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나눔토크] 소년·소녀, ‘나눔멘토’로 변신하다

[청소년나눔토크] 소년·소녀, ‘나눔멘토’로 변신하다

중고학용품 18개국에 전달 등 청소년, 나눔실천 사례 발표해

“18, 53, 1.2, 24. 이 숫자들은 뭘 의미할까요? 참고로 ‘18’은 욕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제 얘기를 들어보세요.”

지난 9월22일.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청소년 토크콘서트 ‘여우와 장미’(아름다운재단 주최, GS칼텍스 후원) 현장. 개발도상국 학생들에게 학용품을 보내주는 단체 ‘호펜’(HOPEN, blog.naver.com/hopenproject)의 임주원 대표(서울국제고 3년)가 단상에 올라 화면에 네 개의 숫자를 띄웠다. 임 대표는 강연을 통해 지난 3년 동안 호펜 이름으로 18개국, 53개 지역, 24곳의 학교에 1.2t의 중고 학용품을 기부한 사연을 소개했다.

‘여우와 장미’는 학교폭력, 왕따, 성적 압박으로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나눔의 가치를 일깨워줄 멘토(여우)의 경험을 들려주자는 뜻에서 연 청소년 토크콘서트다. 흥미롭게도 일곱 명의 멘토 가운데 세 명은 고3 수험생들이었다. 임 대표는 중3 때 <히말라야 도서관>이라는 책을 읽고 호펜을 만들었다. 책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다니던 저자가 회사를 그만두고 네팔 아이들을 도운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책을 보고 엄청 놀랐습니다. 책이 없는 도서관이 있더라구요. 문득 ‘나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게 학용품이었습니다. 사놓고 안 쓰는 펜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전달하고 싶은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여기저기 문의를 해봤다. ‘청소년이라서’, ‘중고 학용품이어서’ 안 된다는 답변이 왔다. 그냥 혼자 시작해보기로 했다. 희망(Hope)과 연필(Pen)의 합성어인 호펜을 만들고, 블로그를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나눔 사업에 관심을 기울였다. 학교 기숙사 복도에 택배가 쌓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재단 – ‘여우와 장미’ 토크콘서트를 통해 멘토로 나선 청소년들.
왼쪽부터 이상군, 임주원양, 서인성군.

 

“힘든 일은 아닙니다. 기말고사 때 학용품 기부 택배가 와요. 복도에 그냥 쌓아둡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 11월, 12월에 택배 포장을 뜯어서 정리하죠. 저희는 이 정리를 ‘학용품 건강검진’이라고 불러요. 상태가 너무 안 좋은 학용품을 받으면 아이들 기분이 외려 상할 수도 있잖아요. 유통 창구도 마련했습니다. 대학생들이 보통 여름방학 때 봉사활동을 가는데 그때 같이 보내기로 했어요.”  

호펜은 현재 전국에 24개 분점을 운영중이다. 임 대표는 “수능이 끝나면 사업에 더 신경 쓸 것”이라며 “이 활동을 통해 나눔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사회적기업가라는 꿈에도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고 했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보세요. 여러분 어깨에는 15㎏이라는 짐이 있습니다. 그 짐을 메고 지리산을 오릅니다. 땀은 나고 배는 고픕니다.”

대안학교인 두레학교에서는 6학년에서 7학년에 올라갈 때 반드시 해야 하는 활동이 있다. 지리산을 오르면서 친구, 가족, 이웃 등에게 모금을 받고 모은 돈을 기부하는 ‘막무가내 대장부’ 활동이다. 두레학교 11학년 서인성군은 이 활동을 하면서 얻은 것들을 나누러 나왔다. 

학생들은 지리산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완주를 약속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1㎞당 1000원씩의 모금을 받는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는 31㎞. 완주를 하려면 3박4일 동안 매일 10시간 가까이 걸어야 한다. 한 달 전부터 지옥훈련도 한다.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서울 아차산을 서너 시간씩 오른다. 서군은 “지금까지 이 활동으로 3000여만원을 모아 또래 소외 아동·청소년들의 여행을 지원하는 데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활동을 하면서 산행이 나눔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을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나눔이라고 하면 돈을 나누는 걸 생각하게 되잖아요. 근데 이런 방식으로 기부를 하니까 배운 게 정말 많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산에 올라서 천왕봉 일출을 봤는데 참 감동적이더라구요. 힘들게 올라가서 먹는 부대찌개 맛도 최고죠. 오히려 제가 얻은 게 많습니다. 인내, 자신감, 협동심이 생겼죠.”

인천 부광고 3년 이상군은 중3 때 우연히 참여하게 된 정세청세 활동의 의미를 나누려고 단상에 섰다.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의 약자인 ‘정세청세’(cafe.naver.com/jscs)는 부산의 인문학서점 인디고서원 청소년들이 2007년 5월부터 연 토론행사로 올해는 전국 17개 도시에서 열린다. 날짜가 공지되면 신청을 해서 정해진 장소에 가 참여를 하면 되는 방식이다. 

정세청세를 만나기 전까지 이군은 다른 친구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어느 날 교사의 추천으로 정세청세를 찾으면서 삶이 많이 달라졌다 인문학 토론이라는 말에 공부 잘 하는 애들만 모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딱딱한 방식의 토론은 아니었다. 교육방송(EBS) <지식채널e> 등을 함께 보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저는 사회학을 공부하는 게 현재 목표인데요. ‘꿈이 좋아도 현실을 고려해야 하지 않아?’ 제 꿈이 단단해지기 전에 세상은 이런 말들을 합니다. 정세청세는 ‘왜 그런 꿈을 꾸게 됐어?’ 이렇게 물어봐준 곳입니다. 제 꿈의 의미를 이해해주고 그걸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죠.”

이군은 정세청세를 통해 겪은 자신의 변화를 나누고 싶어 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억지로 독서’ 때문에 책읽기가 싫었는데 자연스럽게 책이 좋아졌다. 토론에서 조장을 맡으면서 참가자한테 답을 못해주는 순간이 올 때마다 뭔가를 읽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주도적인 독서가 가능해졌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의 모든 걸 나눌 친구들을 만나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군은 “보통 물질적인 것이나 노동력이 나눔이라고 생각했는데 각자의 꿈을 아무 거리낌 없이 들어주고, 나의 생각을 응원해주는 것도 나눔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 한겨레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청소년 나눔 토크콘서트 여우와 장미

 본 포스트는 2012년 10월 15일 한겨레신문 ‘함께하는교육’ 코너에 소개된 기획기사입니다.

변화사업국 변화사업팀ㅣ임주현 간사

배분하는 여자. 이웃의 작은 아픔에도 공감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문화, 환경, 사회참여영역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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