통한 공감으로 서로가 변화하는 감동적인 독서과정이다.

(두 번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민중의 집 홈페이지 : www.peoplehouse.net
– 숨쉬는 도서관 홈페이지 : www.humanbook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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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디토씨말하길

    안녕하세요.국립중앙도서관 디브러리블로그 디토입니다.
    좋은 글 즐감하고 트랙백 걸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1. 2012년 10월 19일

    사람책과 나누는 대화의 즐거움 – 마포 숨 쉬는 도서관

    2012년 9월 넷째 주 토요일이었던 22일에 마포 아트센터 지하 1층 다목적실에서는 조금은 낯선 독서 프로그램 ‘숨 쉬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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