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0416] 세월호의 아픔, <치유공간 이웃>으로 보듬고 있습니다

세월호의 아픔, 으로 보듬고 있습니다

유래를 찾아볼 수 없었던 참사의 충격에 떨었던 4월.

바다에 남은 이들이 어서 돌아오길 간절히 빌었던 5월.

사랑하는 이들을 진실로, 이제는 볼수 없음에 또 다시 절망했던 6월.

그 무엇도 해결되지 않았음에 분노했던 7월.

이제는 좀 그만하라는 말에 또 한번 상처 입었던 8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잊혀지는 것 같아 무서웠던 9월.

그리고 10월……

그렇게, 세월호 참사 이후 반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간은 무심했으되….그래도 사람들은 마냥 무심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 9일 <기억0416>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얘기했던 아름다운재단의 세 가지 약속을 기억하시나요?

기억하겠다는 약속, 곁에 있겠다는 약속, 오래 지켜주겠다는 약속….

캠페인에 참여해주신 분들의 힘으로 이 세 가지 약속이 지켜지고 있음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2014/08/29 <세월호 기억저장소 1호>를 마련하다

재단은 지난번 <기억저장소> 포스팅을 통해 첫 번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말씀드렸었지요.

오늘은 두 번째 ‘곁에 있겠다는 약속’이 지켜지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서울시정신보건사업지원단장이자 정신과의사 정혜신 박사, 심리기획자 이명수 님을 주축으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재능기부자들이 모여 세월호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 만든 치유의 공간, 

안산시 단원구 와동에 문을 연 <치유공간 이웃>을 소개합니다. (이하 <이웃>)

계단을 자박자박 올라가면, 전용성 화백이 몇날 며칠을 끌로 하나하나 파내어 만든 <이웃>의 문패가 나옵니다. 

 

<이웃>은 심리상담실이 붙어있는 동네사랑방과도 같은 곳입니다.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 모두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 하고, 피해학생들의 형제 자매들을 챙깁니다.

유가족들이 언제든 편하게 방문에 마음과 몸을 누이고 쉴 수 있는 장소인 셈입니다.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트라우마 치료의 기본이기에

<이웃>은 유가족들이 ‘자연스럽게 웃고, 울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왼) <이웃>을 꾸려가는 조그마한 사무실(오)이 현관 오른편에 붙어있습니다. 
치유프로그램 기획, 공간운영, 그 외 자잘하게 손 가는 모든 일들이 이 곳에서 이루집니다.

 

  

 

(왼)(오) 마사지, 물리치료, 한방치료가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가림커튼으로 공간이 분리될 수 있도록 꾸며놓았습니다.

 

“상담실에서 상담만 하는게 치유가 아니에요. 공기 자체가 치유적이어야 하죠.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같이 밥을 먹는’ 거예요.” 
정혜신 박사의 말처럼 일상을 함께 하려고 준비한 주방입니다. 우리가 더불어 밥상을 나누기 위해 필요한 곳.
살림예술가 이효재 씨가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개다리소반, 프라이팬, 냄비 등 부엌 식기를 직접 구입했으며, 
후배 도예가들이 함께 참여해 <이웃>에서 쓸 밥그릇, 국그릇, 반찬 종지 등을 가마에서 따로 구워냈습니다.

    

    

(위) 바닥부터 천장까지 한쪽 벽을 꽉 채운 동양화 ‘봄소풍’. 
동양화가 김선두 화백이 제자들과 함께 7겹 한지에 서른 번 이상 덧칠해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아래)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 아홉개의 바위, 그리고 손을 잡고 꽃 사이를 누비고 있는 작은 새같은 꼬마들.
진도 앞바다에서 하늘로 먼 여행을 떠난 아이들을 그렸다고 하네요. 김선두 화백은 “밝고 따뜻하게 그려 아이들의 영혼을 차가운 바다에서 건져주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또 다른 세상에서는 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아홉 개의 바위를 배경으로 담았습니다. 아홉은 세상에서 가장 큰 수를, 바위는 장수를 의미합니다.

 

 

‘봄소풍’ 그림 옆에 있는 마음치유의 공간, 상담실입니다. 이야기를 토해내고, 들어주고, 그렇게 서로를 보듬는 곳이지요.
공간 디자인을 맡은 건축가 정현아 씨가 주방부터 이곳 상담실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공간 설계를 하고, 살림예술가 이효재 씨의 손길이 닿아 완성됐습니다.

 

 

지난 9월 18일 <이웃>이 조용히 문을 연 지 어느 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며 ‘이웃’을 돌보고, 사무국장과 사무차장 두 분은 정신없이 ‘이웃’을 맞이합니다.

상담실 안에서는 정혜신 박사가 ‘이웃’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상담실 밖 마루에서는 한의사분들과 기치료사, 마사지사분들이 ‘이웃’의 등을 두드립니다.

아직 마음이 아파 <이웃> 안까지는 차마 들어오지 못하고 계신 분들도 계시지만

손 잡고 함께 <이웃>의 마루에 모여 울고 웃는 분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까지 40여 명의 유가족분들이 다녀가셨습니다.

 

 

 

(위) 10월 7일 화요일 <이웃>의 현관. 자원봉사자 한 분이 방문한 사람들의 신발을 곱게 정리 중입니다.
(아래) 가지런히 놓여진 엄마들의 신발, 아빠들의 신발. 이날 많은 분들이 <이웃>을 찾아주셨습니다.

 

 

  

(위) (아래)<이웃>을 방문한 유가족들에게 주는 선물, 도자기 화분입니다. 화분이 될 도자기는 한 공방에서 손수 만들어 기증해 주셨고, 꽃은 보도블럭 사이사이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들꽃들을 모았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한 줄기 한 줄기 꽃아 만든 화분을 보며 유가족분들이 나지막히 탄성을 발합니다. “아유…예뻐라…” 들꽃의 생기를 받을 수 있게, 그 아름다움을 느끼게끔 하고 싶어 준비했다고 합니다.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방식입니다.

 

 

  

(위)(가운데) 아침마다 광화문으로 버스가 떠납니다. 광화문으로, 국회 앞으로 유가족들이 갑니다. 
주방에서는 배고프지 않게, 든든하게 하루를 버틸 수 있도록 유가족들을 위해 도시락을 싸고 과자를 굽습니다. 
(아래) <이웃>이 만드는 ‘치유밥상’. 정해진 메뉴는 없습니다. 다만, ‘집에서 먹는’ 밥 처럼 따스할 뿐입니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삶을 살아내기 위한 에너지를 축적하는 일입니다.

잘 먹는 것이야 말로 앞으로 이어질 긴 여정, 긴 싸움을 잘 버티게 할 수 있는 힘이지요. 

그래서 <이웃>은 ‘먹는 것’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든든하게 밥을 나누어 먹는 일이야 말로 가족을 잃은 이들이 다시 힘을 낼 수 있게끔 

하는 첫 번째 단계인 셈이지요. 그것이 치유의 첫 걸음이기도 합니다.

식음을 챙길 여력도 여유도 없는 유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 ‘치유밥상’입니다.

  

밥상을 차리기 위해 분주한 자원봉사자들.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계십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일손은 언제나 모자라네요. 일주일의 어느 날은 괜찮지만, 어느 날은 손이 부족해 힘이 부칠 때도 있습니다.

 

  

(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전국에서 자원해주신 한의사분들이 방문합니다. 진맥, 한방진단, 지압 등을 해 주십니다.
어떤 분은 전라도에서, 어떤 분은 경상도에서, 어떤 분은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올라오신다고 합니다.
(아래) 매트 위에 유가족을 눕히고, 교정치료사가 마사지를 하고 계십니다. 응어리졌던 마음처럼 딱딱히 굳은 근육을 풉니다.

 

밤마다 한 숨도 자지 못하고 온 몸이 굳어 불면증에 시달리는 엄마아빠들과 형제 자매들…..

고요하고, 찬찬하고, 구체적인 스킨십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누군가가 내 팔다리를 주무르고, 어깨를 두드려줄 때 느껴지는 온기와 현실감이 

살아있음을 깨닫게 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스킨십은 상담과 마찬가지로 상처입은 ‘마음의 살갗’을 어루만져주는 일종의 ‘대화’인 셈입니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도, 누군가가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할 때….’말 없이’ 대화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일까요. <이웃>에 자발적으로 재능기부하시는 모든 치료사, 한의사 분들이 공감하고

참여해주시는 ‘몸 치유’는 이런 취지에서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9월, 옥상 텃밭. 부추, 상추, 방울토마토 등을 심었습니다.  한 달 동안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지금은 더 컸겠지요?
텃밭은 안산시민 김상엽씨가 돌보고 있습니다. 가끔 유가족들이 옥상으로 올라가 돌보기도 합니다. 
하늘도 보고, 바람도 느끼고, 흙도 만지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위)(가운데)(아래) <이웃>옥상에서 무럭무럭 자란 무화과 나무, 상추, 토마토를 곱게 찍어 주방 옆 벽에 모아 달아놓았습니다. 
날씨가 차가워도 꿋꿋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왠지, 기특합니다. 

 

 

<치유공간 이웃>이 문을 열게 된 것,

모두 기부자님들께서 <기억0416>캠페인을 통해 모아주신 마음 덕분입니다. 

이제 이 곳을 오래오래 잘 꾸려가기 위해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조금 더 많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갈 길은 멀고, 여전히 해결해야 될 숙제도 많으니까요.

 

그래도 걱정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저, 진심과 공감을 믿고 싶습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189일 째입니다.

* <치유공간 이웃>은 경기도 안산시 선부로 253 홍원빌딩 3층에 있습니다.

 

 

기억0416 - 아름다운재단, 한겨레21 공동캠페인  

 

나눔사업국 1%나눔팀ㅣ박초롱 간사

손은 마주잡아야 제 맛입니다. 누구에게라도 항상 먼저 손 내미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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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결이맘 댓글:

    일요일에도 문 여시나요?

    • 은매화 댓글:

      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사안에 따라 일요일에도 근무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치유공간 이웃으로 직접 문의하시면 안내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연락처는 031-403-0417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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